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원하기
  •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 오탈자제보

[구병두의 세상읽기] 인간과 기계의 밀착이 부른 ‘상실(喪失)의 시대’

  •  

cnbnews 구병두기자 |  2024.09.26 09:52:24

로봇과의 소통에만 의존하는 시대 도래
인간의 사회적 고립·디지털 범죄 등 우려
인간성 지키고 범죄 막을 대책 마련해야

 

 

사람들은 전화 통화 중에 발생하는 사회적 접촉에 대한 불편함, 거절이나 비판에 대한 두려움, 실수나 잘못 전달된 말로 인해 불안감 등 전화 공포증(telephone phobia)을 느낀다. 이러한 전화 공포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영국의 자동 응답 서비스 기업 페이스포비즈니스(Face for Business)에 따르면 밀레니엄 세대의 76퍼센트가 전화벨을 두려워한다고 응답하고 있어 베이비붐 세대의 응답률 40퍼센트에 비해 훨씬 높게 반응했다. 이러한 반응을 통해 전화 공포증이 젊은이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전화 통화로 업무를 수행하고, 서비스의 상당 부분은 이제 스마트폰 앱이나 온라인 웹을 통해 수행함으로써 인간의 개입이 점차 줄어드는 쪽으로 전환되고 있다.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음식을 주문하고 서류를 발급받으며 요금을 납부하는 등 다양한 상황에서 기계가 반응하는 경우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인간들의 사회적 접촉에서 기계와 소통하는 비율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에는 주로 인간의 단순한 업무를 대신해 주는 기계가 많았지만, 점점 복잡한 과정이 필요한 영역도 기계가 점령하여 인간과 대결하는 국면이다. 이런 전환이 발생하는 이유는 경제적 효율성, 기계가 인간에게 일관되고 예측이 가능한 경험 제공 그리고 개인적 대화 수단으로 유용하다는 점 등에서 더욱 그렇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 인류는 일상생활, 노동, 교육 등 다양한 소통 상황에서 인간보다 기계와 대화하는 비율이 늘어날 것이다. 반면에 인간이 인간과 소통하는 비율이 낮아지면서 세상에 대한 이해도가 줄어들어 왜곡될 위험성은 더 커진다. 기계는 점점 인간화되어 인간과 구분이 안 될 수준의 대화 상대가 되어 튜링 테스트(Turing test)라는 개념 자체도 무색해질지도 모를 일이다. 튜링 테스트는 판단하는 역할을 맡은 한 사람이 다른 두 존재, 즉 하나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인공지능이 된다. 그런데 판단하는 사람이 자신과 대화한 두 존재 중 어느 한쪽이 사람이고 기계인지 구분하지 못할 경우, 튜링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로봇과 협업하는 ‘AI 공장’으로 알려진 삼성전자의 맥시코 케레타로 공장 내부 모습. 냉장고·세탁기 등 연간 400만대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기계와의 대화가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의 사회적 고립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들은 개인의 성향 때문이거나 기계 사용이 불편해서 인간과 소통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콜센터 자동 응답기의 기능이 편리해지고 다양해져도 끝내 인간 상담사를 찾는 고객들이 적지 않은 데에서도 알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타인을 갈망하고 다가가고자 하는 한편, 홀로이기를 원하며 타인과의 거리를 유지하고 싶어하기도 한다. 인간은 이중적인 성향의 소유자이기에 일방적인 방향으로 대화 상대를 고집하지는 않는다.

작금의 로봇공학은 인공지능과 함께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로봇들이 인간을 도와주고, 일상생활에 편의를 제공하는 광경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그러나 로봇공학은 단순히 기계의 발전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과 기계의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로봇공학은 인간의 능력을 보완하여 한계를 극복하는 데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는 로봇이 정밀한 수술을 감행하고 환자의 건강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로봇이 위험한 작업을 대신 수행하면서 인간의 안전을 지켜준다. 이처럼 로봇공학은 인간의 능력 향상을 돕고, 인간의 안전을 지키는 중요한 도구로서의 역할 수행을 맡으며 인간의 능력을 대체하는 것을 뛰어넘어 함께 협력하고 소통하기에 이뤘다.

특히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감정을 인식할 수 있다. 로봇은 인간과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서로의 요구를 이해하며, 더 나은 결과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로봇공학의 발전은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준다. 인간과 기계의 조화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인간은 로봇과 함께 일하고,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노력과 희생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인간과 기계와의 환상적인 조화가 이뤄지게 될 것이고, 이는 우리 인류가 염원하는 비전이자 꿈이기도 하다.

인간은 기계와의 대화를 통해 얻는 지식과 정보가 편리함을 제공할 수 있지만 딥페이크 성 착취물과 같은 반사회적 중대범죄 사건에 이용될 수도 있다. 그러기에 인간성 유지와 개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 방법을 꾸준히 모색해야 한다. 이는 호모 사피엔스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차대한 과제이므로 숙고의 과정을 거쳐 깊이 고민하여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기술의 발전에 대한 적절한 대응과 법적 규제를 마련해야 할 적기(適期)가 아닌가 싶다.


*구병두((사)한국빅데이터협회 부회장/ 전 건국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주)테크큐 대표이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