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서울 AI 허브를 취재하기 위해 서초구 양재동과 우면동에 취재를 하러 갔다. 서울 AI 허브는 서울시가 인공지능(AI) 관련 전문가와 스타트업을 키우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이다. 지하철 양재시민의숲역에서 나와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건물과 윤봉길 의사 기념관 인근에 서울 AI 허브의 공간들이 흩어져 있다. 희경빌딩, 하이브랜드, 한국교총회관에 이어 앵커시설 건축물이 새롭게 지어져 운영되고 있다.
카이스트 AI 대학원과 국가 AI 연구거점 등이 있는 서울 AI 허브 앵커시설은 단독 건물이다. 지난해 5월에 오픈하고 여러 조직들이 입주하며 AI와 관련된 프로그램들이 새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 앵커시설은 한국교총회관 빌딩 옆에 있는데, 이곳 앞에 양재천이 흐르고 있다.
서울 AI 허브 취재를 마치고 지하철역으로 돌아가며 바람을 쐬고 싶어서 양재천으로 내려갔다. 산책로 겸 자전거 도로로 잘 정비된 양재천에는 졸졸졸 정겹게 흐르는 시냇물 옆으로 나무와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만연한 초록빛은 아니지만 양재천 수질 정화시설 앞에 서서 인근에 있는 LG전자와 KT 사옥, 서울 AI 허브 공간들을 바라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련해지기도 했다.
양재천은 경기도 과천시 관악산에서 발원해 서울 서초구, 강남구로 이어지는 탄천이다. 총 길이 15.6㎞로 자연과 인간, 기술이 공존하는 공간을 걸으며 저녁 햇빛에 물들고 싶었다. 이 하천을 깨끗하게 유지되도록 해주는 수질 정화시설이 고맙기도 했다. 수원에서 20대부터 30대까지 11년 동안 살았는데, 그때 한 모임에서 이런 시설을 연구한다고 했던 성균관대의 한 친구가 생각나기도 했다.
양재천에서는 많은 문화 행사와 페스티벌이 열리기도 한다. 깨끗한 하천을 중심으로 여러 아파트와 IT 기업들, 서울 AI 허브와 건축사무소, 쇼핑몰, 은행 등이 모여 있다. 건축학적으로 도시를 바라봤을 때 깨끗한 자연환경은 매우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도시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생활하는 공간이며, 거북이나 은행나무만큼 오랫동안 살지 못하는 인간이 다음 세대를 위해 물려주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에 제이앤브랜드 정지원 대표, 염선형 실장이 집필한 ‘꿀벌, AI 그리고 브랜드’라는 책의 서평을 썼다. 이 책에서는 기후위기 시대에 미래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요즘 브랜딩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네덜란드의 비영리 단체인 오션클린업이 모금을 위해 ‘태평양에서 100번째 쓰레기 수거’를 3시간 동안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생중계한 이야기도 나온다. 이 라이브에 2022년 오션클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기아(KIA)의 프로젝트 매니저가 출연하는데, 기아는 수거한 플라스틱을 전기자동차 생산에 활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파트너십을 맺은 현대글로비스는 해상 운송 인프라에 카메라를 부착해 해상 플라스틱의 위치나 규모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에르메스가 버섯 가죽을 선택하고, 네덜란드 교외의 소도시 위트레흐트 시의회가 광고 대행사 클리어 채널과 함께 버스정류장 316개를 꿀벌 정류장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시작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았다.
AI는 이미 우리의 삶에 들어와 있다. 앞으로 AI가 경제 또는 일상생활 속에서 차지하는 몫이 더 커질 것이다. 이는 인류의 문명에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일 것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3대 AI 강국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목표를 지지한다.
하지만 항상 깨끗한 하천과 공기, 토양이라는 자연환경 보존의 가치가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의 여러 가지 문제들은 이를 기술적으로 극복하는 방향으로 풀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소 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뿐만 아니라 소재 산업, AI도 지속가능한 지구와 인간의 삶이라는 철학적이고 사회학적인 주제를 놓치지 말아야 유토피아에 도달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시대에는 유엔(UN)을 중심으로 문명권과 인종, 정치, 종교, 국경선에 의한 차이로 인한 갈등도 동시에 줄어들기를 꿈꿔봤다. 그래서 양재천 수질 정화시설 앞에서 늦은 오후의 산보가 행복하고 의미 있었다.
(CNB뉴스=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