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도기천 기자) CTS기독교TV 신사옥을 건립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비리 의혹이 다시 불붙고 있다. 지난 2011년 CTS사옥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거액을 빼돌린 혐의로 1년여 동안 검찰조사를 받다 지난해 11월 무혐의 처분 결정이 내려진 감경철 CTS 기독교TV 회장에 대한 횡령 의혹 논란이 다시 점화된 것이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지난 13일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감 회장의 비리 의혹에 대해 사실상 재수사를 촉구했으며, 청와대에는 목회자들과 CTS 전 직원 등의 진정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검찰에 의혹을 제기했다 감 회장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피소된 교계 인사들이 대부분 무죄를 선고받았다. 한국목회자개혁중앙협의회(대표 김화경 목사)는 검찰 수사가 부실했다며 철저한 재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CNB가 이번 사건과 관련된 각종 판결문을 단독입수,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CTS 비리의혹 사건을 파헤쳐봤다. <편집자주>
항소심 재판부 “공공이익 반하지 않는다”
횡령의혹 제기한 최요한 목사 등 무죄 선고
서영교 의원 “서민들의 피눈물 닦아 달라”
일부 목사 “감 회장 무혐의 부당” 청와대 진정
CTS기독교TV는 1995년 구세군, 기독교대한감리회, 대한예수교장로회 등 기독교 43개 교단이 출자해 만든 종교케이블방송사다.
이 회사 감경철 회장은 2000년 7월 이 회사 5대 사장으로 들어와 10년간 재직했고 2010년부터 회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CTS는 4년전 감 회장이 횡령의혹에 휩싸이며 교계의 이슈로 떠올랐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8월 남서울비전교회 최요한(본명 최의흠) 목사 등은 감 회장이 CTS사옥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거액을 빼돌렸으며 채권은행에서 탕감해준 수십억 원을 다른 명목으로 횡령하고 방송장비 대금을 가져가는 등 ‘헌금’으로 운영되는 이 회사에서 수백억 원대의 자금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검찰(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은 내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감 회장이 2002년부터 2004년까지 3년간 서울 노량진에 위치한 CTS신사옥 건축 과정에서 공사비를 과다계상하는 수법으로 약150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포착, 2011년 12월 CTS사옥과 감 회장 가족 소유의 골프장 등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감 회장은 CTS 의혹 외에도 신한캐피탈과의 채무조정 과정에서의 횡령 의혹, 쌈지공원 매입 과정에서의 횡령 의혹 등 혐의를 받았다.
당시 검찰은 감 회장 등의 비리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10개월간 진행된 수사 결과는 의외였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1일 ‘감 회장이 회삿돈을 빼돌린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감 회장에 대해 무혐의(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검찰은 수억원의 회삿돈 횡령 혐의(업무상 횡령)가 드러난 감 회장의 아들이자 골프장 운영업체 A사 대표인 감모(38)씨와 전 대표 박모(70)씨 등 임직원 4명에 대해서는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회삿돈으로 감 회장의 세금을 대납하고,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들은 1심재판에서 전원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이들 중 박모 씨(안동소재 B골프장 전 대표)는 판결 직후인 지난 5월 자신이 운영했던 골프장의 사원사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편 무혐의 처분을 받은 감 회장은 자신을 상대로 횡령 의혹을 제기했던 최요한 목사와 김승호 목사, 윤익세 교수 등 3명을 명예훼손(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수원지검에 고소했다.
재수사 촉구 민원 ‘봇물’
이후 이 사건은 감 회장 측의 승리로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올들어 예기치 못한 일들이 벌어졌다.
한국목회자개혁중앙협의회(대표 김화경 목사)가 지난 1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CTS 감 회장의 횡령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부실·왜곡으로 진행돼 진실을 파헤치지 못했다”며 철저한 재수사를 요구하고 나선 것.
이 단체의 대표인 김화경 목사는 강주성 목사와 CTS 전 간부 김홍렬 씨 등과 함께 청와대에 수차례 진정을 내는 등 재수사를 계속 촉구하고 있다. 청와대는 대검찰청으로 사건을 이첩했으며, 최근 검찰이 다시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월에는 감 회장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 1심재판 판결이 내려져 또다른 불씨가 됐다. 2월 20일 수원지방법원은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된 최 목사 등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얼핏보면 법원이 감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처럼 보였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았다. 최 목사 측이 제기한 의혹이 사실이 아니지만 다분히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는 취지를 담은 판결이었기 때문이다.
CNB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최 목사 등은 ▲세종문화회관 세종홀 ‘대한민국사랑 국민운동연합 전국대표자대회’ 기자회견(2009. 8.14) ▲미국 LA 한인신문 회견(2009. 9.10) ▲부천 경서교회 설교(2010. 10.1) 등을 통해 감 회장에 대한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시했다. 최 목사 측은 기자회견 및 설교를 통해 CTS후원금 횡령의혹, 100억대 장비와 시설공사 리베이트 의혹, LA지사 설립 및 운영 비리 등 의혹을 제기했었다.
재판부는 최 목사 측이 제기한 의혹들이 “진실이라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면서도 “CTS와 관련한 비리가 있다는 것을 진실이라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은 데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CTS 운영이 정당하게 이뤄지지 않았음을 지적하는 취지로 기독교 목사인 피고인들과 그 표현행위의 상대방인 기독교인들에 대한 관계에서 객관적으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최 목사 측은 1심판결에 불복, 즉시 항소했다. 1심 재판부가 남긴 여운은 논란을 낳았고, 결국 지난달 31일 항소심 재판부(수원지방법원 형사6부·재판장 송인권 부장판사)는 원심을 뒤집고 최 목사를 비롯, 김 목사와 윤 교수의 주요혐의에 대해 대부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 목사 등이 기자회견를 주도했다고 볼 수 없고, 이들의 행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최 목사가 지난 2010년 10월 1일 부천 경서교회에서 한 설교 내용 중 일부가 감 회장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만 벌금 2백만원을 선고했다.
특히 재판부는 최 목사 등이 참여한 기자회견이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남평양노회에서 조직한 CTS비리조사위원회의 이름으로 공익적인 목적을 위하여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위 기자회견에서 제기된 의혹들은 그 전제로 제시된 사실들을 기초로 한 의견표명에 불과하고, 이를 명예훼손에서의 ‘사실의 적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최 목사 등이 감경철 및 CTS에 대해 제기된 위 의혹들이 진실이라고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은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형법상 위법성 조각사유인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한다”고 못박았다.
서영교 의원, 감 회장 무혐의 배경 ‘의혹’ 제기
이처럼 감 회장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가 ‘공익적 목적’에 의해 이뤄졌다는 재판 결과가 나온 가운데, 국회에서 이 사건의 재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돼 주목된다.
지난 13일 열린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감 회장의 비리 의혹에 대해 김 후보자에게 “CTS 기독교TV (횡령의혹) 사건을 아느냐”며 “많은 서민들이 피눈물을 흘리지 않게 이 (사건의) 내용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보살펴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서 의원은 “10개월 정도 조사하다가 (감 회장에 대해) 무혐의 처리가 나왔는데, 해당 사건을 수임했던 변호사가 전 대검찰청 간부라는 제보가 들어왔다. 변호사 수임료가 수십억원을 홋가한다는 말이 있다”며 검찰이 감 회장에 대해 무혐의 처리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현재 이 사건은 검찰과 최 목사 측 모두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이와 별개로 대검찰청은 청와대에 접수된 진정을 이첩 받아 최근 다시 사건을 배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의원의 지적을 계기로 감 회장에게 무혐의를 내렸던 검찰이 어떤 변화를 보일지 주목된다.
새 국면에 돌입한 ‘CTS 의혹’을 바라보는 교계의 시선은 착잡하다.
교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사랑의교회 신축과정에서 불거진 횡령 의혹, 순복음 교회 사태 등으로 한국교단은 총체적인 위기상황에 처했다”며 “(CTS 비리) 의혹의 진위 여부를 떠나 한국교회가 의사결정 절차를 투명하게 할 수 있는 제도장치를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