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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뉴스의 5차례 단독보도 계기…SBS 그것이 알고싶다 ‘김재규와 천경자 미인도’ 방영

“미인도는 왜 진품이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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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7.01.20 17:00:14

▲사진=21일 방송 예정인 SBS ‘그것이 알고싶다’ 예고편 캡처.

<CNB뉴스>가 지난해 6월부터 7개월에 걸쳐 취재·보도한 ‘미인도의 실체’가 21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1061회-암살범의 압수리스트, 미인도와 김재규)를 통해 공개된다. 

2015년 작고한 천경자 화백이 1991년 ‘미인도’가 위작(僞作)이라고 주장하며 시작된 진위 논란은 26년째 계속되고 있다. 6개월간 수사를 벌인 검찰이 지난달 ‘미인도는 천 화백이 그린 진품’이라고 결론 내렸지만, 앞서 미인도를 감정했던 프랑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측이 ‘한국 검찰이 통계를 왜곡·조작했다’고 반박하면서, 국제적인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CNB=도기천 기자) 

“미인도는 굴절된 현대사가 만든 괴물”

CNB는 지난해 6월20일자 보도를 통해 미인도가 5공 신군부에 의해 가공됐을 가능성을 언론최초로 제기하는 등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미인도의 실체를 심층 보도했다. 

▲고 천경자 화백의 생전 모습.

미인도가 탄생한 배경은 이렇다. 전두환·노태우 등 하나회 장교들은 1979년 12월 12일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10.26사건)한 김재규(당시 중앙정보부장)에게 동조했다’는 이유로 숙청한 뒤 군부를 장악했다. 

그들에게 있어 김재규는 그야말로 악의 원천이 돼야 하는 존재였다. 그래야만 자신들의 쿠데타가 정당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재규의 비위 사실’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집안에서 고서화 1백여점 등 수백여점의 고가물품들이 나왔다는 것을 비롯해 차마 입에 담기조차 민망할 정도의 내용을 신문 지상에 올렸다. 

이때 등장한 것이 천 화백의 미인도다. 김재규 집에서 나온 수많은 고가물품들 중에 미인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인도가 천 화백이 그린 ‘진품’이 돼야만 김재규가 ‘부정축재자’가 되는 논리가 이때 이미 성립됐다. (관련기사: [단독] ‘천경자=미인도’는 5공 신군부가 탄생시켰다)

이후 신군부는 국립현대미술관(국현)으로 미인도를 이관했고, 천 화백은 “내 그림이 아니다”며 반발했다. 하지만 수십년 세월 동안 국현과 사법당국은 진품이 맞다고 주장해왔다. 세계적인 감정업체인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의 ‘위작’ 판단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CNB가 단독입수한 1980년 1월에 작성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증여재산목록’. 이 문건은 37년간 알려지지 않았다가 CNB 보도를 통해 세상에 공개됐다.


7개월 간의 끈질긴 추적, 실체에 다가서

CNB는 신군부(계엄사)가 작성한 ‘김재규 증여물품목록’을 단독 입수해 보도했다. 이 목록에는 미인도를 비롯해 고서화, 귀금속 등 200여점의 고가품이 기록돼 있다. 국현과 검찰은 이 목록을 근거로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재규가 부정축재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진품’이라는 게 그들의 논리다.

하지만 CNB는 여러 자료와 증언을 통해 이를 반박했다.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았던 김재규의 유족 측과 어렵게 접촉했으며, 김재규 구명운동을 벌였던 강신옥 변호사(김재규의 변호인), 함세웅 신부를 비롯해 그를 알고 있는 여러 사람을 만났다. 검찰의 미인도 수사자료와 김재규 재판자료, 당시 언론 보도내용 등을 입수해 면밀히 살폈다.    

이를 통해 △10.26사건 재판에서 검찰조차도 김재규의 비위사실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점 △김재규의 집에 있었던 그가 직접 쓴 ‘자유민주주의’, ‘민주 민권 자유 평등’ 등의 붓글씨와 그가 딸에게 선물한 피아노가 증여물품목록에서 사라진 점 △물품목록이 만들어질 당시 김재규가 혹독한 고문과 구타를 당하고 있었다는 점 △물품목록에 기재돼 있던 물품들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점 △그가 충직하고 청렴한 군인이었다는 점 등을 밝혀냈다. (관련기사: [단독] 37년 만에 드러난 김재규의 ‘천경자 미인도 리스트’…그가 아꼈던 피아노는 없었다)

또한 최근 미인도 진품여부를 수사했던 검찰이 무리하게 진품 결론을 내린 정황도 취재, 보도했다. 

검찰이 미인도를 ‘가짜’라고 발표한 프랑스 감정단에게 강압적인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는가하면, 김재규의 집에서 미인도가 나왔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가공의 인물’을 수사 문건에 올린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프랑스 감정단이 “한국 검찰이 미인도 분석 통계를 왜곡·조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과도 여러 각도에서 맞아떨어진다. (관련기사: [단독] 의문의 천경자 미인도 수사…검찰의 다섯가지 이상한 태도)

▲1979년 12월 8일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한 뒤 재판을 받고 있는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오른쪽)이 함께 행동했던 직속부하 박흥주와 박선호에게 뭔가 말하고 있다. 그는 재판부에 ‘자신은 죽어도 좋으니 부하들은 선처해 달라’고 말했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CNB의 이런 취재 결과를 근간으로 그동안 언론에 나온 적이 없는 김재규 전 중정부장의 여동생 부부와 사형 선고를 받기 직전까지 그를 보필해 자택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개인 비서 최종대 씨를 최초로 인터뷰했다. 

유족들과 최씨는 신군부가 ‘미인도’를 천 화백의 작품이라고 단정한 이유가 김재규를 부정축재자로 몰아야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제작진은 美메릴랜드주 몽고메리대 미술과 교수로 재직 중인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 씨, 뤼미에르 테르놀로지의 장 페니코 사장 등 전문가들을 만나 미인도를 과학적으로 검증했다. 

오랜 취재과정을 거쳐 CNB가 내린 결론은 ‘미인도가 진품이 돼야만 하는 이유’가 굴절된 현대사와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김재규는 박정희 유신독재를 끝내고 민주주의를 쟁취하려 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이후의 권력자들은 그를 사리사욕에 눈이 먼 파렴치범으로 규정했다. 김재규를 그렇게 만들어놓고 세상을 쥐락펴락 했던 그들은 전부 역사의 심판대에 섰다.     

미인도의 진실을 밝히는 일은 그들이 왜곡한 역사의 한 쪽을 바로잡는 일이자, 각기 다른 영역에서 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두 사람(김재규·천경자)을 복원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그래서 미인도 앞에 놓인 벽은 높고 두껍지만 반드시 무너뜨려야하는 벽이다. 

방송은 21일 밤 11시5분에 시작된다. 류영우 PD와 김영민 작가, 그리고 여러 SBS제작진이 진실을 알리기 위해 온 힘을 쏟았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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