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통합 광역 지자체에 연간 최대 5조 원, 4년간 최대 20조 원 규모의 재정 지원을 추진하는 가운데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대해 “20조 원은 단순한 예산 숫자가 아니라 우리 지역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비용”이라며 조속한 결단을 촉구했다.
주 의원은 지난 28일 KBS라디오 ‘뉴스레터K’에 출연해 “지금 대구와 경북은 거대한 소멸의 쓰나미 앞에 서 있다”며 “지금은 찬반을 끝없이 토론할 시간이 아니다. 탑승할 것인가, 놓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합 논의가 더디다는 지적에 대해 “필요성 자체의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도청 소재지 문제, 경북 북부권 소외 우려, 행정 기능 축소에 대한 걱정 등 이해관계 충돌과 불안이 겹친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모든 구성원이 100% 만족하는 통합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며 “변화에는 반드시 조정이 필요하고 그 조정을 책임지고 해내는 것이 바로 정치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주 의원은 ‘선통합 후보완’ 구상을 제안했다. 그는 “버스가 지나간 뒤에 손을 흔들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일단 버스에 올라탄 뒤에 좌석을 조정하고 냉방을 맞추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대전·충남, 광주·전남이 통합 논의를 ‘실질적인 트랙’에 올려놓은 점을 들며 “이들 지역이 먼저 통합 단체장을 뽑고 재정 지원과 권한 이양을 선점하면 대구경북은 다음 선거까지 최소 4년을 통째로 잃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이 무등산보다 10년 늦어지며 650억 원의 지원 기회를 놓쳤던 점을 사례로 거론했다.
통합의 실익을 좌우할 ‘권한 재설계’와 관련해선 중앙정부의 과감한 권한 이양을 요구했다. 그는 “예산 몇 푼 더 받는 수준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게임의 규칙(Rule of the Game)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어 ‘연방제 수준에 준하는 결단’을 언급하며 법인세 감면, 규제 프리존에 준하는 인허가 자율권 등 기업 입지를 좌우하는 수단을 지방 정부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통합 인센티브가 ‘지방 경쟁 촉진’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구체적 특례 설계가 미흡하면 통합 이후 갈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교차한다.
통합 이후 청사진에 대해 주 의원은 “해법은 분명하다. 재산업화가 답”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대구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새로운 엔진은 AI 대전환과 로봇 산업”이라며 “대구 경제의 근간인 자동차 부품 산업을 미래형 모빌리티와 로봇 거점 기지로 완전히 재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의 공간·산업 인프라와 대구의 교육·연구 역량을 결합해 ‘규모의 경제와 집적 효과’를 만들고, 청년이 배우고, 일하고, 정착할 수 있는 구조를 지역 안에서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 의원은 지역 소멸의 현실을 설명하며 “대구는 매년 인구가 1만 명씩 줄고, 지역대학 졸업생 2만 명 중 절반 이상이 취업을 위해 수도권으로 떠나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고 진단하며 “이는 광역단체장의 무능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한계의 문제다. 청년을 붙잡으려는 정책이 아니라, 기업이 먼저 오게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통합 과정의 절차 논쟁과 관련해선 주민 의견 수렴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속도감을 주문했다. 주 의원은 “오늘 오후 경북도의회에서 대구·경북 행정통합 안건이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됐다”며 “절차적 정당성은 충분히 확보하되, 동시에 속도감을 잃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치는 결국 결단의 영역”이라며 “저는 그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K-2 군공항 이전 문제와 관련해선 “이전 비용만 해도 20조 원에 가까운 규모”라며 “지방재정으로는 감당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 ‘기부 대 양여’ 방식의 한계를 지적하며 “국가 재정사업으로 전환해 국방부가 계획 수립부터 재원 조달, 추진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그는 국민의힘의 당명 개정에 대해 “내용물은 그대로 둔 채 포장지, 겉모습만 바꾸는 혁신은 포대갈이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전 대표 징계 문제를 두고는 “내부 갈등을 멈추고 통합·화합에 집중해야 한다”고 “역지사지가 정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리 문제와 관련해선 “사과는 했지만 충분했는지는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며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일관성”이라고 말했다.
주 의원은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특정 지역의 이해 문제가 아니라, 양 지역이 함께 소멸을 막기 위한 구조 개혁 과제”라고 강조했다. 통합 논의가 지방선거 국면과 맞물리며 여럿 정치적 해석이 따라붙는 상황에서 결국 관건은 특별법 설계와 권한·재정의 실질적 이전, 그리고 통합 이후 균형발전 장치의 구체화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책임 있는 조정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