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에너지 시대 맞아 新강관산업 주도
64년 노하우로 해상풍력 구조물 공급 ‘속도’
증설·인수로 생산 2배↑…강관역사 다시 써
[내예기]는 ‘내일을 예비하는 기업들’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시계제로에 놓인 경제상황에서 차근히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들을 다룹니다. 불확실성이란 이름 아래 전망은 힘을 잃고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필요한 것은 만반의 대비입니다. 그 진행 과정을 만나보시죠. 이번 편은 에너지 대전환시대를 맞아 해상풍력 분야에서 활로를 찾는 세아제강 이야기입니다. <편집자주>
세아제강은 오랫동안 국내 강관산업을 선도해온 이 분야 1위 기업이다. 1960년 설립돼 국내 강관제조업의 기초를 쌓았으며, 1967년엔 국내 최초로 미국에 강관을 수출하는 등 우리나라 강관산업의 발전을 이끌어왔다.
그런 세아제강이 최근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원에서 안정적인 신재생에너지 공급으로의 에너지 트랜지션이라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제품 공급자로 적극 나서고 있다. 태양열 발전용 강관, 지열발전용 강관에 이어 최근에는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용 강관 공급능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있는 것.
일반적으로 풍력 발전은 설치되는 위치에 따라 육상풍력 발전과 해상풍력 발전으로 구분되는데, 이 중에서도 해상풍력 발전은 육상보다 질 좋은 바다 바람을 활용해 발전 효율이 높고, 육상풍력 발전에서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소음 및 경관 훼손 우려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육지에 비해 설치 및 유지 관리가 쉽지 않고 비용이 많이 드는 건 단점이다.
최근 정부는 향후 5~6년간 해상풍력 사업에 최대 10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초 확정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재생에너지 설비를 2030년까지 40GW 확충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 중 14.3GW를 해상풍력에서 충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세계적으로도 해상풍력은 급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GWEC)는 전 세계 해상풍력 누적 설치 용량이 2022년 63GW에서 2033년 477GW로 약 7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핀파일·자켓·모노파일 생산에 집중
최근 해상풍력 발전의 트렌드는 ‘대형화’와 ‘대단지’다. 발전기가 대형화되며 발전량이 많아지고, 이러한 대형 발전기를 대규모 단지로 조성하여 생산 효율을 향상하고 있는 것. 이러한 대형화 트렌드에서 가장 중요해진 건 풍력 발전기를 튼튼하게 지지하기 위한 하부구조물의 역할이다.
해상풍력 발전기는 바다의 지반과 수심에 따라 총 다섯 가지 형태의 하부구조물을 사용한다. 크게 고정식과 부유식으로 구분되는데, 고정식 하부구조물은 해저 지반에 구조물을 설치해 풍력발전기를 고정하는 방식으로, 일반적으로 수심이 60m 이하인 경우에 사용한다.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은 바다 위에 부유식 구조물을 설치하여 바람의 힘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고정식 해상풍력발전과 달리 해저에 고정되지 않고 해수면에 떠 있는 구조물에 발전기를 설치한다.
여기서 중요하게 나서는 구조물이 핀파일(Pin pile)과, 자켓(Jacket), 모노파일(Monopile) 등인데, 세아제강은 강관산업에서 쌓은 노하우로 이 구조물들을 생산, 공급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17년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 원(East Anglia One)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프랑스, 대만 등 다수의 해상풍력 개발 프로젝트에 공급자로 참여하고 있다.
먼저, 핀파일은 해상풍력 발전기의 하부구조물을 해저에 고정시키기 위해 해저 지반에 박는 긴 강철관 형태의 구조물이다. 핀파일은 고강도의 강철로 제작되어 해양 환경의 부식이나 마모에 강해야 하고, 터빈 타워의 흔들림을 최소화하기 위해 강한 구조적 강도를 가지고 있어야 하므로 높은 기술을 요구한다. 세아제강은 이러한 기준에 맞는 초대형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용 핀파일을 생산하여 납품하고 있다.
자켓도 해상풍력발전소의 기초 구조물 중 하나로, 주로 수심이 깊은 해역에 설치되는 풍력 터빈 타워를 지지하는 데 사용된다. 자켓은 트러스 구조물로 이루어져 거친 해양 환경에서도 높은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자켓은 지반 처리를 최소화하고 소구경 파일을 사용하여 피로 하중으로 인한 파괴를 방지해야 하며, 해양 환경조건과 상부 터빈 기종에 따라 설계 및 제작 방법을 변경해야 하므로 제작 난이도가 매우 높은 하부구조물에 속한다. 세아제강은 자켓을 구성하는 고강도 강관을 생산, 납품하고 있다.
수심이 비교적 얕은 해역에 설치하는 모노파일은 굵은 강철 기둥 형태를 띠고 있는 구조물이다. 세아제강의 계열사인 세아윈드는 영국 내 유일한 모노파일 제조 및 공급업체로, 영국 정부가 주도한 해상풍력발전사업 밸류 체인 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이 밖에도 세아제강은 해상풍력 발전단지에서 생산한 전력을 해저 케이블을 통해 육지에 구축된 계통으로 전달하는 해상변전소(OSS,Offshore Sub Station)와 하부구조물을 연결하는 TP(Transition Piece)용 강관, 부유식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용 강관도 공급하고 있다.
지속투자로 생산능력 확대 ‘드라이브’
세아제강은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공급능력 확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설비 투자 및 사업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세아제강은 지난 2021년 발행한 ESG채권으로 확보한 자금을 친환경 해상풍력 사업에 집중투자하고 있다. 공모자금 사용내역을 보면,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용 강관 원재료 구매에 610억 6200만원,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용 강관 제조설비 투자에 189억 3800만원을 각각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내 풍력발전사업 계열사인 ‘세아윈드’에 1500억원 넘게 투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3월 세아제강은 세아윈드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959만 3040주를 약 1545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RCPS는 향후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와 함께 만기 시 투자금 회수 목적으로 되사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옵션까지 포함된다.
세아제강 측은 “해상풍력 프로젝트의 대형화 추세에 맞춰 하부구조물인 초대형 모노파일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해당 수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한 설비 투자 등을 위한 출자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세아윈드는 해상풍력타워의 기초 구조물인 모노파일을 생산하기 위하여, 영국 노스요크셔 주 미들스브러 지역에 초대형 모노파일을 연간 35만 톤 생산할 수 있는 제조 공장을 짓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순천OF(OffShore Foundation)공장 옆 씨엘에너지스틸 순천지점의 자산 일체를 양수하는 설비 투자를 진행했다. 양수대상인 씨엘에너지스틸 순천지점은 토지면적 기준 약 1만 1528평으로, 세아제강 순천공장은 이번 양수 이후 총면적 약 11만 4767평을 보유하게 돼 해상풍력 구조물 제작 역량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앞서 세아제강은 지난 2020년 신텍 광양공장(현 순천OF공장)을 인수해 핀파일 제조를 위한 롤 벤더(Roll Bender) 1기 및 후처리 설비의 추가 증설을 결정하고, 2023년 1분기에 설비 투자를 완료한 바 있다.
세아제강 측은 “지속적인 자산 양수 및 설비 투자를 통해 경쟁사 대비 격차를 넓혀나가며 절대우위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에너지 대전환시대의 선두주자로 도약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CNB뉴스=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