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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챗GPT 물럿거라, PD저널리즘 납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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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4.08.02 10:30:56

그저 우리가 가공한걸 받아드시면 된다?
기성 언론이 차린 밥상 거부한 시민들
유튜브로 이동해 ‘제2의 저널리즘’ 형성
실시간 소통과 모바일로 언론지형 바꿔
시대는 변했지만 ‘기자 정신’ 잊지 말길

 

 

(CNB뉴스=도기천 편집국장)

 

“아빠, 왜 뉴스를 언론사가 맘대로 편집해? 지들 입맛대로 하자는 거야? 그러면 사건이 왜곡될 수 있자나. 그래서 사람들이 유튜브 보는 거야”

모대학 신방과 2학년에 재학 중인 딸이 필자에게 던진 질문이다.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망치로 머리를 한방 맞은 것 같다.

뉴스란 뭘까? 필자는 30여년 간 기자생활을 하며 뉴스의 의미를 아주 간단하게 이해하고 살았다. 뉴스는 말그대로 ‘새로운 소식을 전하는 일’이라 믿었다. 그래서 관공서, 기업 등 출입처가 배부하는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 쓰면서도, 어쨌든 세상에 새로운 소식을 전하는 ‘뉴스’인 것은 분명하기에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가끔은 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심층취재에 나설 때도 있지만)

그런데 간과했던 게 있다. 그 ‘새로운 소식’이란 게 편집되어 전해진다는 점이다. 배부처는 보도자료를 만들 때 팩트를 최대한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가공한다. 언론사는 그걸 ‘픽’할지 아닐지를 정하고, ‘픽’한 자료에 입맛대로 살을 붙이거나 줄인다. 원고지 5매, 10매 이렇게 미리 분량을 정해두고 편집하는 경우도 잦다. 이렇게 두 차례(배부처,언론사) 가공을 거쳐 뉴스가 탄생된다. 이 과정에 독자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 뉴스의 선택권, 편집권은 오롯이 언론사에 있다.

독자님보다 똑똑한 사람들이 여기 있으니 그저 우리가 가공한 걸 받아드시기만 하면 된다?

뭐 이런 마음가짐으로 30년 기자생활을 했던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게 된다. 딸의 도발 덕분이다.

딸과의 얘기는 최근 TV시사프로에도 등장했다.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한 유시민 작가는 언론을 ‘한정식’에 비유했다.

“포털 뉴스의 첫화면을 한정식처럼 차려놨다 선데이서울(성인용잡지) 보는 거 같다. 선정적이고 압도적이다. 보기가 너무 괴롭다”

자극적인 제목들, 선정(煽情) 경쟁, 깊이 없는 내용들을 반강제적으로 접하게 되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유 작가는 선택권이 제한된 독자가 기존 언론을 떠나 유튜브로 이동하는 현상과 원인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물론 반론도 있다. 유튜브가 알고리즘 때문에 기존 언론보다 오히려 더 편향성을 갖게 된다는 지적이다.


가령, 진보성향의 유튜브 채널을 시청하면 알고리즘에 의해 초기화면이 비판적 컨텐츠들로 채워진다. 이런 류의 영상들만 계속 보게 돼 ‘외골수’가 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의지만 있다면 선택의 바다는 열려있다. 서로 반대(진보,보수) 성향의 채널을 번갈아 본다면 알고리즘이 양쪽 컨텐츠를 모두 띄워주기에 기성 언론보다 나을 수 있다. 결국 내가 무얼 선택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수백 만명이 유튜브로 시청한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인터뷰. 이 생중계가 나간 뒤 여론의 향방이 바뀌게 된다. (사진=JTBC유튜브채널 캡처)

이 선택권이 때론 엄청난 결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수백 만명이 유튜브로 시청한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인터뷰를 보자. 민 대표의 격정적인 언사가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여과없이 전해졌고, 이로 인해 민 대표와 대척하던 하이브가 뿌린 보도자료에 의존하던 언론들은 급당황했다. 결국 여론에 밀려 기사의 방향이 완전히 바뀌었다.

최근 MBC 유튜브 채널의 수익이 급증한 점도 흥미롭다. 윤석열 정부가 연일 MBC라디오 출연자들의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하자, ‘출연자가 도대체 어떤 말을 했는지’ 보기 위해 유튜브 채널로 몰리면서 조회수가 폭발한 것. MBC죽이기에 나선 정부가 되레 MBC를 살린 셈이 됐다.

지난 총선에서도 유튜브의 위력은 대단했다. 정부는 김건희 여사 디올백 사건, 채 상병 순직 사건, 이태원 참사 등 중대 사건들을 축소하려 했지만, 유튜브·SNS까지 막을 순 없었다. 결국 여당은 총선에서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이제 유튜브는 미디어의 한 분야를 넘어 저널리즘 영역 깊숙이 들어왔다. 이른바 2세대 PD저널리즘(영상을 통한 심층취재)이 본격화 된 것이다.

MBC PD수첩, SBS 그것이알고싶다 등이 1세대 PD저널리즘이라면, 이제 실시간 쌍방향 소통을 매개로 하는 2세대가 유튜브를 통해 나래를 펴고 있다.

1세대 시절에는 고가의 장비와 고급 취재인력, 브라운관이 주축을 이뤘다면, 2세대는 모바일과 액션캠, 좋아요·구독·댓글을 통한 쌍방향 소통이 보도의 원천이다.

이는 인공지능(AI)이 흉내낼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한다.

기사를 챗GPT(대화형 인공지능서비스)가 처리하고, 영상편집을 AI가 하는 시대는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수많은 구독자와 함께 만드는 PD저널리즘은 인공지능이 넘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연대의 힘은 인간만이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버트 카파가 2차대전 당시 노르망디 상륙작전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 병사들의 공포감이 고스란히 담긴 역사적 수작으로 꼽힌다. 카파의 기자정신이 지금의 유튜버들에게도 유효하길 바란다. (사진=‘로버트 카파 : 살아남은 열한 장의 증언’ 중)

다만, 잊지 말아야 할 점은 기성언론이든 유튜브든 불변한 가치는 ‘진실 보도’라는 점이다. 이는 팩트 체크 수준을 넘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권력에 대한 비판적 기능을 의미한다.

오래전 필자는 마거릿 히긴스(한국전쟁 종군 여기자), 로버트 카파(2차대전 사진기자) 등을 롤모델로 삼아 기자정신을 외쳤었다. 지금은 카파의 수동 카메라가 고프로 액션캠으로, 활자 신문을 모바일이 대신하고 있지만 진실을 추구하는 정신은 한결같아야 한다.

한 세기 전 전설적인 종군기자 카파의 외침이 지금의 유튜버들에게도 유효하길 바란다.

“만약 당신의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신이 충분히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If your pictures aren't good enough, you're not close enough)”

(CNB뉴스=도기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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