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 년을 돌아본다. 비슷한 일상 속에서도 다양한 일이 있었다. 핸드폰에 꾸깃꾸깃 적혀 있던 메모 가운데 불필요한 것들을 삭제했다. 기록하고 싶어서 남긴 메모도 나중에 볼 때면 “왜 적어놨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공개하기도 부끄러운 메모들이 불순물처럼 화면 속에 떠다녔다.
사는 대로 살고 있고, 오늘은 언제나 처음이다. 오늘이 처음이라면 내일하고 모레는 달라야 하는데 그대로다. 지난해에도 신년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절반도 이루지 못했다. 사람은 생각의 오류가 있어서 잘못된 패턴으로 반복해서 살기 때문에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그래서 인생 역시 쉽게 바뀌지 않는다. 혼자서 나아가려고 발버둥 쳐봤자 내 습관과 관성이 나를 가로막았다.
목표들은 대개 어학 공부 등 학창시절에 대한 아쉬움이 차지했다. 학생 때 열심히 하지 않았던 공부나 활동이 미련이 돼, 후회라는 이름으로 따라다녔던 것이지만 결국 이루지 못했다.
이외의 것들은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 마라톤 출전하기 등 새로운 경험·추억을 쌓는 일이라 실천하기 어렵지 않았으며, 이뤄낸 것만으로도 감사한 한 해였다.
2025년 새해가 밝았다. 새로운 해가 오면서 매듭을 짓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됐다. 호기심으로 시작했다가 끈기 부족으로 시간속에 멈춰버린 날들, 정체된 시간들은 나를 괴롭혔다. 어정쩡하게 기억속에 남아서 지속적으로 나를 건드렸다. “왜 끝까지 해보지 않았냐”고 “최선을 다하지 않았냐”고 말이다.
낙오되기 싫어서 긴박하게 달려오긴 했는데, 어느 순간 느끼는 묵직한 느낌.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가?”라는 느낌이 들며 공허감이 드는 순간도 찾아왔다. 공허감을 충만감으로 바꿀 순 없을까?
“산이 거기 있으니까”의 유명 대사가 떠오른다. 이 대사는 영국의 산악인 ‘조지 말로리’(George Mallory)가 “왜 에베레스트를 계속 오르길 원하는가?”의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등산과 모험의 본질을 간결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는 정상을 찍는 것만이 목표가 아니었다. 산을 오르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의미가 있었고, 그러한 산을 오르는 행위 자체가 그에겐 목적이었던 것이다.
조지 말로리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도전에 끌리면서, 불가능한 것을 시도하는 것에 즐거움과 의미를 찾았다. 이에 “산이 거기 있으니까”라고 말한 대답은 등산계에서는 유명한 말이 됐다.
이처럼 행위 자체에서 오는 치열함과 만족감을 나타내는 의미는 우리에게 교훈을 남긴다. 일터에서 일하는 직장인이나 공부하는 학생도 이에 해당된다. 취미든, 일이든 공부든 100% 쏟아내는 경험이 후회하지 않게 하기 위한 몸부림이란 것을, 과정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누구나 각자에겐 저마다의 삶이 있다. 각자 처한 현실이 있고, 이를 위해 전력을 다해 헤쳐왔음을 알고 있다. 전혀 다른 취향과 기질로써 제 앞에 높인 고난들을 헤치고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어떻게 너는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당신을 응원한다.
(CNB뉴스=김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