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6년 초 전 시민에 10만 원 '지역화폐' 지급 추진
531억 투입해 소비 진작-민생 회복 두 마리 토끼 노려
파주시가 오는 2026년 초 전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소득 성격의 '기본생활안정지원금'을 준비하고 있다.
파주시는 시민 1인당 10만 원을 지역화폐 파주페이로 지급해 소비를 빠르게 늘리고 지역 상권을 살린다는 구상이다. 사업비는 총 531억 원 규모다. 시는 지난 20일, 관련 예산안을 파주시의회에 제출하고 본격적인 절차에 들어갔다.
이번 지원금은 모든 파주시민을 대상으로 한다.
시는 교부세 등 이전 재원 추가 확보, 대규모 사업의 단계별 예산 편성, 기금 운용 효율화로 재원을 마련했다고 설명한다. 재정 여력을 최대한 넓혀 편성한 만큼 단기간에 재정건전성이 흔들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중앙정부의 지방교부세 제도 변화도 파주시 부담을 덜어줄 요소로 거론된다.
행정안전부 지방교부세위원회가 지난달 말 발표한 2026년도 보통교부세 개선방안에 따르면, 오는 2027년부터는 지역화폐 발행에 투입된 지방비의 10%를 보통교부세 수요에 반영해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지역화폐 발행 규모가 클수록 더 많은 교부세를 확보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는 셈이다. 파주시처럼 지역화폐를 적극 활용하는 지자체일수록 이번 개선의 수혜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파주시의회와 사전 조율…협치 기대
수백억 원대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시의회 설득도 중요한 변수다.
파주시는 지난달 16일, 제259회 파주시의회 임시회 1차 본회의 직후 소관 상임위인 자치행정위원회와 도시산업위원회 소속 시의원들을 대상으로 '기본생활안정지원금 지급 계획(안)'을 공유했다.
당시 시는 현 시점에서 이 지원금이 필요한 이유와 예산 편성 방향을 중심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예산안을 올리는 사유와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 시와 시의회가 함께 만든 민생 대책이라는 성격을 강화하려는 시도다. 시는 이번 논의 과정을 협치 사례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내놓고 있다.
보편 지원 방식, 파주에서는 이미 한 번 검증
파주시가 다시 한 번 ‘전 시민 보편 지급’ 카드를 꺼낸 것은 과거 사례에서 손에 잡히는 효과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시는 지난 2023년 초 난방비 급등 상황에서 전 세대를 대상으로 긴급 에너지생활안정지원금을 한 차례 지급했다. 지난해 초에는 모든 시민에게 민생회복 생활안정지원금을 파주페이로 지원했다.
이때 지급된 민생회복 생활안정지원금은 올해 6월 말까지 사용 시한이 설정됐다. 해당 기간을 기준으로 지난해 상반기 파주페이 가맹점 전체 매출을 비교하면 효과가 더 뚜렷해진다.
상반기 기준 가맹점 전체 매출액은 74.2% 늘었고 월평균 매출은 65.3% 증가했다. 파주페이 결제 건수도 82% 증가해 지역화폐 형태의 지원금이 실제 결제와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같은 수치는 단발성 소비 이벤트가 아니라, 일정 기간 동안 지역 상권의 매출 구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는 근거로 시가 제시하는 대목이다. 특히, 파주페이를 통한 결제가 늘어나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매출 회복에 직결됐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민생 회복 흐름 잇는 ‘타이밍형 지원’
전국적으로도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이후 소비자심리지수가 지난 2021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민간 소비 지표는 개선 흐름을 타고 있다.
내수 역시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고금리와 고물가, 고용 불안이 겹치면서 시민 체감 경기는 여전히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매출 부담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점도 같은 맥락이다.
파주시는 이런 상황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 지원이 소비를 빠르게 움직이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금성 지원이 단기간에 지역 상권에 직접 투입돼 매출 감소를 막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시는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만들어낸 소비 회복 흐름이 꺾이지 않도록 시기 조절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파주시는 오는 설 명절 전후를 기본생활안정지원금 지급의 적정 시점으로 보고 있다. 명절을 앞두고 식료품, 선물, 외식 등이 집중되는 기간에 지역화폐를 공급하면 소비 진작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구체적인 지급 일정과 세부 방식은 예산안이 시의회를 통과한 이후 확정될 예정이다.
“파주형 기본소득 실험, 민생에 닿아야 완성”
김경일 파주시장은 '기본생활안정지원금'을 파주형 기본소득 실험의 연장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 시장은 “기본소득 성격의 기본생활안정지원금을 통해 오는 2026년에도 민생경제를 최우선으로 삼고 파주시민 모두가 행복한 기본사회 선도 도시를 실현하겠다”며 “시민들의 기본적인 삶을 든든하게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023년 긴급 에너지생활안정지원금과 지난해 민생회복 생활안정지원금으로 일단 효과를 경험한 파주시가 오는 2026년 기본생활안정지원금으로 실험의 수위를 한 단계 더 높이려는 모습이다. 예산 편성과 집행 과정에서 재정 건전성과 체감 효과 사이의 균형을 어디까지 맞추느냐가 이번 정책의 성패를 가를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