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험·증권 등 전 금융권이 실적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대부업계열 저축은행들의 자산은 꾸준히 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대부업계 저축은행인 OK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은 2014년 말 기준 총 자산이 각각 1조1132억원, 7417억원이었다. 1년 전인 2013년 말 OK저축은행의 전신인 예주저축은행(4652억원)과 웰컴저축은행의 전신인 예신저축은행(5417억원)의 총자산과 비교하면 크게 는 것이다.
OK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대출채권이 8776억원이었다. 저축은행 인수 직전인 지난해 6월 말(2518억원)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웰컴저축은행도 사정은 비슷했다. 웰컴저축은행의 대출채권 자산은 2014년 말 5528억원으로 저축은행을 인수한 직후인 상반기(3218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전체 저축은행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OK저축은행이 1년 사이에 1.2%에서 2.9%로, 웰컴저축은행은 1.4%에서 2.0%로 각각 올랐다.
이는 대출영업을 확대한 면도 있지만 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기존 대부업 고객을 저축은행으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예금보험공사는 관련법에 따라 부실저축은행들을 인수·관리해왔는데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따라 이들 저축은행의 민간 매각을 추진했고 대부업체들이 이를 인수했다.
OK저축은행은 대부업체인 러시앤캐시(법인명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주))가 지난해 7월 예주·예나래 저축은행을 인수해 출범시킨 회사다.
대부업체 웰컴크레디라인은 지난해 5월 예보가 관리해오던 해솔·예신저축은행을 사들여 웰컴저축은행으로 영업을 개시했다.
저축은행을 보유한 대부업체는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라 2019년까지(저축은행 영업허가일로부터 5년) 대부잔액을 40% 이상 줄이고, 중장기적으로 대부업을 폐쇄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저축은행업을 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게 당국의 방침이다.
따라서 대부계 은행들은 대환대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환대출은 기존 대부업 채무를 저축은행 신규대출을 통해 청산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높은 대출금리다. 현행법상 대부업 최고금리는 연34.9%, 저축은행 신용대출 금리는 연29.9% 이내다.
지난해 10∼12월 OK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의 가계신용 대출(신규취급액 기준) 중 연 25∼30% 금리가 적용된 대출의 비중은 각각 99.0%, 98.1%였다. 이는 대부업체 법정 상한금리인 34.9%보다는 낮지만 저축은행 상한금리인 29.9%에 거의 육박하는 수준이다. 대환대출을 통해 고금리 대출영업을 했다는 뜻이다.
대부업계열 저축은행 뿐 아니라 다른 저축은행들도 대부분 고금리 대출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0일 발표한 ‘2014 회계연도 3분기 누적(2014년 7월~2015년 3월) 저축은행 영업실적’에 따르면 현재 영업 중인 79곳의 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이 344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적자 4768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손익이 8211억원 증가한 셈이다. 이로써 저축은행 업계는 2014 회계연도 1분기(2014년 7~9월)부터 3개월 연속 흑자를 시현했다.
이는 저금리를 역으로 이용해 예대마진 폭을 꾸준히 늘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예대마진은 예금과 대출 사이에 발생하는 이자수익으로 은행업계의 주수입원이다. 정부는 최근 4년 새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단계적으로 낮춰 현재 1.75%까지 내렸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들이 금융권 등을 통해 조달하는 금리 또한 평균 2.6%대까지 떨어졌다. 저축은행의 평균 정기예금(1년) 금리도 계속 낮아져 지난달 2.4%에서 이달에는 2.14%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저축은행들의 평균 대출금리는 여전히 10%대를 넘고 있어, 각종 리스크(대손비용 등)를 감안하더라도 예대 마진폭이 8~10%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SBI홀딩스(SBI저축은행), J트러스트(SC저축은행) 등 일본계 저축은행들의 대출금리는 평균 25~30% 수준으로 시중은행의 10여배에 달한다.
저축은행들은 소액 대출 위주로 영업을 하고 있어 고금리 영업의 대상은 서민들일 수밖에 없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류성걸 의원(새누리당)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저축은행 대출자의 60%가량이 신용등급 7∼10등급인 저신용자들이었다. 정부의 금리인하가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된 것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CNB와 통화에서 “저축은행들이 후순위채권 발행, 예·적금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하면서 대출금리는 내리지 않고 있다”며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환경이 충분히 조성된 만큼 서민금융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감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부에서 저축은행으로 갈아탄 사람들이 많아 대손비용이 커져 금리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대부업 출신 저축은행들이 기존 대부 고객의 대손리스크를 떠안으면서 업계 전반에 고금리가 형성됐단 얘기다.
반면 금융당국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는 시중은행들은 저금리로 예대 마진 폭이 줄어 수익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은행연합회의 예금상품 공시자료 등에 따르면 10대 은행(국민 신한 우리 하나 외환 농협 한국씨티 SC 기업 산업은행)의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1.64%에 불과했다. 주택담보대출은 2~3%대, 신용대출은 4~5%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예대금리차는 2010년 2.94%포인트에서 올해 1분기 2.03%포인트로 큰 폭 하락했다.
이런 가운데 기준금리가 한차례 더 하락할 경우 은행권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한은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1.75%에서 1.5%로 0.25%포인트 내리면 하나·신한 우리·KB 등 4대 시중은행의 순이자이익이 최소 2760억원에서 최대 6848억원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은행들은 희망퇴직과 점포 감축 등 대대적인 경비절감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이 총55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는 중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1월 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해 31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우리은행은 희망퇴직을 받지 않는 대신 전직지원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며, IBK기업은행도 임금피크 예정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임금피크(대상자 만55세 이상) 중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통합시기를 최대한 앞당겨 달라진 금융환경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업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29만1273명으로 1년 전인 29만5669명보다 4396명이나 줄었다.
점포수도 크게 감소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주요 금융기관 점포수(해외 영업점 제외)’에 따르면, 일반은행 및 특수은행(농협·수협·기업·산업은행 신용사업 부문)의 국내 영업점은 2014년 말 기준으로 7433개로 집계됐다. 2013년에 비해 268곳이 줄었는데 이는 2009년 이후 최저 점포수다.
강명재 박사(전 한세대 경영학부교수)는 “몇 년 전 제2금융권을 상대로 혹독한 구조조정을 시행한 금융당국이 한숨 돌리고 있는 사이, 저축은행·대부업이 저금리시장을 역으로 이용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시중은행을 이용하기 힘든 서민들이 고스란히 피해자가 되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은 각 저축은행에 맞는 신용평가시스템을 도입해 신용등급별로 금리를 차등화 하는 한편 클라우드 펀드 대출 등 선진국에서 보편화된 금융시스템을 도입해 시장경쟁에 의해 자연스레 금리가 낮아지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