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IST 에너지공학과 인수일 교수 연구팀이 첨가제 및 반용매 공정 제어 기술을 적용해 페로브스카이트 기반 베타전지의 핵심 구성 요소인 방사선 흡수체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번 성과로 방사선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효율과 장기 안정성을 동시에 크게 개선하며, 외부 충전 없이 장기간 작동 가능한 고성능 차세대 베타전지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최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우주 탐사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극한 환경에서도 유지보수 없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차세대 에너지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는 수명 한계와 화재 위험, 주기적인 충전과 교체 필요성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이러한 대안으로 주목받는 베타전지는 방사성 동위원소 붕괴 과정에서 방출되는 베타선(전자)을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장치다. 외부 전원 없이 자체 발전이 가능하고 반감기에 따라 매우 긴 수명을 확보할 수 있지만, 기존에는 방사선 흡수체의 낮은 에너지 변환 효율로 인해 상용화에 제약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사성 동위원소인 탄소-14 나노입자를 베타선원으로 적용하고, 방사선 흡수체로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를 도입했다. 특히 연세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박종혁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페로브스카이트 제조 과정에서 메틸암모늄 클로라이드(MACl)를 첨가제로 사용하고 이소프로판올(IPA)을 활용한 반용매 공정이 결정 성장과 결함 제어에 효과적임을 규명했다.
해당 공정을 통해 페로브스카이트 결정 크기를 크게 성장시키고 내부 결함 밀도를 낮춰, 베타선 충돌로 생성된 전자가 재결합 손실 없이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했다. 그 결과 입사된 베타입자 1개당 약 40만 개의 전자가 생성되는 ‘전자 눈사태(Electron Avalanche)’ 현상을 실험적으로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개발된 베타전지는 10.79%의 에너지 변환 효율을 기록했으며, 이는 기존 페로브스카이트 기반 베타전지 최고 보고 효율(약 1.83%) 대비 약 6배 향상된 수치다. 또한 15시간 이상의 연속 구동 시험에서도 성능 저하 없이 안정적인 전력 출력을 유지해 장기 안정성도 입증했다. 해당 성과는 2024년 Nature에 보고된 해외 유사 연구 결과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는 방사선 흡수체 소재와 구조를 나노 수준에서 정밀 제어하는 새로운 설계 전략을 세계 최초로 제시해, 베타전지의 효율과 경제성, 상용화 가능성을 동시에 크게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향후 인체 삽입형 의료기기, 우주 탐사 장비, AI 기반 자율 모빌리티 등 배터리 교체가 어려운 분야의 핵심 전력원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수일 교수는 “이번 연구는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를 활용해 기존 베타전지의 낮은 효율 한계를 극복하고 10% 이상의 고효율을 실증적으로 달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에너지 자립이 요구되는 미래 산업과 AI 기술 분야에서 독립 전원으로 상용화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DGIST 일반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세대 동위원소전지 핵심소재기술 고도화 사업, 4대 과학기술원 InnoCORE 사업, 한국연구재단(NRF) 개인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에너지·탄소 전환 분야 국제 학술지 Carbon Energy(IF 24.2)에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