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건강 ‘두마리 토끼’ 잡는 식품사들
정부 쌀소비 정책 부응해 신제품 봇물
쌀식품 시장 커져…미래 먹거리 ‘주목’
MZ를 넘어 잘파? 집단보다 나만의 개성을 중시하는 새로운 소비 세대가 유통가를 흔들고 있다. 웰빙, 가성비, 가치소비, 1인 문화 등이 이들의 주요 키워드다. 이처럼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유통·식품업계의 뉴노멀을 CNB뉴스가 연속 보도한다. 이번 편은 남아도는 쌀을 활용해 다양한 식품군을 개발·보급하고 있는 식품업계 이야기다. <편집자주>
농림축산식품부는 쌀의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22년부터 ‘가루쌀을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대책의 일환으로 가루쌀을 활용한 면류, 빵류 등 15개 제품군 개발에 참여하는 기업에게는 제품군 당 2억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이런 정부정책에 부응해 식품업계도 수입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쌀 가공식품 생산에 힘을 쏟고 있다. 기존 쌀 과자, 베이커리 제품을 비롯해 우유·라면까지 쌀 상품군을 확대 중이다.
실례로 신세계푸드는 최근 우유 대체용 식물성 음료 ‘유아왓유잇 식물성 라이스 베이스드’를 출시했다. 신세계푸드에 따르면, 이 제품은 국산 가루쌀, 현미유 등 식물성 원료가 섞이며 우유와 유사한 맛을 구현했다.
농심은 지난 6월 국산 가루쌀을 활용한 신제품 ‘별미볶음면 매콤찜닭맛’을 선보였다. 쌀면 제조 노하우를 적용해 가루쌀의 장점을 살린 건면에 진하고 매콤한 찜닭맛을 조합한 프리미엄 제품으로 개발했다. 농심 측은 튀기지 않은 건면으로 일반 쌀 대비 부드러운 가루쌀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최적의 제면 방식과 배합비율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오리온도 지난달 국산 쌀로 만든 쌀과자 ‘뉴룽지’를 내놓았다. 오리온에 따르면, 뉴룽지는 일반적인 스낵과 다르게 튀기지 않고 오븐에 구웠으며 국산 쌀을 사용했다.
앞서 해태제과는 지난해 10월 가루쌀 ‘바로미2’로 만든 쌀 초코케이크 ‘오예스 위드미(With 米)’를 한정판으로 발매한 바 있고, SPC삼립도 가루쌀을 원료로 한 식빵·휘낭시에 제품을 출시했다.
가격 경쟁력이 관건…공급가 낮춰야
이처럼 식품기업들이 앞다퉈 가루쌀 제품들을 쏟아내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정부의 쌀소비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쌀 소비량 감소로 인해 남아도는 쌀을 사용하는 동시에 수입 밀 의존도를 줄여 식량자급률을 올리기 위해 가루쌀을 활용한 제품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국내 쌀 소비는 지난 1983년부터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56.4kg으로, 1993년(122.1kg)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다.
가루쌀이 건강과 맛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다는 점도 식품기업들에게 매력적이다.
가루쌀은 단단해서 쉽게 빻을 수 없는 일반 쌀 대신 계량된 별도의 품종으로, 물에 불려 제분해야 하는 일반 쌀과 다르게 그대로 제분해 제면·제빵·제과에 쓰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위장에 부담을 주는 글루텐이 없어 소화가 잘되며, 기름을 덜 흡수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정부는 쌀 가공산업 육성을 통해 쌀 이용 촉진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기준 8조4000억원 규모인 쌀 가공산업 시장을 오는 2028년까지 17조원대 규모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정부 정책 등에 힘입어 식품기업들의 쌀 상품군 확대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CNB뉴스에 “전 연령층이 찾을 수 있도록 건강에 더해 맛과 식감까지 겸비한 제품 개발에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가루쌀의 시장 안착을 위해선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다. 대표적으로 가루쌀 가격은 밀가루 대비 3배 가까이 비싸게 책정돼있다. 이에 정부는 우선 가루쌀 재배면적을 넓혀 규모의 경제를 실현, 공급 가격을 낮춘다는 방침이다.
(CNB뉴스=전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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