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창 안동시장은 경북·대구 행정통합 추진과 관련해 “통합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통합이라면 충분한 논의와 명확한 원칙이 선행돼야 하며 통합 광역단체의 행정 중심은 안동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권 시장은 22일 안동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수도권 일극 체제와 지방소멸 극복을 명분으로 경북·대구 행정통합 추진 계획이 공식화됐지만, 균형발전에 대한 분명한 비전 없이 속도전으로 추진되는 통합은 또 다른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행정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 결합이 아니라 수도권 집중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적 전략이어야 한다”며 “목표와 방향, 추진 순서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숙의 없이 ‘통합부터 하고 보자’는 방식은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 시장은 과거 행정통합 논의가 충분한 공론화 없이 추진됐다가 무산된 사례를 언급하며 “이 같은 반복은 통합이 과연 495만 대구·경북 지역민 모두를 위한 선택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고 말했다.
또한 경북도청 이전 사례를 들어 “균형발전을 목표로 20년에 걸친 논의 끝에 도청 이전이 이뤄졌지만, 북부권은 여전히 의료·산업·교통 등 핵심 인프라에서 소외돼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통합을 서두를 경우 북부권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권 시장은 통합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첫 번째 조건으로 통합특별법에 통합 광역단체 시청의 소재지를 경북도청 소재지인 안동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북도청 이전은 국토 균형발전을 목표로 한 국가적 결정의 결과”라며 “같은 목표를 지향하는 대구·경북 행정통합에서도 행정 중심은 안동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부권은 행정 중심으로, 남부권은 경제 중심으로 기능을 분명히 해야 통합 광역단체의 균형발전과 시너지 효과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조건으로는 기초자치단체 중심의 실질적인 자치권 이양과 재정 자율권 보장을 제시했다. 그는 “통합특별시에 대한 한시적 재정 지원이 아니라 중앙정부 권한의 대폭적인 지방 이양과 행정특례의 상설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 시장은 “대구·경북 통합 논의가 나올 때마다 도청 신도시를 중심으로 북부권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부동산 가치와 개발 기대가 하락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는 통합 이후 모든 기능과 자원이 대구로 쏠릴 것이라는 시민들의 불안감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통합이 곧바로 지방소멸이나 저출생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며 “일자리, 교육, 의료, 문화 등 삶의 질을 좌우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통합만으로 균형발전은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추진 방식에 대해서도 “소수의 지도자가 결정하고 시민들에게 사후적으로 설명하는 하향식 방식은 민주주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며 “각 시·군 단위에서 충분한 토론과 공감대 형성이 이뤄지는 풀뿌리 민주주의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 시장은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향후 100년, 1000년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사안”이라며 “명확한 대안과 로드맵 없이 추진된다면 또 하나의 역사적 실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