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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평] 붉은 여왕 황지현, 플레이스막2 개인전..."나는 욕망하는 주체인가?"

2025년 1월 4일부터 26일까지 연희동 622번지에 위치한 '플레이스막2'에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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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진부기자 |  2025.01.14 10:33:00

황지현 작가, 2025년 1월 4일부터 26일까지 플레이스막2에서 개인전 (사진= 황지현 아틀리에)

황지현 작가는 지난 4일 서대문구 연희동 622번지에 위치한 '플레이스막2'에서 개인전 '붉은 여왕(RUDDY QUEEN)'을 오픈했다. 이 전시는 오는 26일까지 열린다.

작가가 보는 것과 보여지는 응시
작가의 의도한 장치일까?


필자는 지난 11일 전시장을 방문했다. 전시 포스터를 보니 '붉은 여왕 황지현'이라고 세로로 큼지막하게 타이틀이 적혀있다. 이 포스터만 보면 이번 개인전의 주제가 '붉은 여왕'인지 '붉은 여왕 황지현'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 나는 플레이스막2 입구에 있는 이 포스터를 보면서 작가가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을 동시에 의식하도록 한 '의도된 장치'라고 생각했다.

 

황지현 작가의 플레이스막2 개인전 포스터 (사진= 플레이스막)

실제로 전시장으로 들어가 작가의 작품을 감상해 보니, 황지현 작가의 '여인과 아들'이라는 작품 속에서 그 증거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작품을 보면 성모 마리아를 작가가 캔버스를 통해 보고 있지만 작품 속에 자신이 작게 들어가 있어서 작품 속에서도 성모 마리아를 보고 있는 장면을 그렸다. 이는 자신이 보는 것과 자신이 자신을 보는 것, 그리고 타자의 응시를 통해 보여지는 것을 복합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욕망하는 주체가 저항하는 '억압'
여성의 삶 속 억압에 대한 저항
베어나오는 현실과 욕망의 충돌


따라서 황지현 작가의 작품을 보면 자연스럽게 라캉이 떠오른다. 라캉은 주체를 데카르트적 '사유하는 주체'가 아닌 '욕망하는 주체'로 정의했다. 억압된 욕망이 무의식으로 남아 의식에 영향을 주는 그 욕망을 말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사유하는 주체로서 이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살아왔지만, 어느 순간 자신이 '욕망하는 주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을 때 느끼는 억압받는 불쾌한 감정은 의식에 영향을 주어서 이를 저항하게 한다.

황지현 작가는 자신의 작가노트를 통해 "본 전시는 여성의 삶 속 내재한 억압에 대해 저항 또는 수렴의 방식으로 마주하는 여성의 다양한 면모에 촛점을 두고 있으며 이를 여성주의적 관점과 알레고리의 특성을 통해 회화로 탐색한다."라고 밝혔다. 필자가 처음에 직관한 감상이 작가의 의도와 어느정도 맞아 떨어지는 대목이다.

 

황지현 작가의 작품 '여인과 아들' 캔버스에 과슈 아크릴, 크래클 미디엄 2024 (사진= 플레이스막)

특히 황 작가는 더 나아가 "자궁, 꽃, 집, 가족, 길 등의 작품 소재는 여성의 탄생부터 성정 과정까지 주체적인 존재로 변화하며 마주하는 심리적 충돌과 감응의 모습을 드러내는 소재들로 활용했다. 혼종적 형태와 선의 반복과 중첩, 기존 소재가 지닌 색의 변형과 조합을 통해 숨기려 하지만 베어 나오는 현실과 욕망의 충돌 지점을 표현했다."라고 썼다.

따라서 필자는 모두에게 황지현 작가의 이번 전시를 꼭 한번 감상해 보기를 추천한다. 작품을 마주하고 바라보면서 그 작품을 보는 자신도 의식을 통해 응시해 보기를 바란다. 어쩌면 그러한 응시 체험은 자신이 '사유하는 주체'가 아니라 '욕망하는 주체'임을 절실하게 깨닫게 해줄 지도 모른다. 억압에서 저항을 통해 자신만의 자유를 찾을 수도 있고, 자신의 모습을 의식을 통해 바라보면서 자신의 내면 속 깊은 곳의 성찰을 할 수도 있을 테니까.

플레이스막(PLACEMAK)에 대하여

필자는 플레이스막2와 황지현 작가의 이번 전시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연희동 622번지를 찾아가면 좁은 골목길에 위치한 전시장을 만나게 된다. 비밀스럽게 들어가 작품을 감상해 보면 왜 황지현 작가의 작품과 잘 어울리는 지 알 수 있다.

플레이스막2라는 이름이 암시하듯이 플레이스막1, 플레이스막3, 플레이스막 방콕, 플레이스막 프로젝트 등이 운영돼 왔다. 홈페이지에 보면, 플레이스막2라는 전시장 공간에 대해 "지금 바로(막), 무엇인가 마구(막) 펼쳐질, 막(幕)을 올릴 수 있는 장(場)이자, 막상 전시를 보러 가면 이미 형성되어 있는 일종의 막(膜)에 현기증을 느끼는 대중들을 위해 순수하고 거침없이 막(幕)을 올릴 장소입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2010년 6월 연남동에서 시작된 플레이스막(PLACEMAK)은 2016년 7월 연희동에 새로운 공간을 형성하고 예술적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예술이 펄펄 살아있는 느낌이다. 예술이라는 영역에 드리워진 묵직한 장막을 걷어내고 대중과 작가, 기획자, 어린이, 과학자 등 다양한 개인과 집단이 경계없이 예술적 관계를 맺고 삶 속에 스미게 하는 것. 그것이 플레이스막의 미션이다. 플레이스막을 방문하면, 이 곳은 예술의 결과물과 과정을 모두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라는 것을 알게 된다.

(CNB뉴스= 김진부 기자,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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