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운하·송철호 1심 3년=>2심 ‘무죄’로 뒤집혀
하명수사 개입 혐의 백원우·박형철도 ‘무죄’
임종석·조국 ‘윗선’ 재수사 제동...명분 사라져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기소돼 1심에서 각각 징역 3년씩을 선고받았던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과 송철호 전 울산시장에게 항소심에서 각각 무죄가 선고돼 정치권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2부(설범식 이상주 이원석 부장판사)는 4일 공직선거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송 전 시장을 비롯한 이른바 ‘하명 수사’에 나선 혐의로 기소된 황 의원이 1심에서는 두 사람 모두 징역 3년 실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검찰은 지난달 7일 2심 결심공판에서도 1심 구형량과 같이 송 전 시장에게 징역 6년을, 황 의원에게 징역 5년을 각각 구형했으나 이날 선고공판에서는 두 사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청와대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로 알려진 송 전 시장의 당선을 돕기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뼈대로 송 전 시장은 당내 경쟁자였던 더불어민주당 임동호 전 최고위원의 불출마를 회유하기 위해 지난 2017년 9월 울산지방경찰청장이던 황 의원에게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현 국민의힘 의원)과 관련한 수사를 청탁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법원이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법원은 검찰이 문모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이 송 전 부시장의 정보를 토대로 범죄 첩보서를 작성했으며, 이 첩보서가 당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을 통해 황 의원에게 전달돼 ‘하명 수사’가 이뤄졌다고 보고 지난 2020년 1월 이들을 기소했으나 역시 법원이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날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사법부는 울산시 내부 자료를 제공받아 당시 울산시장이던 국민의힘 김 의원에 대한 첩보 보고서를 만든 혐의를 받았던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에게는 선거법 위반 징역 8개월, 위계공무집행방해 징역 6개월 등 총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그리고 울산시청 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울산시청 등 공무원들에 대해서도 각각 벌금 100만~700만원을 선고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송 전 시장과 송 전 부시장이 김 의원 관련 정보를 황 의원에게 제공해 수사를 청탁하고 공모한 사실 등을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확신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백 전 비서관과 박 전 비서관이 하명수사에 개입한 혐의에 대해서도 “대통령 비서실 내 상급자 등의 제3자가 백 전 비서관과 박 전 비서관에게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기 위한 김 의원 비위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를 하거나 송 전 시장을 만나 이를 간접적으로 공모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재판부는 황 의원이 김 의원 수사와 관련해 소속 경찰관들을 전보 조치했다는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도 “황 의원이 송 전 시장으로부터 김 의원 관련 비위 의혹에 대한 수사를 청탁받았다고 볼 수 없다”면서 “특히 소속 경찰관들에 대한 전보 조치가 관련 인사에 관한 규정을 위반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상 직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뿐만 아니라 재판부는 송 전 시장 등이 청와대로부터 울산 공공병원 선거 공약 관련 정보를 제공받고, 김 의원의 공약이었던 산재모(母) 병원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발표를 미뤘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모두 무죄로 봤다.
판결 선고 후 황 의원은 “법원의 정의로운 판결에 경의를 표한다”며 “이번 사건은 애초부터 부당한 보복수사, 또 보복 기소였다. 지난 5년 동안 억울한 누명을 쓰고 긴 시간 재판받는 고통을 겪어 왔지만 이제 법원이 현명한 판결을 내려주어 지난 고통을, 지난 불명예를 회복할 수 있게 되어서 무척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황 의원은 “검찰의 부당한 수사와 기소로 인한 피해는 이제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되며 검찰은 해체돼야 한다”며 “조국혁신당은 검찰을 해체해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서 검찰을 공소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검찰개혁 4법을 완수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송 전 시장은 “먼저 어둠 속에서 진실의 승리를 보여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며 “이 사건은 정치적 목적에 의한 정치적 조작 사건이었고 정치적 사냥 사건이었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사람의 고통을 수단으로 삼아 자기 목적을 달성하려는 사람들 이제 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월 서울고검은 당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에 대해 청와대의 하명수사를 인정한 1심 판결을 토대로 ‘윗선’을 겨냥한 재수사를 명령했으나 이날 재판부의 항소심에서 ‘기획수사 의도를 뒷받침할 증거를 찾기 어렵다’고 판결을 뒤집었기 때문에 수사할 명분이 사라져 검찰의 재수사는 동력을 잃게 됐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