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도기천 기자) 신도수 10만여명의 초대형교회인 사랑의교회가 담임목사를 둘러싼 각종 비리의혹으로 수년째 내분이 계속되면서 불똥이 대림산업으로 튀고 있다. 이 교회 오정현(57) 담임목사가 교회 신축 과정에서 대림산업 소유 부지를 시세보다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일부 교인들로부터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새로 지은 교회에서 첫 주일 예배가 열리면서 이 문제가 다시 점화되고 있다. CNB가 대림산업과 사랑의교회 간의 당시 토지매매 관련 서류들을 단독 입수, 의혹을 파헤쳤다. <편집자주>

대림산업 토지거래 내역 들여다보니
3.3㎡당 3500만원→5000만원으로 둔갑

교회 측, 800억짜리 부지 1139억원에 매입
일부 교인들 횡령·배임 혐의로 담임목사 고발

새 건물 건축 단계부터 공공도로 점용 등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랑의 교회’가 우여곡절 끝에 신축 건물에서 첫 예배가 진행됐지만 논란은 오히려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사랑의교회는 지난 24일 서초역 부근 새 건물에서 4만여명의 신도가 참석한 가운데 주일 예배를 열었다.

하지만 오정현 목사를 반대하는 교인 300여명은 강남역 부근 옛 예배당 마당에 따로 모여 기도회를 가졌다. 기도회를 마친 일부 교인들은 서초역으로 이동, 새 건물 건너편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사랑의교회는 2000석 규모인 본당에 모든 교인을 수용할 수 없어 그동안 강남역 인근 여러 상가를 임차해왔다. 본당에 들어가지 못한 교인들은 근처 상가 건물 등에 흩어져 영상으로 설교를 듣는 등 공간 문제가 심각해지자 서초역 인근에 대규모 예배당을 건립했다.

신축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오 목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여러 의혹들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대림산업 소유 부지 매입 건이다.

사랑의교회는 2009년 6월1일 새 예배당을 짓기 위해 당시 대림산업 소유인 서초동 1541번지 일대(23개 필지, 약7000㎡)와 인근 지역 1501-9번지(1개 필지, 451㎡) 등 총24개 필지를 1139억원에 매입했다.

그런데 이 부지 중 1개 필지를 제외한 나머지 23개 필지는 대림산업이 그해 2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588억원을 받고 이미 매각한 부지였다.

그렇다면 주택공사에 팔린 부지가 어떻게 교회 측으로 넘어갔을까?

대림산업은 사랑의교회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직후인 2009년 6월3일 이 부지를 주택공사로부터 610억원에 재매입해 교회 측에 넘겼다.

상식선에서 보면 이해하기 힘든 거래였다. 교회 측과 대림산업의 매매계약 체결 당시 등기부등본상 땅주인은 토지공사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교회가 대림산업으로부터 매입한 가격(1139억)이 대림산업이 주택공사한테서 산 610억원에 비해 두배 가까이 높아 각종 의혹이 불거졌다. 이 논란은 이후 수년간 계속돼 왔고 결국 일부 교인들은 지난 7월 오 목사를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대림 “오히려 손해보고 판 것”

대림산업과 교회 측은 토지매매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25일 CNB와의 통화에서 “당시 토지공사와의 거래는 ‘환매조건부 매매’였다”고 밝혔다.

지난 2008년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건설경기의 침체가 깊어지자 ‘건설부문 유동성 지원방안’을 내놓았다. 이 방안 중 하나가 건설사가 보유중인 부동산을 공시지가의 90% 미만으로 주택공사가 매입해 준다는 것.

단, 이렇게 될 경우 감정가(시세)보다 상당히 낮은 가격으로 매입하게 되는 셈이므로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해당 건설사에 1년 이내에 되살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

되살 때 가격은 팔았을 당시 가격에다 이자비용 정도만 더 얹으면 되도록 했다. 아울러 주택공사는 건설사로부터 사들인 부동산을 1년 이내에는 해당 건설사 외에 다른데다 매각할 수 없다.

이는 일종의 ‘콜옵션(Call Option)’과 비슷한 개념이다. 주식시장에서 흔히 쓰이는 개념인 콜옵션은 옵션거래에서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2009년 당시 해당 부지를 토지공사에 판 것은 실제로는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담보대출을 받은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며 “당시 공시지가의 90%도 안되는 금액에 노른자위 부지를 (주택공사에) 판다는 게 말이 되겠느냐. 당연히 1년 안에 되사온다는 전제에서 잠시 등기를 넘겼을 뿐이다”고 해명했다.

교회 측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사랑의교회 새예배당 건설위원회는 “등기부등본에는 소유권이 토지공사로 이전된 것으로 나와 있지만 실제로는 1년 이내에 대림에서 원 소유권을 찾아와야 하는 땅이었으므로 대림과의 매매계약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렇더라도 교회가 대림산업으로부터 매입한 가격 ‘1139억원’이 적정했느냐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대림산업 측은 “그 부지를 최초로 (대림산업이) 취득할 당시 기준으로 계상해보면 장부가가 1150억원을 웃돌았다”며 “회사로서는 오히려 손실을 보고 판 셈”이라고 주장했다.

교회 측 관계자 역시 “매매가 1139억원은 대림이 원했던 가격보다 훨씬 낮춰서 준 금액”이라고 밝혔다.

상황을 종합해보면 610억원짜리 부지를 1139억원에 사들였다는 일부 교인들의 주장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신축부지 적정가는 얼마였을까?

하지만 당시 부동산 시세, 대림산업의 최초 부지 취득가 등을 고려할 때 ‘싸게 샀다’는 교회 측의 주장과 ‘싸게 팔았다’는 대림 측의 주장 또한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사랑의교회가 대림 측으로부터 매입한 신축교회 부지는 24필지, 약7450㎡ 규모다. 필지별로 각각 등기가 돼 있는데다, 대림이 해당 필지들을 구입한 시기가 각각 달라 일괄적인 기준으로 대림의 애초 구입가를 추정하기는 쉽지 않다.

또 2006년부터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가 의무화돼 대림이 그 이전에 매입한 토지의 거래가는 매매계약서를 보지 않는 이상 알 길이 없다. 몇몇 필지는 법적분쟁 가운데 대림이 법원으로부터 넘겨받은 것으로 보여, 시세를 가늠하기 더욱 힘들다.

다만 CNB가 실거래가 신고가 돼 있는 몇몇 필지의 등기부등본을 입수, 분석한 결과 대략적인 대림의 최초구입가를 추정할 수 있었다.

24개 필지 중 서초동 1541-2필지 208.5㎡(약63평)의 경우, 대림이 2006년 12월에 25억3000만원에 구입했다. 평당 4000만원 정도 되는 금액이다. 비슷한 시기 매입한 또다른 필지의 실거래가도 평당 4000만원선이었다.

당시는 부동산 경기가 최고점을 찍던 시기인데다, 대림이 이곳에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건립을 추진하던 때였다. 해당 필지는 지하철 서초역과 연결(도보1~2분) 돼 있으며, 대림은 원주민격인 서초동 꽃마을주택조합으로부터 이 부지를 사들였다. 앞뒤 정황으로 볼때 ‘평당 4000만원’은 당시 최고가로 추정된다.

이 최고가를 기준으로 전체 대림소유 부지 약7450㎡(약2257평)의 땅값을 산정해보면 약900억원 정도다.

대림 측은 여기다 등기비용, 이자비용, 매매수수료 등을 포함해 2009년 6월 사랑의교회 측에 부지를 팔 당시 장부가가 1150억원 정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교회는 대림으로부터 1139억원에 이 땅을 사들였다. 평당 5000만원선이다.

하지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속히 추락했고, 사랑의교회에 부지를 팔 당시인 2009년 6월의 시세는 2006년과 비교할 때 15~20%가량 급락한 상태였다.

더구나 대림은 사랑의교회에 해당 부지를 팔기 1년전 이 부지의 일부를 평당 3500만원에 A기업과 거래했다.

CNB가 단독 입수한 대림과 A기업 간의 ‘토지교환 합의서’에 따르면, 대림은 사랑의교회에 부지를 매각하기 1년전인 2008년 6월, 이 부지에 주상복합아파트를 짓기 위해 A기업 소유의 부지 1개 필지를 사들였다.

사들이는 방식은 서초역에 인접한 대림 소유 부지와 A기업 소유 부지를 맞바꾸는 형태였는데, 대림의 부지는 451.9㎡였고 A기업의 부지는 660.9㎡였다. 대림은 교환면적의 차이분에 대해 A기업에게 평당 35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대림 스스로 당시 시세를 평당 3500만원으로 책정한 것.

대림이 이 부지를 사랑의교회에 매각했을 당시인 2009년 6월에는 전년도에 비해 공시지가가 5%가량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시세가 더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넉넉잡아 평당 3500만원으로 계산하더라도 사랑의교회가 사들인 7450㎡(2257평)의 땅값은 약790억원 정도다. 많아야 800억원이 될까말까한 땅이 1139억원에 팔린 것이다.

당시는 금융위기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고, 대림산업이 건설업계 불황으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상황이었음을 감안한다면 의문이 더 커진다.

이상한 점은 또 있다. 사랑의교회는 이 부지를 사들인 뒤, 통상 대형 부동산거래의 경우 1년 이상 걸리는 잔금납부 관행을 깨고 불과 17일 만에 매매대금을 완납했다.

사랑의교회는 2009년 6월1일 대림과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6월17일 소유권이전 등기 접수를 하면서 동시에 우리은행에 이 부지를 저당 잡혀 600억원을 대출해 잔금을 치렀다.
이밖에 사랑의교회 최고의결기구인 당회의 의결 절차없이 오 목사가 교회 사무처장, 건축위원장, 재정담당 장로 등 4명을 보내 대림과 계약을 체결한 것도 논란이 일고 있다.

교인 2200명, 재정 장부 열람 신청

오 목사 측을 반대하는 교인들로 구성된 ‘사랑넷’ 회원들은 대림과의 토지거래에서 발생한 수백억원의 손실액이 오 목사 측에 흘러 들어갔다며 지난 7월 오 목사를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2006년부터 2011년까지 교회가 사용한 계좌 내역을 열람하게 해달라는 ‘재정 장부 열람 가처분’을 지난 4일 법원에 신청했다. 신청서에는 계좌 열람에 동의하는 교인 2200명의 서명이 첨부됐다.

사랑넷을 이끌고 있는 김모 안수집사는 CNB에 “토지거래 당시의 모든 정황으로 볼때 건설사와 오 목사가 수백억원의 교회 자산을 앗아간 것이 분명하다”며 “정권 실세로 알려진 인물들이 오 목사 측에 포진하고 있어 검찰 수사가 속도를 못내고 있지만 굽히지 않고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일부 교인들의 주장처럼 오 목사 측이 대림산업과의 거래과정에서 비자금을 형성했는 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검찰이 교회 주요관계자들을 불러 차례로 조사하고 있지만, 종교재단이라는 특성상 수사가 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또 지난 대선 때 박근혜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김성주 회장,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 현 정권 실세들이 사랑의교회에 많은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림산업의 내부 사정에 밝은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림이 시세보다 높게 매각한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오 목사의) 횡령·배임이라고 몰고 가는 것은 또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최소한 범죄행위가 성립되려면 대림산업으로 입금된 자금이 다시 오 목사에게로 흘러나왔다는 증거가 확보돼야 커넥션이 성립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사랑의교회의 한 장로는 “오 목사의 횡령 배임 여부를 떠나 의사결정 절차를 투명하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터진 것”이라며 “내가 (하나님의) 목자이니 무조건 나를 따르라는 식의 오만한 태도가 교회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고 한탄했다.

- 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