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한학자 총재 구속…법원 “증거 인멸 우려”
한 “법원 판단 겸허히 받아들이고, 국민께 사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에게 명품 목걸이 등을 건네고, 이른바 ‘원조 윤핵관’(윤 전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운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등 尹정부와 통일교 간 ‘정교유착(政敎癒着, 정치인과 종교인이 서로 깊은 관계로 결합한 밀착 관계) 국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통일교 한학자 총재가 23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정치자금법 위반 등 4개 혐의로 한 총재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을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발부했으며, 전날 5시간가량 이어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서울구치소에서 결과를 대기 중이던 한 총재는 곧바로 정식입소 절차를 밟았다.
한 총재가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고 구속된 건 3대 특검에서 종교계 인사로서는 첫 사례이며, 특히 지난 2012년 9월 단독으로 통일교 총재직에 오른 이래 처음이다.
특검팀은 그동안 한 총재가 세 차례 출석요구에 불응하다 지난 16일 공범인 국민의힘 권 의원이 구속된 뒤에야 전격적으로 출석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인 점과 증거 인멸 우려를 들어 구속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 총재 측은 영장실질심사 최후진술에서 “한국의 정치에 관심이 없고 정치를 잘 모른다”고 강조하면서 불법 정치자금 등 공여자로 지목된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씨(구속기소) 의 진술만 근거로 인신을 구속하려는 시도는 부당하다고도 주장한 것으로 전해지는 등 대체로 혐의 사실을 대체로 부인하면서도 향후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법원은 한 총재는 윤씨와 공모해 지난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의 통일교 지원을 요청하며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와 지난 2022년 4∼7월 ‘건진법사’ 전성배씨(구속기소)를 통해 김건희씨에게 고가 목걸이와 샤넬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데 관여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도 받고 있는 등 구속 필요성을 주장한 특검팀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법원은 김씨에게 건넨 목걸이와 명품가방 등을 교단 자금으로 구매한 혐의(업무상 횡령)와 2022년 10월 자신의 원정 도박 의혹에 관한 경찰 수사에 대비해 윤씨에게 증거 인멸을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받고 있다.
먼저 재판에 넘겨진 윤씨의 공소장에는 ‘통일교 측이 한 총재의 뜻에 따라 국가가 운영돼야 한다’는 ‘정교일치’ 이념을 실현하려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접근해 현안을 청탁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한 총재의 신병을 확보한 특검팀은 그와 관련한 다른 의혹 수사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 총재는 지난 2022년 2∼3월 자신을 찾아온 권 의원에게 금품이 든 쇼핑백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는 것은 물론,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권 의원을 당 대표로 당선시키기 위해 통일교 교인들을 대거 입당시켰다는 의혹도 있어 개인의 자유의사에 반해 특정 정당 가입을 강요하면 정당법 위반으로 관련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실제로 특검팀은 최근 국민의힘 당원 데이터베이스(DB)를 관리하는 외부업체를 압수수색해 통일교인으로 추정되는 11만여명 규모의 당원 명단을 확보했지만, 이들의 가입 시기나 투표권을 가진 책임당원 여부를 가려내는 작업 등이 필요해 영장심사에서 그 입증 자료를 제시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특검팀은 통일교 최고 ‘실세’로 알려진 정원주 전 총재 비서실장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은 “공범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책임 정도 등에 대한 다툴 여지도 있다”면서 기각했다.
정 전 실장은 통일교 최상위 행정조직인 천무원 부원장으로 교단의 2인자이자 한 총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물로서 한 총재의 영장 범죄사실에 적시된 대부분 혐의의 공범으로 언급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한 총재는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 통일교 측을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법원의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앞으로 진행될 수사와 재판 절차에 성실히 임해 진실을 규명하고 이를 계기로 우리 교단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으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앞서 한 총재는 전날 열린 법원 영장실질심사 최후진술에서 “내 식구였던 사람이 일을 벌여, 온 나라가 떠들썩하게 돼 송구하게 생각한다”면서 “나는 특검에 출석해 모두 진솔하게 말했으며, 내가 책임자니까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향후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총재는 “나는 초종교적 지도자며, 세상에 평화를 전하는 데 평생을 바쳐왔으며 소련의 크렘린궁에서 수천명이 모인 가운데 하늘의 섭리를 강연하고, 북한의 김일성과도 만났고 캄보디아의 훈 센 전 총리도 만나 교리를 설파했고 세네갈의 대통령이 나의 가르침을 받아들여 ‘아들’이 되기도 했다”고 언급하면서 “한국의 정치에 관심이 없고 정치를 잘 모른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