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영기자 |
2025.10.28 11:15:26
부산대학교 연구진이 인공지능(AI)과 3차원 영상기술을 활용해 전자기기의 열을 효과적으로 식힐 수 있는 고분자 복합소재를 개발했다. 이 연구는 고방열(高放熱) 소재의 성능을 두 배 이상 높이며, 전자·자동차·항공우주 산업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부산대 응용화학공학부 김채빈 교수와 이재근 교수, 전남대 석유화학소재공학과 안효성 교수 연구팀은 데이터 기반 설계(data-driven engineering) 방식을 통해 고분자 소재 안에서 열이 얼마나 잘 전달되는지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그 구조를 인공지능이 스스로 최적화하도록 했다.
그 결과, 알루미나(Al₂O₃) 미세입자와 실리콘 고무(PDMS)를 섞어 만든 복합소재의 열전도도(thermal conductivity)가 기존보다 2배 이상 향상된 6.89 W/m·K에 도달했다.
핵심은 ‘AI 실험 조합 찾기’였다. 연구팀은 베이지안 최적화(Bayesian Optimization) 알고리즘을 이용해 입자 크기와 혼합 비율을 수백 번의 실험과 예측을 거쳐 자동으로 찾아냈다. 그 과정에서 90μm, 20μm, 3μm, 0.6μm(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 크기의 입자가 가장 조밀하게 채워지는 조합을 알아냈는데, 이것이 열이 빠르게 흐를 수 있는 길을 만드는 핵심 구조였던 것이다.
소재 내부가 실제로 어떤 구조를 이루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3D X-ray CT(컴퓨터단층촬영) 기술을 도입했다. 이 기술로 내부의 입자 연결 상태, 기공 분포, 표면적 등을 정밀하게 시각화함으로써 ‘열이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열전도도는 필러(입자)의 부피, 굴곡 정도, 필러-수지 계면 면적 등 세 가지 요인에 따라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김채빈 교수는 “이번 연구는 무작위성이 큰 복합소재의 구조를 데이터로 해석하고, AI가 스스로 최적의 구조를 찾아내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며 “향후 전기차 배터리, 위성, 항공기 등 고방열 시스템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적 학술지 '컴포지트 사이언스 앤 테크놀로지(Composites Science and Technology)' 11월 10일자에 게재됐다.
공동 교신저자로는 부산대 김채빈 교수와 이재근 교수, 전남대 안효성 교수가 참여했으며, 부산대 나채성 석사과정생과 신상수 석·박사통합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로 연구를 수행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