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 37일 만에 ‘채상병특검법’ 강행 처리…‘정국 급랭’
대통령 거부권 행사 대비해 여야 재표결 ‘수싸움’ 치열
與, ‘단일대오’로 폐기 다짐 vs 野, 이탈표 확보에 주력
‘채상병특검법’(순직해병 수사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 재표결을 거쳐 폐기된 지 37일 만인 지난 4일 다시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범야권의 주도로 국회 문턱을 다시 넘었으나, 윤 대통령이 다시 거부권을 꺼내 들 것이 유력시되면서 정국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민주당 등 192석의 범야권 의원들은 국민의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약 26시간 만에 표결로 강제 종결한 뒤 곧바로 채상병특검법을 표결에 부쳐져 재석 190명 중 찬성 189명, 반대 1명으로 가결시켰다. 22대 국회 들어 처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필리버스터 강제 종결과 특검법 강행 처리에 반발해 퇴장했으나 안철수, 김재섭 의원만 본회의장에 남아 각각 찬성,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탄핵의 교두보를 마련하려는 정쟁용 법안”이라며 그 부당성을 알리는 필리버스터로 특검법 표결을 저지하려 했으나 의석수 열세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대통령실은 채상병특검법 통과 직후 “헌정사에 부끄러운 헌법 유린을 개탄한다”는 입장을 밝혀 윤 대통령은 이번에도 채상병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임을 시사했다.
22대 국회의 첫 통과 법안으로 기록된 이번 채상병특검법이 조만간 정부로 넘어가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올 경우 채상병특검법은 재표결 수순을 밟게 되고, 여야가 또다시 표 대결을 벌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 수 싸움도 본격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특검법의 부당성을 부각하며 법안 폐기를 위한 ‘단일대오’ 유지에 당력을 집중할 방침이지만, 민주당은 특검 찬성 여론을 토대로 정부·여당을 압박할 태세다.
그러나 이번에 펼쳐질 2라운드는 두 달 전과 비교하면 21대 국회 재표결 당시 113석이던 국민의힘 의석이 22대 국회에서는 108석으로 줄었기 때문에 의원 300명 전원이 표결에 참여할 경우, 8명의 이탈표만 나와도 대통령 거부권이 무력화돼 국민의힘에 불리한 형국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시간을 갖고 여론전을 통해 여당을 압박, 국민의힘 ‘단일대오’를 흔들기 위한 전략을 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지난 5월 여야가 기존 법안의 몇몇 핵심 쟁점을 고쳐 이태원특별법을 합의 처리한 사례도 있어 채상병특검법 재표결 국면에서도 다양한 ‘타협안’이 여야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서 가장 유력한 당권주자로 평가받고 있는 한동훈 후보가 내놓은 ‘대법원장 등 제삼자 특검 추천 채상병특검법’,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가 제안한 ‘변협 추천 특검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편 ‘채상병특검법’을 둘러싼 여야 충돌의 여파로 오늘 열릴 예정이었던 22대 국회 개원식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돼 정치권에서는 이번 22대 국회가 ‘87년 체제’ 이후 가장 늦은 개원식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