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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K-조선, 다시 찾아온 황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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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민영기자 |  2025.10.29 11:09:46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지난 27일 APEC CEO 서밋 퓨처 테크 포럼 조선에서 기조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HD현대)

조선업은 경기를 타는 대표적인 산업이다. 경기가 좋았던 때는 ‘슈퍼사이클’인 2005~2008년이었다. ‘세계화 물결’에 물동량이 대폭 늘자 선사들이 경쟁적으로 배를 발주하던 시절이었다. ‘딜러박스’로 불렸고, HD현대중공업 등 조선업체들은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2008년 미국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덮치자 신규 발주는 확 쪼그라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불황은 10년 넘게 지속됐다. 배값이 오르기 시작한 건 2021년부터다. 오랜 기간 새 배를 들이지 않은 선사들이 경기 회복 신호를 읽고 일제히 신규 발주에 나선 덕분이다.

이러한 국내 조선업계는 연일 수주 성과를 쏟아내며, 최근 다시 호황이 찾아왔다. 특히,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조선 빅3’는 이미 3~4년 치 물량을 확보해 여유롭게 운영되고 있을 정도로 풍부한 일감을 보유하고 있다. 과거에는 일감을 따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수익성이 높은 선박만을 선별해 수주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을 정도로 판도가 달라졌다.

한국 조선업이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이유의 중심에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있다. LNG는 영하 162도 이하의 초저온에서만 액체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이를 안전하게 저장하고 운송하기 위해서는 극저온 환경을 견딜 수 있는 고도의 기술이 필수적이다. LNG 운반선은 그만큼 제작 난도가 높아 선박 한 척의 가격이 약 3400억원에 달하는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꼽힌다.

이처럼 친환경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LNG 운반선과 암모니아 운반선은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한국 조선업의 부활에는 국제 정세의 변화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국가들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줄이고, 그 대체재로 미국산 LNG 수입을 크게 늘렸다. 미국 역시 셰일가스 생산 확대를 바탕으로 세계 최대 LNG 수출국으로 부상하며 초대형 LNG 프로젝트를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대규모 프로젝트들은 앞으로 최소 80척 이상의 신규 LNG 운반선을 필요로 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미국이 지정학적 이유로 중국 조선업계를 견제하면서 중국산 선박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것도 한국에 큰 호재로 작용했다. 즉, 국제 정세와 기술력, 신뢰성이라는 세 가지 요인이 동시에 맞물리면서 한국 조선업에 세계적인 기회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 조선업계와 미국과의 또 다른 움직임도 주목을 끈다. 우선, ‘마스가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미국의 조선 인프라를 지원하면서 동시에 미 해군 군함 및 상선 건조 수주 기회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HD현대가 최근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Huntington Ingalls Industries)와 미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 공동 건조를 위한 합의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한·미 조선산업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는 과거의 침체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다. 글로벌 친환경 규제와 기술 혁신의 흐름 속에서, 한국 조선사는 단순히 선박을 제작하는 제조업체를 넘어, 지속 가능하고 친환경적인 해양 산업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CNB뉴스=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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