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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에스더쉬퍼, '토미야스 라당' 전시...프란츠 파농의 '검은 피부, 하얀가면'이 모티프?

과들루프섬의 기억과 그 지역 춤에서 비롯된 몸짓 중심의 회화, 영화 등 다양한 매체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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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진부기자 |  2024.11.08 16:07:13

에스더쉬퍼에서 토미야스 라당 작가의 설명을 통역사가 통역하고 있다. (사진= 김진부 기자)

용산 이태원에 위치한 독일 갤러리, '에스더쉬퍼(ESTHER SCHIPPER) 서울'은 2024년 8일 토미야스 라당(b. 1993, 과들루프 레자빔)의 아시아 첫 개인전, '올드 소울 – 뉴 소울(Old Soul – New Soul)'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전시는 11월 8일부터 12월 14일까지 열린다.

 

특히 3층에 전시된 2개의 연작 Chaviré, Soukouss, Liberation 2024'를 주목해 감상할 수 있는데, 이 작품은 식민지화로부터 발생하는 폭력과 인종차별을 비판한 프란츠 파농(Franz Fanon)의 『검은 피부, 하얀 가면』(1952)을 참조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제 강점기를 겪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동질적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의미있는 작품이다.

작가가 직접 제작한 나무 프레임에 담긴 신작 회화를 비롯한 조각, 영화 등 토미야스 라당의 작품세계를 폭넓게 만나볼 수 있다. 토미야스 라당은 카리브해에 위치한 과들루프섬과 프랑스를 오가며 자란 기억과 그 지역의 독특한 춤에서 비롯된 몸짓에 대한 기억을 중심으로 회화, 조각, 퍼포먼스, 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작업을 하는 작가다.

1층 더 윈도우 공간 전시는?

작가는 전시의 시작점인 1층 더 윈도우 공간에 나무 도미노 조각과 KA Spirit(카 스피릿) 드럼 조각, 작은 별 모양 회화로 구성한 설치를 선보인다.

이를 통해 전시 전반에 배인 카리브해 지역의 리듬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KA Spirit 드럼 조각은 세대 간의 교류를 내포한다. 그워 카(Gwo Ka, 과들루프의 전통 핸드 드럼 음악)의 대가인 작가의 삼촌이 먼저 전통적인 방식으로 드럼의 전반적인 몸체를 만든 뒤, 작가가 표면을 깎아 세밀한 무늬를 만들고, 그림을 그려 완성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한 점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두 세대가 협업한 셈이다.

갤러리 관계자는 "도미노는 과들루프의 모든 연령대가 대중적으로 즐기는 게임이다. 그 지방의 부모 또는 조부모는 어린 아이에게 숫자 개념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도미노 게임을 활용한다. 실제 게임 룰에 맞게 배치한 도미노 조각들은 세대에 걸쳐 전달되는 지식의 흐름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2층의 영화 작품 'RIVAL'

2층 전시실에서 선보이는 RIVÂL(라이벌)은 작가의 무용가적 면모를 잘 드러내는 영화 작품이다.

작가가 직접 안무를 짜고, 영상 제작팀인 알렉산더 브락(Alexander Brack), 마티아스 마이슨(Matthias Meisen)과 공동 제작했다. 토미야스 라당과 안무가 앙드레지 비디아맘부(Andrège Bidiamambu)가 주인공 시부케이라(Cibuqueira)와 카루케라(Karukera) 역을 맡았다.

에스더쉬퍼에서 전시 중인 토미야스 라당의 영화 작품 'RIVAL' (사진= 김진부 기자)

시부케이라와 카루케라는 예로부터 원주민이 과들루프의 두 섬인 그랑드테르섬(Grande-Terre)과 바스테르섬(Basse-Terre)을 부르던 이름으로, 각각 ‘유칼립투스 나무의 섬’과 ‘아름다운 물의 섬’을 의미한다.

영화 스토리를 살펴보면, 영화 속 두 주인공은 타국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도시 곳곳을 헤매며 고군분투하는 이민자다. 두 라이벌은 서로 견제하며 부딪히지만, 점점 춤으로써 소통하고 유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영화 감상을 위한 특별한 환경을 고안했다. 직접 조각하고 채색한 나무 아치를 전시장 내부에 맞추어 설치하고 관객이 앉아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방석을 배치했다.

갤러리 관계자는 "이러한 환경은 여러 명의 목수가 있는 가정에서 자란 작가의 어린 시절을 나타내는 동시에 전시장을 누군가의 거실과 같은 편안한 공간으로 탈바꿈한다."고 설명했다.

2층과 3층의 회화 작품은?
3층엔 목판 성상화 연상시키는 2개 연작


2층과 3층 전시실에 선보이는 평면 회화들은 관객을 춤과 몸짓의 세계로 안내한다.

WEB: The link that connects us all(웹: 우리 모두를 연결하는 링크)와 Matriarchal Enigma(모계로 전해지는 비밀)에는 움직임을 화면에 온전히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의 시도가 두드러진다. 유연하고 과감한 붓질로 자유롭게 그린 화면은 춤과 몸짓의 흐름을 유동적으로 담아낸다.

Pyé Kanté, Joué는 크리올(Creole, 유럽과 아프리카 언어의 혼성어)로 ‘굽힌 발, 놀이’를 뜻한다. 화면 속 검은 발이 마치 넘어지지 않으려 중심을 잡는 모습이다. 이는 그워 카 춤에서 매우 중요한 ‘Bigidi(비기디)’라는 동작으로, 리듬에 맞춰 몸의 중심을 발바닥 앞면과 뒷면, 옆면으로 이동해 휘청거리는 춤이다.

갤러리 관계자는 "위태로워 보이는 댄서는 절대 넘어지지 않는데, 이는 혼란스럽고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절대 균형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는 과들루프 사람들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Chaviré, Soukouss, Liberation 2024는 두 개의 화면과 나무 조각으로 이루어진 두폭화 작품이다. 갤러리 관계자는 "캔버스 양옆에 나무 조각을 배치해 목판 성상화를 연상케 한다.

 

에스더쉬퍼에서 전시 중인 토미야스 라당의 작품, 3층에 전시된 Chaviré, Soukouss, Liberation 2024, 이 작품은 식민지화로부터 발생하는 폭력과 인종차별을 비판한 프란츠 파농(Franz Fanon)의 『검은 피부, 하얀 가면』(1952)을 모티프로 하고 있다. (사진= 김진부 기자)

작품 제목은 과들루프 크리올로 ‘전복(顚覆)되다’, ‘전율’, ‘해방’을 뜻한다. 뒤로 공중제비를 하는 두 인물의 흰 가면이 벗겨진 모습이다. 이러한 모티프는 식민지화로부터 발생하는 폭력과 인종차별을 비판한 프란츠 파농(Franz Fanon)의 『검은 피부, 하얀 가면』(1952)을 참조한 것이다. 화면 속 두 인물은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 또는 차별을 받지 않기 위해 정체성과 문화를 숨겨야만 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하얀 가면’을 벗어버리고 자유롭게 자신을 드러내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토미야스 라당의 회화 작업 방식은?
주목할 점은 나무 프레임


토미야스 라당이 회화를 그리는 과정은 형식과 개념적으로 작가의 춤 작업에 뿌리를 둔다.

갤러리 관계자는 "다양한 춤 동작 또는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인물의 몸은 분절되거나 중복되어 강렬한 생동감이 느껴진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신작 회화는 건축물이 자주 등장하는 작가의 초기작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이는 전시 주제와 상통하는 연결점으로, 작가의 과거와 현재가 하나의 화면에서 어우러진다. 먼저 캔버스에 하나의 창을 연다고 생각하며 테두리를 그리고, 그 안에 건축적 요소와 인물들을 스케치 없이 그려 나가는 방식으로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토미야스 라당의 회화에서 주목할 점은 나무 프레임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갤러리 관계자는 "작가가 직접 나무로 틀을 잡고 그 위에 다양한 무늬를 새기거나 장식을 부착한다. Pyé Kanté, Joué의 경우 프레임 사방에 반원 형태의 나무 조각을 부착하고 그 위에 과들루프에 서식하는 횃불생강꽃(porcelain rose), 날개, 파도 등을 새겼다. Matriarchal Enigma, Sky Turn Pink(분홍빛으로 물든 하늘) 등의 프레임 양옆에는 특정 에너지를 지녔다고 여겨지는 크리스털 장식을 부착했다. 작가는 이러한 시도를 통해 화면 속 서사가 캔버스와 프레임이라는 물리적 경계를 넘어 이어지도록 한다."라고 설명했다.

토미야스 라당은 누구인가?

토미야스 라당은 1993년 과들루프 레자빔에서 태어났다. 2015년 렌 2 대학교(University of Rennes 2)에서 졸업한 후 2018년에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베를린에서 거주 및 작업 중이다.

주요 개인전: 《Rhizome: Time of Revelation》, 괴팅겐 미술협회, 괴팅겐, 독일 (2024); 《POLYCHROME - The Myth of Karukera & Cibuqueira》, 갤러리 베딩, 베를린 (2023); 《The Myth of Inner Landscapes》, SAVVY 컨템포러리, 베를린 (2019).

주요 단체전: 《The High Yellow Note》, 빈센트 반 고흐 재단 미술관, 아를, 프랑스 (2024); 《TERRA DIASPORA – Welten Wandeln》, 괴팅겐 미술협회, 괴팅겐, 독일 (2024); 《Society: Or Infinite Rehearsals》, SAVVY 컨템포러리, 베를린 (2024); 《Poly: A Fluid Show》, KINDL – 현대미술센터, 베를린 (2023-2024); 《Embodied Spaces: The Body as Architecture》, 스트라다 갤러리, 뉴욕 (2023); 《Les Enchantées》, 프론트뷰, 베를린 (2023); 《The Garden》, 더 큐레이터스 룸, 암스테르담 (2023); 《Trangressive: Nonkonforme Zugänge zu Kunst and Stadt》, 쿨하우스 베를린, 베를린 (2022); 《Non Playable character, The Fairest》, 제59회 베니스 비엔날레, 베네치아 (2022); 《Home Alone》, ATM 갤러리, 뉴욕 (2020); 《Berlin-Lagos Mobility and Heritage》, 갤러리 베딩, 베를린 (2018).

주요 퍼포먼스: 《The Myth of a Trinity II》, KINDL – 현대미술센터, 베를린 (2023); 《Oversea Riddim》, 베를린 독일 오페라극장, 베를린 (2023); 《What a Time to Be Alive》, 더 큐레이터스 룸, 암스테르담 (2022); 《Gospel of Wealth : Monumental shadow》, SAVVY 컨템포러리, 베를린 (2021); 《The Myth of a Trinity》, 오윤(Oyoun), 베를린 (2020); 《The Myth of a Trinity》, 템프 포트, 생 도미뉘크, 프랑스 (2019); 《The Myth of a Trinity》, 퍼포먼스 아트 페스티벌, K77 스튜디오, 베를린 (2018).

(CNB뉴스= 김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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