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귀연 재판부, ‘구속 취소·침대 변론’ 논란 끝 1심 ‘무기징역’ 선고
국회 마비 등 내란죄 인정…국힘 소장파 의원 24명 “뼈저리게 반성”
지난 1년이 넘게 진행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재판에서 ‘구속 취소’와 ‘침대 변론’ 등으로 논란이 많았던 지귀연 부장판사가 이끄는 이번 재판은 결국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무기징역 선고로 1심을 마무리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선고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12·3 비상계엄이 형법상 내란이 맞다’고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해 형법상 내란 우두머리죄의 법정형 가운데 최고형인 ‘사형’은 면했으나 내란 피고인 가운데 정점으로서 가장 높은 형량을 피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원칙적으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헌법상 권한 행사로서 내란죄에 해당할 수 없고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려우나, 그 목적이 국회나 행정·사법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하는 것이라면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이날 “비상계엄의 선포로도 할 수 없는 권한의 행사, 그것도 헌법이 설치한 기관의 기능을 상당 기간 저지하거나 마비시키려는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면, 이는 헌법이 정한 권한 행사라는 명목을 내세워 실제로는 이를 통해 할 수 없는 실력행사를 하려는 것”이라며 “이 경우 국헌문란 목적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이 사건 사실관계의 가장 핵심은 군을 국회로 보낸 것으로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국회를 제압해야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에 계엄을 선포했다는 게 실체에 부합한다”면서 “윤 전 대통령은 국회에 군을 보내 봉쇄하고 주요 정치인 등을 체포하는 방법으로 국회 활동을 저지·마비시켜 국회가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하려는 목적을 내심으로 갖고 있었음을 부정하기 어려우며, 군대를 보내 폭동을 일으킨 사실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측이 ‘야당의 줄탄핵·예산삭감 등에 따른 국가 위기를 타개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계엄이었기 때문에 국헌문란 목적이 아니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명분과 목적을 혼동한 주장”라고 지적해 윤 전 대통령의 행위가 내란죄의 성립 요건인 국헌 ‘문란 목적’과 ‘폭동’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국가 위기 상황으로 판단하고 바로잡고 싶어 했던 것은 그 정당성에 관한 판단을 별론(별도 논의)으로 하더라도 동기나 이유, 명분에 불과할 뿐”이라며 “이를 군을 국회에 보내는 등의 목적으로 볼 순 없다”고 강조하면서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이날 선고 직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나라 근간을 뿌리째 뒤흔든 내란수괴에게 조희대 사법부는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국민 법 감정에 반하는 매우 미흡한 판결”이라며 “사법 정의를 흔든 판결”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정 대표는 이번 판결을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로 달려온 시민, 윤석열 탄핵과 파면을 목청껏 외쳤던 우리 국민의 빛의 혁명에 대한 명백한 후퇴”라고 규정하면서 “역사적 단죄를 확실히 해야 함에도 이를 유예한 조희대 사법부의 행태에 국민은 매우 미흡하고 못마땅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사법부를 질타했다.
그리고 정 대표는 “전두환의 내란보다 훨씬 더 깊고 넓고 아픈 상처를 준 현직 대통령의 내란 행위에 대해 전두환보다 더 엄하게 처벌해야 함에도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아직 2심, 대법원이 남아있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불꽃 같은 눈동자로 감시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앞서 12·3 비상계엄 1년과 윤 전 대통령에 대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사형이 구형됐을 때와 마찬가지로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2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장 대표는 1심 선고 다음 날인 이날 국회 본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아직 1심 판결이다. 무죄 추정의 원칙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적용돼야 한다”며 “안타깝고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어 장 대표 “국민의힘은 줄곧 계엄이 곧 내란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며 “내란죄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가 위법하다는 점도 일관되게 지적해왔고, 이는 우리 당만의 입장도 아니고 다수 헌법학자와 법률 전문가들의 주장이기도 하다”면서 “1심 판결은 이러한 주장을 뒤집을 충분한 근거와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장 대표는 “이미 윤 전 대통령은 탄핵을 통해 계엄에 대한 헌법적·정치적 심판을 받았고 지금 사법적 심판도 받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서 국민으로부터 정치적 심판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1심 선고를 계기로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해야 한다’는 당내 요구에는 “사과와 절연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분열의 씨앗을 뿌리는 일”이라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이름을 이용하는 세력, 대통령과의 절연을 앞세워 당을 갈라치기 하는 세력, 단호하게 절연해야 할 대상은 오히려 이들”이라고 거부했다.
다만 초·재선 의원을 주축으로 한 국민의힘 ‘대안과 미래’ 소장파 의원 24명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법치주의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보수 정당의 일원으로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고 겸허히 수용한다”며 “불법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 헌법 질서를 제대로 수호하지 못했던 점을 뼈저리게 반성하면서 사죄드린다”고 거듭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에게 촉구한다.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혀 있는 ‘윤 어게인’ 세력과 즉각 절연하라”고 촉구하면서 “더는 모호한 입장으로 국민을 기만해선 안 된다. 비상계엄은 내란이라는 사법부의 엄중한 판단 앞에서 아직도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윤 어게인’과 ‘부정선거’를 외치는 극우세력들과의 잘못된 동행은 보수의 공멸을 부를 뿐”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이들은 “이제 우리 국민의힘은 뼈를 깎는 성찰과 반성을 통해 ‘탄핵의 강’을 건너 통합과 혁신의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지금이 역사와 국민이 우리에게 부여한 마지막 기회로서 이 기회마저 외면한다면, 국민의힘은 공당으로서 회복 불가능한 국민적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성권·권영진·진종오·고동진·조은희·권영진·유용원·안상훈 의원이 동참했으며 4선 안철수·3선 송석준 의원 등 총 24명이 회견문에 이름을 올렸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