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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원영적 사고와 주영적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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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24.08.23 09:36:11

유튜브 채널 '콩알탄'에 출연해 원영적 사고를 설명하는 아이브 장원영 (콩알탄 영상 갈무리)

2024년 상반기에 추앙받은 인물을 꼽으라면 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이 빠질 수 없다. 빼어난 외모와 압도적 무대 장악력 때문만은 아니다. 그녀의 특별한 사고방식이 대중의 의식세계를 사로잡았다. 긍정을 넘어선 초월적 긍정. 이를테면 이렇게. 연(鳶)이 마음대로 날지 않으면 이참에 하늘 한번 봤다 치자, 꼴찌가 아니라 뒤에서 1등이다, 내 앞에서 빵이 다 떨어지면 나중에 갓 구운 빵을 먹을 수 있어서 좋다…. 하여튼 매사 감사하고 언제나 기분 좋은 일만 내게 일어난다는 마음가짐이다. 그녀는 입버릇처럼 말한다. “완전 럭키비키잖아!” 비키(Vicky)는 장원영의 영어 이름. 이 자리에 나 자신을 넣으면 종국에 나도 범상치 않은 행운아가 될지 모른다.

경쟁사회에서 갖기 쉬운, 남보다 늘 뒤처진다는 비관적 생각과 큰 차이를 보인다.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에 행운이 깃들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믿음에 실패와 순위는 의미가 없다. 결과에 대한 진단은 자신이 내리면 되는 것이다. 말 지어내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를 두고 ‘원영적 사고(思考)’라 부르기 시작했다. 이러한 연전연승의 정신 승리는 대기업 세미나에서도 심심찮게 소개됐으니 올 상반기 한정 시대정신은 원영적 사고다.

그러나 결코 수월히 취할 수 없는 가공할 정신력. 단련만으로 가닿기 어려운 정신세계를 가진 사람에 대한 추앙은, 급기야 역사 속 인물들을 소환하기에 이르렀다. 요즘 MZ세대들이 ‘좋아요’를 누르며 본다는 영상 속 주인공, 1세대 기업가들이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구인회 LG그룹 창업주 등의 일화를 담은 쇼츠(1분 내외 짧은 영상)의 조회수가 적게는 수 만, 많게는 수백 만회를 기록하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새벽 4시에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식사로 하루를 시작하는 정주영 회장을 비롯해 메모광 이병철 회장의 생활 습관, 최초 아이템 제조기 구인회 회장의 일화가 담긴 영상이 특히 인기다.

상호 연관된 영상은, 알고리즘이란 알다가도 모를 파도를 타더니 잊고 있던 명언 하나를 끄집어냈다. 그 시절 시도에 최우선 가치를 뒀던 정주영 회장의 다그침, “이봐, 해봤어?”이다. 도전정신은 감상적 발상으로 격하되고 코인 한방이나 떡상의 가치가 높아진 현 세태와는 어쩌면 맞지 않는 말. 그래서 오히려 지금 필요한 일성일지도 모른다.

다만 시대에 맞는 보정은 피할 수 없다. 원영적 사고와 주영적 사고의 결합이 필요하다. “이봐, 해봤어?” “해보니까 완전 럭키비키잖아”를 묶어야 한다. 고개를 들었으니 그동안 안 보던 하늘을 본 것이고, 용기 내어 트랙에 서서 달렸으니 뒤에서 1등도 해본 것이다. 결과에 대한 의미부여는 자신의 몫. 두 사고가 만나 일으킨 가공할 충격파는 범인이 범접하지 못할 정신세계로 나를 떡상시킬지도 모른다.

(CNB뉴스=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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