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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프라코어 국방예산 횡령 무혐의…檢 ‘봐주기 수사’ 논란

관련기관 내용공개 거부, 野 ‘외압 의혹’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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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2.12.04 18:13:40

권익위․방사청 상당한 증거 확보했지만…결국 ‘무혐의’
권익위 담당조사관 “제보자 진술 상당히 설득력 있었다”

K2전차 개발과정에서 국방예산 수십억원을 횡령․편취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두산인프라코어(사장 김용성)가 최근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뒤늦게 밝혀지면서 ‘봐주기 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지검 특수부는 수사 시작 1년 3개월 만인 올 8월 16일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협의 없음’으로 수사 결과를 통보했으며, 이에 최초 사건제보자는 물론 의혹을 조사해온 방위사업청, 권익위 등도 수사결과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사건은 지난해 3월 권익위에 한 건의 제보가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내용은 K2전차(일명 ‘흑표 전차’) 엔진 개발을 담당했던 두산인프라코어가 흑표전차 엔진개발에 써야 할 국방예산을 굴착기 엔진 등 다른 제품을 개발하는 데 쓰고, 다른 엔진을 시험할 때 쓴 기름값도 흑표전차 엔진 시험에 쓴 것으로 부당 청구했다는 것. 또 해외 연수중인 직원 10명을 개발참여자인 것처럼 위장해 인건비를 허위 청구하는가 하면 초도 양산 계약(100대 분)을 하면서 원가를 부풀렸다는 혐의도 제기됐다. 이런 수법을 통해 2005~2010년간 국가지원금 70여억원을 빼돌렸다는 게 제보자의 주장이었다.

더구나 당시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흑표전차에 심각한 결함이 발생했는데 두산인프라코어가 만든 엔진파워팩(엔진+변속기)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흑표전차의 파워팩이 멈추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전차가 서버리는 일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

불량부품 사용 논란을 받고 있던 두산이 연구개발비까지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권익위는 즉각 조사에 착수했다.

권익위는 제보자가 컴퓨터 화면을 캡쳐해 얻어낸 관련 내용이 담긴 자료를 제공받는 등 상당한 증거를 확보, 지난해 5월16일 위원회 의결을 거쳐 대검과 방위사업청에 사건을 각각 이첩했다.

대검은 인천지검 특수부에 사건을 배당했으며, 인천지검은 즉각 수사에 나섰다. 당시 언론은 대대적으로 두산의 비리 의혹을 보도했고, 정치권에서 문제가 공론화 됐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수사는 차일피일 미뤄져 온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경찰이 이 사건에 대해 수사할 움직임을 보이자 올해 초에야 본격 수사에 나섰으며 몇 달 뒤 무혐의 처분을 내리게 된다.

더구나 검찰은 무혐의 이유에 대해서도 일체 함구하고 있다. 국가안보와 직결된 중대 사안으로 언론에 부각됐음에도 불구하고 통상적인 언론브리핑은 물론 보도자료 배부조차도 없었다. 취재에도 일체 응하지 않고 있다.

권익위와 방사청, 정치권에서는 하나같이 이같은 검찰의 태도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제보자가 횡령사실을 입증할 만한 컴퓨터 자료를 ‘화면 캡쳐’해서 권익위에 넘겼고, 권익위는 이를 토대로 충분한 조사를 거친 뒤 검찰에 자료를 제출했음에도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권익위가 검찰과 방사청에 사건을 이첩한 것은 사실상 형사처벌(검찰)과 행정처분(방사청)을 요구했다는 의미다.

권익위 측은 지난 8월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 통보를 받자 그 즉시 사건을 맡았던 인천지검에 설명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제보자 또한 즉각 반발, 조사결과에 대해 권익위에 이의를 신청했다. 방사청도 검찰의 이번 처분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당시 조사를 맡았던 권익위 관계자는 3일 <씨앤비뉴스>에 “제보자의 진술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고, 모든 정황을 종합해 볼 때 (두산인프라코어가) 형사상 책임질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어 검찰과 방사청에 사건을 이첩했다”며 “이쉬운 점이 많다”고 토로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씨앤비뉴스>와의 통화에서 “검찰의 수사결과를 존중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지만, 방사청은 방사청대로 의혹을 충분히 조사했는데,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것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권익위의 설명 요청에 지난달 9일 답변서를 보냈다. 하지만 답변내용은 신고자의 신변보호․ 비밀보장 등의 이유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다만 권익위 관계자는 “당초 무혐의 처분 통보 내용과 같다”고만 밝혔다.

닮은 두 사건, 두 가지 잣대

풀리지 않는 의문은 또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2009년에도 해군 고속정 엔진 개발과 국책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80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밝혀져, 두산계열사 사장 등 8명이 사법처리 된 바 있다.

당시에도 인천지검 특수부(이경훈 부장검사)가 사건을 맡았다. 검찰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 연구개발부서장으로 근무하던 김모씨는 2004년 12월께 약 18억7천만원인 국책과제의 연구개발비를 38억8천만원으로 부풀린 사업계획서를 정부에 제출해 지원금을 받은 뒤 차액을 다른 용도에 사용하는 등 2003년 11월부터 2009년 4월까지 3개 국책과제에 대한 정부지원금 약 57억2천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다.

또다른 두산 간부는 2002~2006년 두산인프라코어 본부장으로 근무하면서 3개 국책과제에 대한 정부지원금 약 19억8천만원을 빼돌리고, 방위사업청에 납품하는 해군 고속정 발전기용 엔진의 원가를 과다계상해 2억4천여만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두산인프라코어 측은 “2005년 이후 투명경영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일부 잘못된 관행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원칙에 어긋나게 처리된 부분은 신속히 바로 잡겠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지난해 발생한 두산의 연구개발비 편취․횡령 의혹과 내용이나 성격이 많이 닮았다. 비슷한 두 가지 사건에 대해 한 건은 8명이 형사 입건됐고, 한 건은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것이다.

이런 검찰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접한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권 고위인사와 인천지검, 두산인프라코어 변호인 등이 학연과 친분으로 얽혀 있다는 점을 들어 ‘청와대 외압설’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국방위 소속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두산이 국방사업의 중요한 부분을 맡고 있다 보니 베일에 가려진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두산과 국방부가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에도 안보상 이유를 들며 성실히 응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불씨’ 여전…방사청 조사 진행 중

K2전차는 일명 ‘흑표 전차’로 불리며, 헬기 요격 능력까지 겸비한 대한민국 육군의 차기 주력 전차로 알려져 있다. 지난 1995년부터 개발이 시작되어 지금까지 약 2천4백억원이 투입되었지만 잇단 제품 결함과 온갖 비리로 양산 시기인 2010년 보다 3년 가까이 늦어지고 있다.

방위사업청이 최근 국회국방위원회에 제출한 주요현안 보고자료에 따르면 K-2전차(흑표)와 K-21장갑차, K-11복합소총, 유도탄고속함의 전력화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납품기일 지연에 따른 부과금)은 지난해 5월 말 기준으로 1천56억원에 달했다.

이 중 두산측이 부과받은 지체상금이 전체의 70%에 이르는 708억원에 이른다. 국방위 자료에 따르면 K-2전차의 엔진을 담당한 두산인프라코어는 2009년 11월부터 지체상금이 발생해 지난해 5월까지 2억5000만원, 침수사고를 일으킨 K-21 장갑차를 개발한 두산DST에게는 2010년 7월부터 발생한 1차양산분 644억과 2011년 2월부터 발생한 2차양산분 62억을 합해 지난해 5월 기준 총 706억원이 부과됐다. 현재 시점으로 계산하면 지체상금이 1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전차 생산이 기약 없이 늦춰지자 방사청은 지난 4월 K2전차의 2013년도 양산분인 100대에 한해 파워팩을 독일로부터 도입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부실한 전차 개발사업에는 두산의 잇단 각종 비리가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방사청 안팎의 전언이다.

한편 검찰의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한 무혐의 처분에도 불구하고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검찰과는 별개로 방사청이 이번 의혹 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사청은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K2전차 개발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 지를 살펴보고 있다. 비록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조사과정에서 혐의점이 입증된다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새로운 뭔가가 밝혀질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도 이번 사건을 그냥 넘기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국방위 간사인 안규백 의원(민주당) 보좌관은 4일 <씨앤비뉴스>에 “국회가 파워팩 수입 문제에 매달리는 사이 슬그머니 (두산인프라코어에)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것 같다”며 “이 문제(의혹)를 꼼꼼하게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두산 “의혹 사실무근”

이와 관련 두산은 비리 의혹이 다시 불거지는 데 대해 극도로 경계하는 분위기다.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은 만큼 언급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검찰의 오랜 수사 결과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졌기 때문에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된 것”이라며 “오래전 일이 다시 언급되는 자체가 거북하다”고 말했다.

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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