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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낙하산 천국’ 금융권…촛불이 ‘최순실 그림자’ 물리칠까

서울의 깊은 밤, 잠 못 이루는 금융 CEO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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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2017.01.09 09:00:30

▲주인 없는 금융권이 낙하산의 주된 표적이 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주요 은행 CEO들의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라 주목된다. (왼쪽부터) 올해 임기가 끝나는 조용병 신한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이경섭 농협은행장. (사진=각 사, 연합뉴스)


“주인 없는 은행과 금융공기업은 ‘낙하산 놀이터’다”

박근혜 정부의 여러 실책들이 고질적인 인사 폐해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새해들어 금피아(금융+마피아)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5대 금융사 리더들의 임기가 전부 만료될 예정이라 탄핵 촛불의 효과가 리트머스 시험지 위에 올랐다. 금융권은 올해를 외풍 없는 해의 원년으로 만들 수 있을까. (CNB=도기천 기자)

금융권 수장들 대거 ‘물갈이’ 임박
‘탄핵 촛불 효과’ 첫 시험대 올라 
“외풍 없애고 혁신할 절호의 찬스”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금피아·관피아를 척결하자는 여론이 일었지만 박근혜 정부의 인사전횡은 멈출 줄 몰랐다. 

사회공공연구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 9월말 기준으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119곳의 낙하산 인사는 임원 1186명 가운데 215명으로 18.1%를 차지했다. 이는 직전 통계인 2015년 2월 기준 낙하산 인사 비율 16.9%보다 증가한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더 심했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출받은 지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금융회사 27군데의 임원 255명 중 97명(약40%)이 박근혜 정권이 내리꽂은 낙하산들이었다.  

이런 가운데 당장 올해에 수장(首長)의 임기가 종료되는 금융기관들이 줄을 잇고 있어 주목된다. 

치열한 자리 다툼이 예고된 가운데 박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황이라 외풍이 수그러들 것이라는 기대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황교안 국무총리(대통령권한대행)를 비롯한 행정부 라인이 건재하기 때문에 물밑에서 ‘자기사람 챙기기’가 여전히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올해 임기가 끝나는 금융지주 회장들. (왼쪽부터)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 은행장,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사진=각 사, 연합뉴스)


서울 하늘 ‘낙하산 주의보’ 

주요 금융기관 CEO 중 올해 처음으로 임기가 끝나는 인물은 오는 13일에 임기가 만료되는 김한철 기술보증기금(기보) 이사장이다. 기보는 현재 이사장 공모에 지원한 후보 8명을 대상으로 서류심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3~4월에는 임기가 만료되는 금융기관 CEO들이 상당히 많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조용병 신한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임기가 3월에 종료되며, 이덕훈 수출입은행장도 3년 임기를 마친다. ‘빅 4’ 은행 중 3곳의 CEO가 3월에 교체되는 것이다. 

4월에는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마무리된다. 11월에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 12월에는 이경섭 농협은행장의 임기가 종료된다. 역대 세 번째 민간 출신 은행연합회장인 하영구 은행연합회장도 11월에 자리를 떠난다. 

우선 주목받는 인물은 3월에 임기가 끝나는 이광구 우리은행장이다. 

우리은행은 16년 간의 매각 노력 끝에 지난해 11월 정부지분 29.7%를 IMM PE(6%), 동양생명(4%), 유진자산운용(4%), 키움증권(4%), 한국투자증권(4%), 한화생명(4%), 미래에셋자산운용(3.7%) 등 7개사에 분할 매각했다. 이들은 과점주주(여러 명의 주주가 각자 경영권 행사) 형태로 우리은행을 새로 이끌고 있다. 

이 행장은 민영화를 성사시킨 주역으로 평가된다. 전통적인 매각 방식을 고집하지 않고 유연한 태도로 우리은행을 매력적인 매물로 변신시켰다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과점주주 추천에 따라 새로운 사외이사들로 구성될 임원추천위원회가 이 행장의 연임 카드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남은 지분 21.4%를 가진 예금보험공사가 여전히 최대주주라서 정부 입김이 작용할 소지도 있다. 

정부는 우리은행 민영화 이후 행장 선임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과거 우리은행이 ‘낙하산의 집합소’로 거론될 정도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주인 없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다, 이번에 새로 경영에 참여한 기업들의 지분이 모두 그만그만하다는 점에서 외풍이 작용할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한 금융기관의 건물 로비에 낙하산 모형이 걸려 있다. 박근혜 정부의 인사전횡에 항의하는 의미다. (사진=연합뉴스)


우리은행·KB금융, 회장 연임 여부 ‘주목’ 

KB는 윤종규 회장의 연임 여부와 함께 지주 회장과 은행장 분리 가능성이 관심사다. 윤 회장은 KB금융지주 회장과 국민은행장 자리를 겸직하고 있는데, 최순실 사태가 불거지기 직전까지만 해도 은행장 자리를 내놓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청와대가 은행장에 낙점한 인물이 따로 있다는 설이었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오히려 금융위는 금융지주와 계열사 CEO의 겸직을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한 ‘금융경쟁력 강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윤 회장은 낙하산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이전 회장·은행장들과 달리 KB금융에서 CFO, CRO, 부사장을 지낸 내부 출신이다. 은행업계 독보적인 1위였던 신한금융과 선두 다툼을 벌일 정도로 성과를 일궜다는 평을 얻고 있다. 따라서 외풍만 작용하지 않는다면 연임이 무난하지 않겠냐는 게 내부 분위기다.

3월에 임기가 끝나는 함영주 KEB하나은행장도 연임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난 1년 6개월간 재임하면서 실적이 나쁘지 않은데다가 특별한 내부 경쟁 상대가 없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에 비해 외풍도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조용병 신한은행장은 3월에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뒤를 이을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다만 농협금융은 과거 회장들이 안팎의 여러 문제로 줄줄이 중도하차한 전력이 있는 만큼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이 장수할 수 있을 지를 점치기 쉽지 않다. 

2012년 3월 농협금융 출범 후 신충식, 신동규, 임종룡 회장은 모두 임기를 못채우고 떠났다. 김 회장을 포함해 그간의 4명 회장 가운데 3명이 기재부 관료 출신일 정도로 관피아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10월 한국거래소 직원들이 낙하산 논란을 빚고 있는 정찬우 이사장의 출근을 저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2의 정찬우 나올라”   

금융권에서는 최순실 사태의 와중에도 선임된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논란이 되는 인물이 등장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정 이사장은 박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 중 하나인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현기환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배경삼아 금융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가 거래소 이사장 후보로 지원하자 당시 연임을 희망했던 최경수 전 이사장은 연임 신청을 포기했다. 노조는 정 이사장에 반대하며 연일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정 이사장은 지난달 취임한 김도진 기업은행장의 선임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은행장 선임을 앞둔 시기에 정 이사장과 김 행장이 이득준 큐브인사이트 회장,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과 저녁 회동을 가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회장은 현 전 수석의 스폰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동안 금융권에 외압 시비가 끊이지 않아온 이유는 국민연금, 예금보험공사, 기획재정부 등 정부가 보유한 지분 때문이다. 정부가 주주권을 행사해 이사회를 장악하고 해당 이사회가 행장(또는 지주회장)을 선정하는 구조다보니 은행 스스로 자율성을 갖기 힘든 구조다. 이번에 논란이 된 기업은행 역시 기획재정부가 지분 51.8%를 보유하고 있다 보니 정부 입김이 세게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탄핵 사태를 기회삼아 오랜 낙하산 관행을 끊어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중 하나가 인사 전횡이었다는 점에서 향후에는 투명한 절차로 신선한 인물들을 영입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관치에 대한 거부감이 어느 때보다도 고조된 상황이고 청와대의 개입 가능성도 작아진 상태”라며 “이런 여건을 기회로 삼아 각 기관의 자율성과 조건에 맞는 CEO를 선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선임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법·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세현 경영컨설턴트는 CNB에 “금융기관별 특성에 맞는 인물을 자율적으로 뽑을 수 있는 룰을 새로 만드는 문제가 시급하다”며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을 통해 일반주주와 시민사회의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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