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만난 윤석열-곽종근…尹 “국회 군 투입, 질서 유지” 주장
郭 “‘문을 부숴서라도 의원들을 끄집어내라’ 는 지시를 들었다”
 
4개월 만에 내란재판에 출석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처음 대면한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과 지난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 군 투입 경위 등을 놓고 윤 전 대통령은 “국회에 군을 투입한 건 질서유지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증인으로 나온 곽 전 사령관은 “들은 적이 없어 수긍할 수 없다”고 맞서는 등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30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속행 공판을 열었으며, 이에 지난 7월 재구속 이후 16차례 연속 불출석해오다가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윤 전 대통령은 반대신문에서 발언 기회를 얻어 곽 전 사령관에게 직접 질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국회는 어마어마하게 넓은 곳이고, 당시 국회가 회기 중이었는데 확보의 목적을 알아야 투입하는 병력의 규모가 나오는 것”면서 “확보라는 건, 군이 어떤 지점을 장악한 후 민간인 통제를 불허하고 관계자만 출입시키는 식으로 목적을 가지고 하는 건데 그런 게 없이 했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하며 다소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지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국회) 확보라는 게 결국 공공질서라는 것을 위해 민간인을 억압하지 않고 질서 유지를 위해 들어간 것”이라고 주장하자 곽 전 사령관은 “질서 유지라는 데 수긍할 수 없고, 질서 유지나 시민 보호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윤 전 대통령은 “당시 영상을 보면 특전사 요원들이 다 도망 다닌다. 소화기 터질까 봐 도망 다니고, 사람들이 특전사 장병들에게 달려들어서 총을 뺏으려고 하고 진단서를 끊을 만큼 폭행도 당했다”며 “(그래서) 우리가 현장에 민간인 충돌하지 말라고 지시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윤 전 대통령은 “그런 지시가 있었으니 특전사 100명 요원이 사령관의 지시를 받고, 지침에 따라 국회 관계자나 민간인들과 충돌하지 않고 도망 다니며 멱살잡이해도 당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며 “거점을 확보한다는 것도 그 맥락에 들어가는 이야기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곽 전 사령관은 “그건 결이 다른 부분이다. 김현태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장이 (국회를) 확보하려 한 건 건물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받은 행위였다”고 반박하자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암시를 받고, 선포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임무 내지, 조치에 대해서도 들었다면 이게 어떤 계엄인지, 정말 확 엎는 건지 물어볼 궁금증은 생기지 않았느냐. 그냥 받아들였냐?”라고 반문했다.
그러자 곽 전 사령관은 “지금 와서 그런 말씀을 하시면 솔직히 제가 되묻고 싶은 부분이다. ‘설마 아니겠지, 실제 벌어지면 어떡하지’ 하다가 3일에 갑자기 벌어진 것”이라고 주장하자 윤 전 대통령은 “전 세계로 중계방송되는데, 국회 본회의장에 특수부대가 들어가서 의원들을 끄집어내면 아무리 독재자라도 성하겠느냐. 전시 교전용 계엄이 아닌 건 명백한데, 그렇다면 장관에게 어떤 계엄인지 물어볼 수 있지 않았느냐”고 재차 물었다.
그러자 곽 전 사령관은 “말씀하신 게 김 전 장관 생각과 같은지 모르겠지만 만약 김 전 장관이 비상계엄이 시민을 보호하고, 짧게 하고 빨리 빠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면 군이 거기에 왜 들어갔겠느냐. 경찰을 부르면 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앞서 곽 전 사령관은 내란특검팀의 주신문에서도 “당시 윤 전 대통령이 ‘문짝을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고 지시한 사실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네”라고 국회와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 과정에서 증언했던 내용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리고 곽 전 사령관은 특검팀이 “지난해 12월 4일 0시 30분께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화폰을 통해 ‘아직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 문을 열고 국회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키라’는 지시를 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12월 3일 오후 11시 36분과 다음날인 4일 0시 31분 윤 전 대통령과 두 번 통화했다. 의결정족수 이야기하실 때 제가 YTN에서 국회의원들이 모이는 걸 봤다. 그걸 어떻게 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곽 전 사령관은 “시간이 간다고 잊혀지는 게 아니다. 김 전 장관과는 하도 통화를 많이 해서 뭐라고 했는지 (정확한) 기억이 안 나지만 비슷한 결로 이야기했다”고 말하며 감정이 격해진 듯 울먹이기도 했다.
하지만 곽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이 도끼로라도 문을 부수라고 했느냐”는 특검팀 질문에 “도끼라는 표현은 제 기억에 없다. ‘도끼를 사용하라’는 지시는 하지 않았다”면서 “김현태 전 단장에게 ‘전기를 차단할 수 있느냐’고 물은 건 맞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곽 전 사령관의 진술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의 유무죄를 가를 핵심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곽 전 사령관의 증언대로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상황에서 국회의원을 무력으로 국회 밖으로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면,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국헌 문란 목적’이 성립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날 재판 말미 윤 전 대통령은 “체력이 닿는 데까지 하여튼 나오겠다. 재판 출석 의사가 있다”고 밝히면서 “사실 건강 상태가 좋지는 않지만 도저히 못 나오는 상황이 되면 말씀드리고, 웬만하면 나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