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만 남기고 비상계엄 선포 51일 만에 檢으로 ‘조기 이첩’
강제구인 3전3패, 한계 직면…尹, 과연 검찰에서는 입 열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 사건을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51일 만이자, 윤 대통령을 구속한 지 나흘 만인 23일 검찰로 보내고 기소를 요구했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구속기소)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지난달 3일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케 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함으로써 폭동을 일으킨 혐의와 함께 직무권한을 남용해 경찰 국회경비대 소속 경찰관들과 계엄군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국회의원들의 계엄 해제 요구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도 있다.
이에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당일 법리 검토 등 수사에 착수했고, 이튿날 시민단체의 고발장을 받아 윤 대통령을 내란 등 혐의로 입건했으며, 동시에 수사에 뛰어든 검찰이 지난달 8일 내란 핵심 주동자로 지목된 김 전 장관을 긴급체포해 구속하자 공수처는 사건을 넘기라며 이첩 요청권을 발동했다.
수사의 진행 정도 및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춰 공수처가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사 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는 공수처법에 근거한 조치였으며, 그 사이 공수처는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 국방부 조사본부 등과 함께 공조수사본부(공조본)를 꾸린 뒤, 지난달 16일 윤 대통령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통보했다.
검찰 역시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출석 요구를 마친 상태였지만, 결국 지난달 18일 협의 끝에 검찰은 윤 대통령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하기로 결정하고,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게 세 차례 출석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자 서울서부지법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고, 두 차례 시도 끝에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 대통령을 체포했다.
공수처는 체포 당일 윤 대통령을 단 한차례 10시간 40분 동안 200쪽이 넘는 분량의 질문지를 물었으나,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은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으로 발동 요건을 판·검사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만 남긴 채 조사 내내 진술거부권을 행사했으며, 심지어 조서에 서명·날인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공수처는 윤 대통령 체포 이후 세번의 소환과 세 번에 걸친 강제 구인을 시도했으나 윤 대통령 측은 모두 불응했다. 20일 첫 강제 구인 시도에 윤 대통령 측이 거부했으며, 21일에는 윤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 참석한 뒤 병원 진료를 이유로 오후 9시께 서울구치소로 돌아오면서 공수처 수사팀은 구치소에서 대기하다가 빈손으로 복귀하기도 했다.
결국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 한 번 하지 못한 채 1차 구속기간으로 자체 계산한 28일보다 닷새나 빠른, 이날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당초 공수처는 검찰과 체포 기간을 포함해 최대 20일인 구속기간을 열흘씩 나눠 쓰기로 잠정 협의한 상태였으나 더이상 조사의 실효성이 없는 상황에서 공수처가 구속기간만 소모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공수처 한 핵심 관계자는 23일 기자들과 만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및 국방부 조사본부의 공조가 없었다면 오늘 수사 결과는 발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검찰청 역시 공수처의 이첩 요청권에 응해 사건을 적시에 이첩하고 이후 다수의 조서 및 공소장 관련 자료 등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아직도 공수처에는 비상계엄과 관련된 피의자들 및 관련자들 사건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대상자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책임 있는 수사대상자는 모두 의법 조치될 수 있도록 수사를 엄정히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 파견된 최순호·최재순 부장검사가 과거 국정농단 특검 당시 윤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바 있어 윤 대통령으로서는 자신과 함께 근무했던 후배들을 조사실에서 마주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윤 대통령을 상대로 10일간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일 예정인 가운데 공수처 조사에서는 일관되게 진술을 거부한 윤 대통령이 과연 검찰에서는 어떤 태도를 취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으며, 특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공범과 대질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검찰은 다음 달 5일쯤 사건을 넘겨받는 검찰 특수본이 중앙지법을 관할로 하는 점, 공범인 전현직 군·경찰 인사 10명이 중앙지법에서 재판받는 점 등을 고려해 윤 대통령을 서울중앙지법에 구속 기소할 가능성이 커 이 경우 구속영장 발부와 재판을 하는 법원이 달라지게 돼 향후 공소유지 과정에서 문제가 없는지 등 법리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구속 기소된 날로부터 최대 6개월간 구속 상태로 1심 재판을 받게 되지만 윤 대통령 측은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증거의 적법성을 문제 삼거나 공수처 수사권 문제를 다시 거론하며 치열한 공방을 예고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