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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AI에 쫄지마!”…이 또한 지나가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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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5.03.19 10:27:31

뭣에든 ‘AI’ 마구 갖다 붙이는 시대
‘진짜AI’ ‘가짜AI’ 구분해야 할 판국
한철 메뚜기처럼 왔다 사라질 수도
걱정할 것은 AI 아니라 사람공동체

 

 

(CNB뉴스=도기천 편집국장)

 

“두려워 말라. 이 또한 지나가리니”


AI(인공지능)를 몰라서 도태될까 염려하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최근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는 ‘탄핵’이란 키워드를 능가하는 검색어가 ‘AI’다. 필자가 편집국장을 맡고 있는 <CNB뉴스>의 경우, 하루 평균 2백개 가량의 기사가 송고되는데 이중 AI 관련기사가 매일 20여개에 이른다.

하지만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AI’라는 단어를 온갖 경우에 다 끼워 넣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초보적인 쳇GPT 프로그램을 통해 간단한 워크샵 자료 하나를 만들어놓고 ‘AI 활용한 직원교육 실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낸다. 자동음성안내(콜센터)에 경우의 수를 몇 개 더 추가했을 뿐인데 ‘AI음성안내시스템 도입’이라고 홍보하고, 홈페이지 검색 알고리즘을 조금 손봤을 뿐인데 ‘인공지능 검색기능 도입’이라고 알린다. 금융사들은 투자정보 문자메시지를 업데이트하면서 ‘AI투자정보 알림 서비스’란다. 이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다. 그나마 실체라도 있기 때문이다.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이는 지자체의 장밋빛 공약들이 더 문제다. 대규모 생성형 AI 플랫폼 구축 추진, AI 시대 전력반도체 중심지 도약, OOO에 매머드급 AI허브 조성, AI 슈퍼클러스터 단지 계획 등 뜬구름 잡는 식의 보도자료들이 쏟아진다. (지자체 실명은 공개하지 않기로 한다)

물론 획기적인 뉴스들도 가끔 있다. 삼성SDS가 KAIST와 산학협력으로 개발한 알고리즘이 국가공모전에서 한국형 차세대 암호기술로 선정된 소식, LG전자가 포스코와 협업해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곳에서 시설관리를 수행하는 고도화된 ‘AI 자율주행로봇’을 개발한 것, 삼성전자가 AI 기능이 탑재된 전자칠판을 유럽 최대 교육 기술 전시회(Bett)에서 선보였다는 뉴스 등이다.

이쯤되면 AI의 홍수다. 아마 ‘진짜AI 뉴스’와 ‘가짜AI 뉴스’를 구분해 보도해야 할지도 모른다.

 

한 이십년 전쯤이다. 서울 상암동 일대에 서울시 주도로 조성된 ‘서울DMC(디지털미디어시티)’의 기업 입주가 한창이던 시절 얘기다. 당시 수많은 중소벤처들이 이곳에 둥지를 틀었는데, 그들의 명함에 하나같이 ‘콘텐츠’라는 단어가 박혀있었다.

영상물 제작사는 ‘OO미디어콘텐츠’, 홈페이지 구축해주는 회사는 ‘OO플랫폼콘텐츠’ 이런 식이다. ‘디지털미디어플랫폼콘텐츠’라는 아주 긴 회사명을 가진 기업들도 여럿 있었다. 당대 최첨단 용어들을 죄다 갖다 붙인 것. 이들은 이름처럼 거창하진 않아도 직원 몇명이라도 있는 회사다.

문제는 투자 유치를 전업으로 삼은 곳들이다. 전화 받는 직원 1명, 영업이사 1~2명이 전부인데도 화려한 홈페이지를 만들어 두고, 글로벌·콘텐츠·디지털 따위 단어들로 도배된 영문 브로슈어를 들고 다니며 사람들을 현혹했다.

그러나 보니 “상암동에서 명함에 콘텐츠 새겨 다니는 놈들은 전부 사기꾼”이라는 웃픈 말까지 돌았다. 이십년이 지난 지금도 필자는 ‘콘텐츠’라는 단어를 한마디로 정의하지 못한다.

 

전세계 AI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SAP 센터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회의 ‘GTC 2025’에서 인공지능 로봇을 시연(試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비단 콘텐츠 사태 뿐이 아니다. 국내 산업계에서는 한철 유행처럼 왔다 사라진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것들은 누군가에게 커다란 꿈을 주기도 했지만 결국엔 신기루가 됐다.

아바타에서 변형된 메타버스, 블록체인 바람이 불면서 등장한 NFT(Non-fungible token), 전기차에 편승한 이차전지 등이다. 이것들을 내세운 사업계획만 내놔도 주가(일명 테마주)가 출렁거렸고, 이를 활용한 세력에게 개미들은 늘 당했다. 대기업도 투자했다 손해 보고 철수한 사례가 적지 않다.

어쩌면 작금의 AI도 한철 장사일지 모른다. 다음엔 또 뭔가가 번쩍 등장해 우리를 설레게 할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큰 틀에서 보면, 분명 인류는 갈수록 더 편리한 과학문명을 누리게 될 것이다. 과거 100년이 그랬듯 앞으로의 100년도 점점 사람 할 일을 기계가 대신하는 쪽으로 진화할 것이 분명하다.

다만, 좀 더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 1969년 인류가 달에 착륙했을 때 사람들은 수년 내 우주 왕복선이 생길 것이라 믿었지만, 반세기 넘게 지난 지금까지 왕복선은커녕 달 표면에 발도 딛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던 30여년 전, 직장인들은 조만간 일자리를 인터넷에 뺏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오히려 걱정해야 할 것은 AI가 아니라 인문학이다. 인문학의 걸음이 AI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생기는 괴리가 곧 상실과 좌절을 만들고 나아가 윤리 판단을 흐리게 한다. AI가 사람을 도태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의 부재가 인류를 조금씩 멍청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AI 보다 인간(Human)을 더 걱정하길 간절히 바란다.

(CNB뉴스=도기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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