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에 대한 MBK파트너스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외국인 투자’ 관련 법규에 저촉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에 대한 MBK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이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근 고려아연은 MBK가 외국인 투자자로 고려아연 M&A의 자격이 없다는 점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그 배경으로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외국 국적이며, 특히 김 회장이 투자심의원회 의장으로서 모든 투자 사안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갖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MBK 측은 투자심의위원회는 김병주 회장 뿐 아니라 11인의 파트너들(내국인 7명, 외국인 4명)로 구성된다는 점을 들어 반박하고 있다. 또한 고려아연의 인수 주체는 국내법인(MBK파트너스 유한책임회사)이며, 해당 법인의 최대주주는 한국국적의 윤종하·김광일 부회장(의결권 기준 59%)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MBK의 회장이자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의장 역할을 하는 김병주(Michael ByungJu Kim) 회장이 외국인 인데다, 모든 경영진 가운데 유일하게 거부권(비토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MBK의 대표업무집행자 부재훈(Jay H. Bu) 부회장 또한 외국인이다.
이들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라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는 게 고려아연 측 주장이다. MBK 측이 핵심적인 권한과 직책을 가진 인물들의 역할을 축소해 설명하면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기술보호법과 국가첨단전략산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외국인이 지배하는 회사가 국가핵심기술과 국가첨단전략기술을 가진 기업을 인수할 때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MBK가 외국인이 지배하는 회사가 아니라는 주장을 수긍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MBK 측은 한국 법에 의거해 세워진 국내 법인이며, 주요 주주와 투심위 구성원 대부분이 한국인이라고 해명했지만, 법 조항에 따른 외국인이 지배하는 회사는 외형이 국내법인인지 여부 등이 핵심 쟁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투심위 구성 대부분이 한국인이라는 해명은 회사의 지배구조나 의사결정구조에 대한 설명과는 동떨어지는 답변이라는 지적이다.
산업기술보호법 시행령 제18조의 2와 국가첨단전략산업법 시행령 제19조에서 ‘외국인 투자’로 판단하는 기준은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체가 외국인인지 여부’이기 때문이다.
또한, MBK 측이 인정했듯이 MBK파트너스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기구는 투심위이다. 이 투심위에서 김병주 회장은 전체를 총괄하는 역할과 함께 가장 중요한 결정 사항인 투자와 투자금 회수 결정에 대해 유일하게 거부권(비토권)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IB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이 보유한 비토권의 의미는 투심위 멤버가 전부 찬성해도 외국인인 김 회장이 그 결정을 뒤집거나 멈출 수 있다는 얘기인데, 결국 김 회장의 지배력이 엄청나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김 회장에 대해) 소극적 권한 운운하는 MBK 측의 해명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지난 11월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 기자들에게 “지배구조와 주주가치를 위해 고려아연 인수에 나섰다”고 말하는 등 스스로 자신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주도하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아울러 MBK 투심위의 의사결정구조 역시 김 회장에게 주도권이 집중돼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MBK 투심위는 주요한 의사결정에 있어 구성원 전원이 아닌 일부 인원에게만 투표권이 주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MBK 측은 투심위 구성원이 총 11명이며 외국인 4명과 내국인 7명으로 구성된다고 밝혔을 뿐 투표권을 가진 인원들과 그들의 국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등 명확하지 않은 해명만 내놓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