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3∼14일 일본 나라현을 방문한다고 청와대가 9일 발표했다.
나라현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고향이자 선거구이다. 수도 도쿄가 아니라 나라현이 회담 장소로 선택된 것은, 이 대통령이 “되도록 지방에서 만나자”고 주문한 데서 비롯됐다.
이 대통령은 작년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다카이치 총리와의 첫 만남에서 “셔틀외교 정신에 따라 다음에는 제가 일본을 방문해야 하는데, 가능하면 나라현으로 가고 싶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13일 오후 나라현에 도착해 다카이치 총리와 정상회담 및 만찬을 할 예정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추모비가 있는 곳
이 대통령의 나라현 방문에 대해 지난해 12월 일본 언론들은 “이 대통령이 나라를 방문하는 김에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직계인 다카이치 총리가 아베의 피살 장소인 나라시의 야마토사이다이(大和西大寺) 지역을 방문토록 함으로써 일본 극우의 호감을 사려 할 수 있다”는 등의 보도를 했었다.
하지만 최근 중-일 갈등이 격화되면서 이 대통령의 방중 기간 중 일본 마이니치신문 등이 “다카이치 총리는 독도 문제 등으로 한국을 자극하면 안 된다”는 등의 기사를 내놓은 바 있어 아베 피살 현장 방문 등은 성사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방문지인 나라현은 한국으로 치면 경주쯤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고대 일본의 수도였다. ‘나라’라는 지명에 대해 한국에서는 “한국어의 나라(국가)라는 단어가 일본에 정착한 것”이라는 학설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일본에선 “나라스(平らす, 땅을 평평하게 하다)라는 단어에서 온 것, 즉 이 지역의 평평함에서 나온 지명”이라는 게 더 지배적인 의견이다.
나라현은 일본 고대의 수도로서 이른바 도래인(한반도에서 일본으로 넘어간 사람들)의 기여와 공적이 많이 남아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도다이지(東大寺: 백제인 후손인 행기 스님이 건립 주역 4인 중 한 명이고, 신라계 목수가 절 건축을 지도했다는 게 나라현의 공식 설명. 도다이지의 유명한 대불상 역시 백제계 후손인 쿠니나카노 무라지 마로/國中連麻呂가 완성), 쇼소인(正倉院: 일본 왕실의 보물 창고로 가야금, 백제의 바둑판 등 고대 한반도 유물이 완벽한 상태로 보관되어 있음) 등이 있다.
이런 유적이 있는 장소이므로 일본 측은 ‘고대 한국과 일본의 친밀한 관계’를 이번 한일정상회담의 회담 장소 또는 배경으로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 "최근세에 항일 협력" vs 다카이치 "고대에 문화 협력" 강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일본 제국주의에 공동으로 맞선 한국과 조선’이라는 최근세사의 협력 인연을 강조한 데 대해, 다카이치는 ‘고대 한일의 문화 교류’를 적극 내세울지 여부가 주목된다.
청와대는 약 두 달 반 만에 이뤄지는 다카이치 총리와의 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지역 및 국제 현안, 경제-사회-문화 등 민생에 직결된 다양한 분야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중국과 일본 간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일 정상이 이와 관련해 어떤 대화를 나눌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대통령은 방일 첫날인 13일에는 다카이치 총리와의 정상회담, 이틀 째인 14일에는 다카이치와의 친교 행사, 동포 간담회 등을 소화한 뒤 귀국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이번 일본 방문으로 상대국을 수시로 오가는 셔틀외교의 의의를 살리는 동시에 미래지향적이고 안정적인 한일관계의 발전 기조를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