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 서울중앙지검장 불러 공개 질책
대검 감찰부 진상조사 착수…‘김건희 소환’ 후폭풍
이원석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 소환조사 과정에서 자신에게 사전 보고 없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을 공개 질책한 데 이어 대검 감찰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이 총장은 22일 오전 대검청사 집무실에서 이 지검장으로부터 사전 보고 없이 김 여사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경위를 보고 받고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이 지검장은 “이 총장이 ‘제3의 장소’를 반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중앙지검 자체 판단으로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하면서 이 총장에게 여러차례 “죄송하다”는 사과의 입장을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각에서 제기된 이 총장의 사퇴나 이 지검장에 대한 감찰 착수 등 파열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상황은 일단 피한 모양새지만 이 총장은 자신이 ‘패싱’ 된 진상을 파악한 뒤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극적으로 내분이 수습되더라도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 처분 결과에 따라 갈등이 재점화할 수 있어 갈등이 봉합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총장은 이날 오전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패싱 논란’에 대한 질문에 “국민들께 여러 차례에 걸쳐서 ‘우리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씀드렸는데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서울중앙지검의 김 여사 소환조사가 부적절했다고 공개 질타한 바 있다.
또한 이 총장은 지난 2022년 9월16일 검찰총장 취임사에서 인용했던 ‘법불아귀’(法不阿貴·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라는 성어를 다시 언급하면서 “어떠한 보고도 받지 못했지만, 일선 검찰청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것도, 모두 제 책임으로 국민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처럼 검찰 조직의 수장이 일선 수사팀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이 총장은 중앙지검이 김 여사를 검찰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인 종로구 창성동의 대통령경호처 부속 청사에서 비공개로 대면 조사를 진행한 건 영부인 신분인 김 여사에 대한 특혜로서 절차적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총장으로서는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범야권에서 검찰이 이재명 전 대표 등을 겨냥해 편향된 수사를 한다고 비판해 왔고, 앞으로도 이 전 대표와 부인 김혜경 여사 등 수사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 부인 사건이라는 정치적 민감성을 고려할 때 이번 조사가 다른 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검찰청 소환조사’라는 원칙을 적용할 때만 향후 어떠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정치적 공세를 막아낼 명분이 생기는 ‘검찰 중립성의 잣대’가 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검찰 한 관계자는 “김건희 여사 사건은 결론보다도 조사 방법이 더 중요한 사건”이라며 “이 총장은 평소에도 중앙지검에 ‘검찰청 소환’ 원칙을 지킬 것을 누누이 당부하면서 ‘이게 불공정하면 검찰이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중앙지검 수사팀은 ‘제3의 장소’ 조사를 택했고, 그마저도 명품가방 수수 의혹 조사 도중 ‘사후 보고’하자 이 총장은 주변에 “나를 무시했다”, “사건이 종결된다고 국민이 믿겠느냐”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면서 자신의 거취 문제까지 심각하게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서초동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총장이 이날 사퇴 표명을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으나 이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하고 그것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는 제 거취에 대해 판단하겠다”고 일단은 사퇴설에 선을 그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