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은 회장의 두 가지 고안
기존 주력 사업·신성장 동력
동시에 키우기 위해 속도전
비전 2030 향해 고삐 죈다
[내예기]는 내일을 예비하는 기업들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시계제로에 놓인 경제상황에서 차근히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들을 다룹니다. 불확실성이란 이름 아래 전망은 힘을 잃고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필요한 것은 만반의 대비입니다. 그 진행 과정을 만나보시죠. [내예기]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주>
구심(心)의 두 가지 고안, 이심(二心)에 탄력이 붙고 있다. 이번 [내예기]는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잡는 두 마리 토끼 이야기다.
투트랙이 빠르게 가동되고 있다. LS그룹은 전기·전력·소재 등 기존 주력 사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CFE(탄소 배출 없는 전력)와 배·전·반(배터리·전기차·반도체) 관련 분야를 신성장동력으로 키우는 ‘양손잡이 경영’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되는 사업, 될 사업을 모두 크게 키우기 위해 가속 페달을 동시에 밟는 것이다.
시동은 진작 걸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지난해 2030년까지 자산을 2배로 늘리겠다는 ‘Vision 2030’을 발표했다. 올해 초에는 신년사를 통해 그룹 성장 비전으로 ▲제조 안정화 및 압도적인 제조 경쟁력 확보 ▲미래 신사업·신시장 개척 선도 인재 확보 및 육성 ▲경영철학 ‘LS파트너십’ 재무장을 제시하며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비쳤다.
구 회장의 메시지는 이어졌다. 지난 9월 개최된 ‘LS Future Day’에서는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가 전력 산업이기에 우리 LS에게 또 다른 기회가 오고 있다”며 “우리의 목표인 ’Vision 2030’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임직원 모두가 AI를 활용한 업무혁신을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끊임없는 변화를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계열사별로 새로운 기회 발굴
구자은 회장이 던진 화두는 빠른 시행으로 옮아갔다. LS의 주요 회사들은 전력 인프라와 종합 에너지 솔루션 분야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지속 발굴 및 추진하고 있다. 주시하는 것은 배터리 소재, 전기차 부품 및 충전 솔루션, 친환경 에너지 등이다.
일례로 LS는 전기차 충전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22년 EV 충전 인프라 구축과 운영 사업 개발을 위해 신규 법인 ‘LS이링크’를 E1과 공동 투자해 설립한 바 있다. LS는 LS이링크를 앞세워 그룹 내 전기차 충전사업 역량을 모으고 시너지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LS이링크는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대형 운수·화물 등 B2B 고객을 중심으로 전기차 충전사업을 진행 중이다. LS그룹의 전력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객의 사용환경에 맞춰 천장형 충전기, 전력분배와 순차충전을 자동 제어하는 충전관제 시스템 등 다양한 충전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는 대형 운수, 물류, 화물 등 전국 주요 사업자와 파트너십 체결, 안정적 실적 등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에 IPO(기업공개)를 추진해 유입 자금을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한편 기술력 강화와 사업 확장을 꾀할 계획이다.
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LS전선의 경우 쾌속 출항을 위해 닻을 올렸다. 지난 7월, 약 1조원을 투자해 미국 최대 규모의 해저케이블 공장을 버지니아주 체사피크시에 건설한다고 밝힌 것.
이 공장은 내년 착공해 2027년 준공 예정이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높은 200m 규모의 전력 케이블 생산타워를 갖출 것으로 전망돼 기대를 모으고 있다. LS전선은 미국 해저케이블 시장이 앞으로 10년간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이를 선점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빠른 행보는 계속됐다. 지난 8월에는 멕시코에 대용량 전력배전시스템인 버스덕트(Busduct)와 전기차 배터리 부품을 만드는 두 개의 신규 공장을 착공했다. 버스덕트는 금속 케이스 안에 판형 도체를 넣어 전력을 공급하는 장치로, 조립식이라 전선보다 설치와 이동이 간편하고 전력 사용량을 30% 이상 줄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두 공장은 내년 하반기부터 제품 양산을 시작한다.
글로벌 스마트 에너지 솔루션 기업인 LS일렉트릭은 초고압 생산능력 확대에 1600억원을 투자한다. 특히 전력인프라 핵심 생산기지인 부산사업장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1008억원을 들인다. 부산사업장 초고압 생산동 옆 1만 3223㎡(약 4000평) 규모 유휴부지에 공장을 신축하고, 진공건조 설비(VPD) 2기를 증설해 조립장과 시험실, 용접장 등 전 생산공정을 갖출 계획이다.
‘스마트’한 방식으로…생산효율성 높여
구자은 회장이 강조한 업무혁신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IT혁신을 실현하고 있는 비철금속소재기업 LS MnM의 온산제련소다.
준비를 일찍이 시작했다. LS MnM은 2017년부터 세계 2위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온산제련소에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하는 ODS(Onsan Digital Smelter)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회사는 안전과 환경의 리스크를 사전 관리하고 생산안정성과 생산효율성을 제고해, 올해까지 약 700억원의 경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새로운 분야 발굴에도 적극적이다. LS MnM은 지난해부터 새로운 비즈니스로 배터리 소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해 3월 출자사인 토리컴에 황산니켈공장을 준공하며 EV배터리 소재 사업의 첫 걸음을 내디뎠다. 이제 1조 8000억원대의 투자를 통해 울산과 새만금에 2차전지 소재를 생산하는 대규모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2027년 울산을 시작으로 2029년 새만금 공장이 가동되면, 연간 6만 2000톤 규모의 황산니켈 생산이 기대된다. 이는 전기차 약 125만대에 들어가는 양이다.
LS그룹에 따르면, LS MnM은 LS-엘앤에프 배터리솔루션과 함께 ‘황산니켈 → 전구체 → 양극재로 이어지는 산업 밸류 체인’을 순수 국내 기술로 실현하고, 그룹의 2차전지 소재 사업 생태계 구축에 중추적 역할을 할 계획이다.
(CNB뉴스=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