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예견된 외교 참사” 외교부 강력 질타
국힘 “일본 선의에만 기대다 당했다” 꼬집어
외교 장관 사퇴 요구에 “어떤 책임도 지겠다”
여야는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일본의 ‘사도광산 추도식’ 파행 사태를 두고 한목소리로 외교부를 질타했으며, 이에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현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어떠한 책임도 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는 이날 국회 본청에서 조 장관을 비롯해 김영호 통일부 장관, 강인선 외교부 제2차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체 회의를 열고 긴급 현안 질의를 통해 여야를 막론하고 사도광산 사태와 관련한 질타가 쏟아내면서 “민감한 과거사 문제에서 매번 한 발짝 양보하며, 일본 정부의 선의에 기대 온 정부의 대일(對日)정책의 방향성이 한계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은 “일본의 사도광산 추도사 원문을 받아보고 불참하기로 한 건데 무려 5일 동안 불참에 대한 메시지나 해명 또는 설명이 전혀 없었다”며 “늑장 대응, 굴욕외교, 저자세로 대응했다는 여론이 격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같은 당 권칠승 의원은 “일본이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상황에 대해 놀랐다는 발언이 더 놀라웠다”면서 “이번 사도광산 건은 합의 자체가 군함도 건에 비해 부실하다. 그래서 예견된 외교참사라는 얘기가 있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을 두 번 욕보이는 참사라 생각한다”면서 “더구나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과정 당시 합의 과정부터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의사) 결정 주체가 조 장관이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조 장관이) 대통령실 꼬리 자르기의 희생양이 될 것 같아 참혹하다”며 조 장관의 사퇴를 언급했으며, 아울러 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고 거들자 조 장관은 “어떠한 책임이라도 지겠다. 책임을 통감하겠다는 말 속에 다 포함되어 있다”고 답했다.
또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우리가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 ‘물컵의 반을 채웠으니 일본 측에서 반을 채워 달라’ 했는데 (일본은) 반을 채우기는커녕 오히려 엎질러 버렸다”고 지적하면서 지난 2015년 일본 군함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거론하며 “똑같은 식으로 두 번 연거푸 당했다. 일본의 선의에만 기댔기 때문”이라고 여당 의원들도 지적했다.
아울러 같은 당 김기웅 의원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꼭 남북관계를 보는 것 같다”며 “합의를 성실히 안 지킨 쪽에 대한 규탄이 중심이 되기보다는 ‘원래 일본이 그러는 것 몰랐냐’는 식으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일본의 잘못된 행동을 열심히 알려서 일본에 큰 국제적 압력이 가도록 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조 장관은 “사도광산 추도식과 관련한 일본과의 협의에서 우리 주장을 관철하지 못하고 마지막 순간에 추도식 불참이라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게 된 데 대해 외교부 장관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조 장관은 “정부는 일본이 내년부터는 진정성 있는 추도식을 개최할 수 있도록 지속 촉구해 나가겠다”며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관련 일본의 후속 조치에 관한 경과 보고서가 내년에 유네스코에 제출되게 돼 있는 만큼, 정부는 세계유산위원국으로서 일본의 세계유산위원회 결정 이행 여부를 지속 점검하고 성실한 이행을 촉구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조 장관은 추도식 불참의 결정적인 이유로 일본 측의 ‘추도사’를 꼽으며 “강제동원의 성격에 관한 내용이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7월에 일본 대표의 발언과 전시물에 전시된 내용이 합의 수준이고 최소한 그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게 저희 요구였다”고 설명하는 등 추도식 파행의 책임을 일본에 돌렸다.
아울러 조 장관은 “추도식 개최일 하루 전인 지난 24일까지 치열한 협의를 이어 갔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면서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이 과거 야스쿠니신사 참배 이력에 관한 교도통신의 보도는 추도식 불참 결정 시 고려 요인 중 하나였지만 해당 보도가 없었더라도 정부는 추도식 불참을 결정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