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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사상최대 연체율’이 호재? 카드업계 씁쓸한 호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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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4.09.04 10:10:46

신용카드 연체율 10년래 최고 기록했지만
주요 카드사들은 역대급 실적행진 이어가
돈줄 막힌 서민, 고금리 카드론 몰린 결과
따가운 시선에도 마케팅 강화…불황의 양면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실행된 첫 영업일인 지난 2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가 한산한 모습이다. 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카드사의 카드론을 이용하는 서민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신용카드 연체율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서민경제에 빨간불이 켜졌음에도, 카드사들은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금융권 대출이 까다로워지자 손쉬운 카드론에 대출자들이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대규모 대손(貸損) 사태에도 불구하고 대출총액이 커지면서 카드사는 웃고, 서민들은 고통이 커지는 기현상이 발생한 것. CNB뉴스가 실태를 들여다봤다. (CNB뉴스=도기천 기자)




“연체율이 높다고 카드사가 반드시 손해를 보는 구조는 아닙니다. 연체율이 높더라도 대출규모가 커지고 금리가 높다면 연체에 따른 손실을 충분히 만회하고도 남으니까요. 그래서 대손(연체) 관리보다는 전체 대출(카드론 등) 규모를 늘리는 쪽에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는 편입니다”(A카드사 관계자)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3고(高) 여파로 서민경제가 나락으로 치닫고 있는 와중에도 국내 카드사들은 올해 상반기에만 1조5천억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2024년 상반기 여신전문금융회사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들의 상반기 순이익은 1조4990억원으로 작년 동기(1조4168억원) 대비 822억원(5.8%) 증가했다. 대손충당금 적립률도 평균 107.5%(6월 말 기준)에 이르는 등 모든 카드사가 100%를 상회했다. 대손충당금은 회수불능채권에 대비해 마련해둔 자금을 뜻한다. 대손충당금이 100%를 넘는다는 의미는 부실채권 전부를 떼이더라도 회사 운영에 별 지장이 없다는 얘기다.

자본적정성 지표인 조정자기자본비율 또한 20.3%로, 모든 카드사가 경영지도비율(8%)을 크게 상회했다. 레버리지비율은 5.4배(규제 한도 8배 이하)로 전년 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이 같은 호실적과 양호한 자산건전성이 역대급 연체율에도 불구하고 이뤄졌다는 점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카드사 연체율은 전년 말(1.63%) 대비 0.06%포인트 상승한 1.69%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 말(1.69%)과 같은 수준으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연체율은 카드 대금, 할부금, 리볼빙, 카드론, 신용대출 등을 이용한 전체 차주 중 1개월 이상 연체한 비율을 뜻한다. 연체율이 1.69%란 얘기는 돈 빌린 사람 100명 중 2명 가까이가 갚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신용카드 연체율이 급격히 늘고 있음에도 카드사들은 막대한 대출이자수익을 올리고 있다. 서울 시내 한 도로변에 부착된 카드 대출 관련 광고물. (사진=연합뉴스)
 

이자장사 폭발적…연체금 모두 떼여도 ‘흑자’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카드사들이 호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대출 총액이 늘었기 때문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의 지난 7월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1조2266억원으로 전달 말 40조6059억원 대비 6207억원(1.53%) 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카드론 잔액은 지난해 12월 38조7613억원을 기록한 이후 8개월 연속 증가세다.

카드사 수익은 크게 카드대출수익, 카드수수료수익, 가맹점수수료수익 3가지인데, 이중 대출수익이 전년 상반기 대비 1942억원이나 늘어 셋 중 으뜸이었다. 카드사들의 대출상품 중 가장 대표적인 게 카드론이다.

여기에다 대출 금리가 오른 점도 호실적에 한몫했다. 4일 현재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현대·국민·롯데·우리·하나)의 카드론 평균금리는 14.47%에 이른다. 전월(14.27%)과 비교해 0.2%포인트 올랐다. 우리카드가 15.79%로 가장 높았고 ▲삼성카드 14.89% ▲롯데카드 14.82% ▲신한카드 14.12% ▲국민카드 14.07% ▲하나카드 13.94% ▲현대카드 13.67% 순이다.

이처럼 대출 총액과 금리 모두 높아지면서 높은 연체율에도 불구하고 전체 수익이 늘어난 것이다.
 


규제가 부른 ‘풍선효과’…불황의 두 얼굴



카드론 대출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풍선효과에 기인한다. 경기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조이기’와 저축은행·대부업체의 대출공급 축소로 인해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카드론에 소비자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대부업계 대출 규모는 12조5000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4.2% 급감했다.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0%로 낮아지면서 대부업체와 저축은행들은 대출공급을 줄이거나 중단하고 있다.

 

대출이자를 갚으려고 카드론을 이용하는 ‘돌려막기’ 차주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서울 서초구 교대역에 채무 관련 법무법인 광고물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카드론은 카드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무담보 단기 대출로, 별다른 심사를 거치지 않기에 이를 활용하는 중저신용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보험사의 약관대출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약관대출은 보험의 보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최대 95% 내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대출서비스다. 카드론과 함께 대표적인 ‘생계형 대출’로 불린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체 보험사 약관대출은 올해 1분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2조원 가까이 늘어난 약 70조원을 기록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CNB뉴스에 “연체율이 늘어도 오히려 카드사 수익은 커지는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며 “경기가 나빠진 상황에서 저축은행과 대부업 대출까지 어려워진 취약 차주가 상대적으로 간편한 카드론을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마디로 불황이 실적 향상에 도움이 됐단 얘기다. 

이런 가운데 일부 카드사들은 공격적인 대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자율 할인’, ‘우대금리 제공’ 등의 혜택을 앞세워 카드론 영업을 강화하고 있는 것. 이에 대한 시선이 따갑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CNB뉴스에 “카드론 및 연체율 지표가 급등하고 있는 상황을 오히려 실적 확대의 기회로 보고 있는 것은 금융사(카드사)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라며 “특히 카드론은 은행권 대출에 비해 금융당국의 제재가 느슨해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지금이라도 금융당국이 제대로 된 실태 파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반기 카드사의 당기순이익 규모가 늘어 전반적으로 수익성과 자산건전성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면서도 “연체율과 카드론 금리가 동시에 상승하고 있는 점은 면밀하게 모니터하고 있으며, 적정수준을 벗어날 경우 선제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CNB뉴스=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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