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특별법·택시월급제 유예법’ 통과…28일 본회의 상정
22대 국회 여야 합의 첫 쟁점 법안…“의회 정치 복원 신호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 21대 국회에서 범야권의 단독 강행처리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법안이 폐기된 바 있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과 ‘택시기사 완전월급제 확대 시행 유예안’을 통과시켰다.
22대 국회가 지난 5월 문을 열었으나 신물 나는 ‘쳇바퀴 정쟁’을 일삼던 여야의 합의로 쟁점 민생법안이 상임위에서 처리됐다는 것은 모처럼 의회 정치의 본령을 회복된 것은 물론, 여야 대표 회담을 앞두고 협치의 물꼬를 튼 셈이어서 회담 전체의 분위기와 성과 도출에도 긍정적 영향이 기대되고 있다.
국토위는 이날 오전 전체 회의를 열고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과 택시월급제 유예를 내용으로 하는 ‘택시운송사업 발전법 개정안’을 가결해 오는 28일 법제사법위원회 의결을 거쳐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매를 통해 전세 피해 주택을 낙찰받아 피해자에게 감정가 차익을 돌려주고 공공임대로 장기 제공하는 방식의 정부안을 골자로 하며, 공급 대상은 해당 주택의 전세사기 피해자를 우선으로 하며 경매 차익을 임차료로 지급해 최장 10년간 무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경매 차익이 남지 않거나 공공임대주택에 사는 것을 원치 않을 경우, 전세금 지원 한도액 범위 내에서 LH가 해당 주택 소유자와 전세 계약을 체결한 후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방식의 ‘전세임대주택 제도’를 활용해 민간 임대에 거주하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담겼다.
그리고 전세 사기 피해자 인정 요건인 보증금 한도는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됐으며, 여기에 피해지원위원회에서 자체적으로 2억원의 금액을 추가로 인정할 수 있어 최종 7억원 구간의 세입자도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고, 또한 6개월마다 전세 사기 유형 및 피해 규모에 대한 실태조사를 국회 소관 상임위에 보고하고 제도를 정비하도록 명시했다.
앞서 지난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범야권은 ‘선 보상 후 회수’ 방식의 특별법을 단독 처리했으나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 후 법안은 폐기됐으며, 이에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22대 국회 들어서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국회가 민생을 외면한다’는 비판 속에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협상에 속도가 붙어 이번에 합의했다.
더욱이 이번 ‘전세사기특별법’은 22대 국회 들어 여야의 대치가 지속되며 야당의 단독 법안처리와 대통령의 재의요구라는 악순환이 반복되며 국회의 대결구도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나온 첫 협치의 산물로서 국토위 소속 여야 의원들도 이 부분에 크게 고무된 모습이었다.
이와 관련 맹성규 국토위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특별법 제정 이후 약 1년 3개월 만에 여야 합의로 개정안을 처리했지만, 신속히 개정하지 못한 점은 위원장으로서 유감의 말씀을 드리고, 피해자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피해자 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진전된 지원 방안을 담은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한 것은 매우 다행스럽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여당측 간사인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 전세 피해자들이 우리 국민들이 길거리에 나앉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며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한 여러 대안을 그동안 정부 여당이 찾았으나 아직도 그런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범야권 간사인 민주당 문진석 의원은 “피해자들에게 이렇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그런 일을 국회가 해냈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좋다”면서 “여야가 자기 생각보다는 합의 정신을 살려 양보하며 통 큰 합의처리가 가능했지만, 이번 합의는 하나의 신호탄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토위는 지난 20일부터 전국으로 확대 시행된 택시완전월급제의 전국 시행을 2년 간 유예하는 내용의 ‘택시운송발전법 개정안’도 이날 통과시켰다.
지난 2021년 1월 서울에서 우선 시행됐고, 20일 전국 확대 시행된 바 있는 택시완전월급제는 법인택시 기사에 대해 ‘주 40시간 이상’의 소정근로시간을 강제해 최저임금 이상의 월급을 주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지난 2019년 택시 기사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서울에 도입된 택시 월급제는 법인택시 기사에게 주 40시간 이상 근무하도록 하는 대신 200만원 이상의 고정급을 주는 제도로서 법인택시 회사들은 택시 기사에게 고정급을 주기위해 필요한 월 매출을 맞추기 어렵다는 이유로, 법인택시 기사들은 최소 근무시간 조건을 맞추기 어렵고 일한 만큼 받지 못하게 된다는 이유로 법인택시 회사 측과 양대 노동조합은 모두 월급제 시행으로 법인택시업계가 공멸할 수 있다며 법안 폐기를 강력 요구해 왔다.
그리고 국민의힘도 택시노사의 입장을 받아들여 법안 폐지를 강력하게 요구했으나, 민주당을 비롯해 범야권은 “근본적으로 정부 차원의 택시 경쟁력 강화 정책이 있어야 한다”며 폐지보다는 유예를 주장했다.
이에 교통소위는 논의 과정에서 범야권의 주장이 관철돼 여야간의 합의로 2년 유예로 합의가 이뤄졌으며, 개정안이 28일 본회의를 통과해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되면 월급제 전국 확대 시행은 2026년 8월 19일까지 유예된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