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성기자 |
2025.03.20 15:45:19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경영하는 홈플러스의 단기채권, 유동화증권(ABSTB)이 신용등급 강등과 기업회생 신청 여파로 휴지 조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신용등급 하락 또는 가능성을 미리 알면서도 채권 등을 발행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MBK에 대한 검사에 전격 착수했다.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현안질의에서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을 미리 인지했을 것이라는 증언이 나오면서 진상 규명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홈플러스 사태’ 현안 질의에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평가 하락을 예측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묻자 김기범 한국기업평가 대표는 “내부적으로 예측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변했다.
민 의원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25일 홈플러스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에 대한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강등하겠다고 1차 예비 통보를 했다. 이후 홈플러스의 재심 신청을 거쳐 같은 달 28일 최종적으로 등급 하향 조정이 확정됐다.
이와 관련, 사전에 통지된 신용등급 강등 사실이 재심에서 뒤집어질 수 있느냐는 민 의원의 질문에 김 대표는 “재심에서는 좀 희박하다”고 밝혔다. 이어 김 대표는 “(홈플러스가) 거의 25일에 이미 알았다고 봐도 되겠느냐”는 물음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홈플러스의 카드대금채권 기초 유동화증권(ABSTB) 발행 주관사인 신영증권 금정호 사장 역시 국회에 출석해 홈플러스 신용등급 하락 예견 가능성에 동의했다. 금 사장은 “홈플러스가 신용등급이 낮아질 줄 알았다고 생각하느냐”는 민 의원 질의에 “자본시장 입장에서는 당연히 알았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발행 업체와 신용평가사는 계속 교류를 할 수밖에 없다”며 “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고, 등급 유지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 게 필요하다는 그런 얘기들이 오고 갔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금 사장은 “(신용등급이) 떨어졌다고 한 다음에 3월 4일 기업회생을 신청한다는 자체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됐다”며 “2월 25일에 (홈플러스) 등급이 떨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면 홈플러스에 발행 취소를 요구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신영증권이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처음 알게 된 때는 홈플러스가 신평사로부터 등급하락 최종통보를 받은 2월 27일 오후 6시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경영진에 MBK 출신 인사가 다수 포진한 점을 감안하면 대주주 MBK 역시 홈플러스 신용등급 하락을 일찌감치 예견했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MBK 김광일 부회장은 지난해 1월부터 홈플러스 공동대표이사로 재임해 왔다. 차영수 매니징디렉터와 김정환 파트너는 홈플러스 기타비상무이사로 활동 중이고 회사 경영과 재무를 감독하는 감사 또한 MBK 출신 천준호 매니징디렉터가 맡고 있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홈플러스는 이미 재무부담 가중, 영업적자 지속, 수익성 회복 제약 등의 문제가 계속 지적돼 왔는데도 신용등급 하락을 예상 못하고 채권을 발행했다면 이는 한 마디로 ‘사기’고 몰랐다면 방만경영”이라고 성토했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도 “사기 판매의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MBK는 대한민국 자본시장에서 영원히 퇴출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회 정무위 현안질의 다음 날인 19일 금융감독원은 전격적으로 MBK를 겨냥한 검사에 착수했다. 이달 13일부터 신영증권과 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를 상대로 조사를 진행했는데 MBK로 검사 대상을 넓힌 것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MBK의 홈플러스 신용등급 하락 인지시점, 홈플러스 회생신청 계획시기, 전단채 발행 판매과정에서의 부정거래 의혹,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권 양도 과정에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투자자 이익 침해여부 등이 검사 대상에 포함된다”며 “MBK 측에서 진정성이 있다면 검사 및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신용등급 하락 사실 또는 가능성을 알면서도 CP, 전단채 등을 발행해 투자자에게 수천억원대 손해를 끼쳤다면 MBK·홈플러스 경영진은 사법처리를 면키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