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자 모두를 위한 거버넌스 형성이 ESG의 출발점”(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이대로는 2050년 넷제로 어려워…국가·다자 간 연대 절실”(모건스탠리캐피탈 회장)
하나금융, 세계적 경제석학·기업인과 국제컨퍼런스 개최…ESG의 목표·방향 제시
[내예기]는 ‘내일을 예비하는 기업들’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시계제로에 놓인 경제상황에서 차근히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들을 다룹니다. 그 진행 과정을 만나보시죠. 이번에는 ‘세계적인 ESG 선도 뱅크’를 목표로 글로벌 ESG 영토를 넓히고 있는 하나금융그룹 이야기입니다. <편집자주>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단어로, 기업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을 도입해 지속가능한 투명경영을 하자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특히 지구촌이 기후변화 위기에 직면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곧 글로벌 경쟁력의 필수요건이 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이런 세계적 추세에 부응해 ‘함께 성장하며 행복을 나누는 금융’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내일을 위한 큰 발걸음’을 비전으로 내세우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꿈꾸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국제컨퍼런스 ‘2023 ESG 글로벌 서밋: 지속 가능한 내일을 위한 위대한 걸음’은 하나금융이 추구하는 미래 비전을 구체적으로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하나금융이 세계경제연구원과 함께 주관한 이날 컨퍼런스에는 세계적인 석학과 국내외 금융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기자는 이날 아침 일찍 행사장에 도착해 취재에 들어갔다.
오전 9시에 행사가 시작됐음에도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이 직접 행사장에 나와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해외 주요 인사들은 실시간 온라인 생중계 방식으로 참여했다. 행사장 뒤편에 방송팀이 별도로 꾸려졌고, 전면의 거대한 모니터에 세계적인 금융 석학과 경영진들이 온라인으로 등장했다. 테이블마다 놓인 번역기를 귀에 대고, 새로운 국제질서와 글로벌 경제 전망, 지속가능성장 강화를 위한 ESG 투자와 경영 등에 대한 기조연설과 패널 토론을 들을 수 있었다.
우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석좌교수가 고견을 선보였다. 그는 “주주 가치 극대화가 사회 전체의 이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주주만이 아니라 이해관계자 모두를 위하는 거버넌스가 ESG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목표들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ESG 표준화를 이루어 기업 활동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기후변화와 양극화 등 복합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며 “국제적인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헨리 페르난데즈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회장은 “세계적 과제 중 하나인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저탄소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2050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는 “자발적 탄소 감축량 거래 시장 등 자본의 역할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후 관련 툴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와 다자기구, 은행, 투자사, 기업 등 누구도 혼자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을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에 세계적인 협력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미국의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락의 아시아태평양지역 마크 매콤 부회장도 힘을 보탰다. 그는 “높아진 지정학적 긴장으로 보호무역주의와 국경 제한이 강화되고 있으며, 기후와 생물다양성 위기 등을 극복하기 위해 공동의 대응과 협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블랙락은 해상발전에 투자하는 등 질서 있는 탄소중립 전환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사장에 직접 참석한 금융인도 많았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초대 금융위원장)은 “현재 세계는 공급망이 붕괴되어 변동성과 취약성이 커지는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직면한 위기를 넘어 탄소중립 목표 달성 등 미래세대를 위해 금융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때이다”고 말했다. ESG 경영체제의 내재화가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과제로 부상했다고 강조했다.
원숙연 이화여대 교수(하나금융그룹 사외이사)는 “금융사로 큰 규모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진행할 때 ESG 관련 기준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소비자리스크위원회를 운영해 불완전판매 등의 어려움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조직에서 임원 등으로 역할을 해야 지속가능한 경영이 가능해 성평등에 주목하고 있으며, 100호 어린이집을 완성해 일과 가정의 양립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미스터 엔’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에이스케 사카키바라 전 일본 대장성 차관,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석좌교수, 로버트 슈라만 노무라그룹 글로벌시장분석 헤드, 헤니 센더 블랙락 매니징디렉터, 김동수 김앤장 ESG경영연구소장, 김상협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 류창원·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등이 자리를 빛냈다.
2030년까지 60조원 규모 ESG금융 조달
하나금융그룹은 지주사 이사회 내에 지속가능경영위원회와 소비자리스크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ESG기획팀을 운영하며 체계적으로 ESG를 실천하고 있다.
중장기 추진 목표로 ‘2030&60’과 ‘제로 앤드 제로’를 진행하고 있다. ‘2030&60’은 2030년까지 채권과 여신, 투자 파트에 총 60조원의 ESG 금융을 조달하는 플랜이다. ‘제로 앤드 제로’는 2050년까지 사업장 탄소 배출량, 석탄 프로젝트 파이낸싱 잔액 제로를 달성하는 계획이다.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도 높다. 올해 6월에 생물 다양성과 관련된 글로벌 ESG 이니셔티브인 TNFD(자연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 PBAF(생물다양성 회계금융연합)에 가입했다.
이미 가시적인 성과도 거두고 있다. ‘2022 ESG 임팩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ESG 활동 결과로 총 3조 8656억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 이는 전년 보다 약 47% 증가한 수치다. 측정 사업수는 2021년 57개에서 지난해 187개로 약 228% 증가했다.
하나금융그룹은 ESG를 글로벌 경쟁력의 기초로 삼아 세계적인 리딩 뱅크가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세계적인 금융투자사와 기업들이 ESG 요소를 투자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는 만큼,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ESG 영토를 꾸준히 확장해 나가겠다는 것.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는 CNB뉴스에 “이사회 안에 ESG를 담당하는 조직을 운영하며 구체적인 실천 및 성과를 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번에 세계경제연구원과 손잡고 진행한 국제컨퍼런스는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열리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CNB뉴스=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