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회의 심의 거치지 않은 비상계엄 잘못…막지 못해 송구”
국회 ‘내란 국조특위’ 증인 출석…“국회, 제대로 못하면 역사의 죄인”
국회의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한덕수 국무총리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잘못됐다”면서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막지 못해 국민께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한 총리는 15일 국회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기관 증인으로 출석해 ‘(지난해 12월 3일) 계엄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선포된 것인가’라는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의 질문에 “그렇다고 믿는다”며 이같이 답했다.
이어 한 총리는 “윤 대통령으로부터 당일 오후 8시40분께 계엄 선포 계획을 전해 듣고, 국무위원들을 소집하자고 건의했다”고 밝히면서 “(저는) 틀림없이 모든 국무위원들이 모이면 계엄 문제에 반대 의견을 가졌으리라 믿었기 때문에 (윤 대통령에게) ‘경제, 대외 신인도 등에 굉장한 문제가 있으므로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들어보셔야 한다’고 건의드렸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 총리는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막지 못해 (나라를) 이런 상황에 이르기까지 만들어 저를 포함한 모든 관련된 분들이 충분히 막지 못한 데 대해 항상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저희로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안타깝고 국민들께 정말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아울러 한 총리는 “여러 절차상 흠결이나 실체적 흠결 등으로 봤을 때 (계엄이) 정상적인 것은 아니었고 계엄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피력하면서도 다만 ‘계엄이 잘못이라면서 위헌·위법이라고 표현하지 않느냐’는 민 의원의 지적에 “최종적으로는 사법적 판단·절차로 정해지는 것으로 제가 얘기하기는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또한 한 총리는 본인의 탄핵소추 사유였던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와 관련해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의 질문에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려면) 헌정사상 관례가 있어야 한다”면서 “여야 간 합의를 하지 않고 임명된 헌법재판관은 단 한명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 총리는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해 “많은 전문가와도 논의했고, 야당과도 많은 논의를 했지만, 저는 옛날부터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을 관장하는 헌법재판소를 구성할 수 있느냐 하는 것에 계속 문제가 제기됐다”며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앉으면 못 할 게 뭐가 있겠는가. 그런 것(여야 합의)이 꼭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우리 정치 역사상 항상 어려울 때마다 정치권이 행정부의 여러 문제에 대해 민주적 정당성을 보완해주셨기 때문에 저는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다”면서도 치열한 정쟁을 벌이는 여야를 겨냥해 “이번에 제대로 못하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한 총리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에 영상 메시지 형식의 입장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은 불법’이라고 주장에 대한 민주당 윤건영 의원 질문에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대통령께서도 자신의 결정에 대해 법적·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말씀하신 바 있다”고 답변했다.
앞서 국회 ‘내란혐의 국조특위’는 한 총리를 포함한 92명을 증인으로 채택한 바 있지만,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등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들도 기관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출석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들은 지난 8일 국회 운영위원회 현안 질의에 불출석해 고발된 바 있다.
국회에 따르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심우정 검찰총장, 박세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장(서울고등검찰청장), 조지호 경찰청장,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대통령경호처 직무대행인 김성훈 차장 등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