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IFA서 일체형 세탁건조기 공개
한 번에 빨고 말리고… ‘가사 노동’ 혁신
이게 끝? ‘의류 접는 장치’까지 특허출원
올리기만 하면 알아서 가로·세로 개켜줘
“대한민국은 IT강국”이란 말은 이제 잘 쓰지 않습니다. 당연하게 여기는 이유가 가장 클 텐데요. 그만큼 국내 정보통신산업은 급속도로 성장하며 세계에 이름을 날려 왔습니다. 날로 고도화되는 기술, 이를 바탕으로 탄생한 혁신적인 제품들이 증거입니다. 그리고 그 수많은 결과물에는 반드시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IT 이야기’, 줄여서 [잇(IT)야기]에서 그 설을 풀어봅니다. <편집자주>
가사노동은 지난합니다. 끝날 듯, 끝나지 않습니다. 돌아서면 할일이 보입니다.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개수대에 드러누운 그릇들, 빨래통에 쌓인 양말까지. 눈 돌릴 때마다 하나씩 밟힙니다. 대신 해결해줄 사람은 없습니다. 어쩔 수 없죠. 내일의 나에게 미뤄봤자 업보는 배로 쌓여 태산처럼 돌아옵니다. 그만 쉬려 붙였던 엉덩이를 떼야 합니다. 집안일이 하나라도 줄어들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도 장밋빛 공상에 빠져 고무장갑을 낍니다.
가사노동의 조력자인 가전제품에 바라는 게 있다면 할일을 하나라도 덜어주는 거겠죠? 동선과 동작을 줄여주는 식으로요. 지난 9월 5일 막을 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3에 그런 신개념 보조자가 등장했습니다. 글로벌 가전 양대산맥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선보인 신제품인데요. 세탁기와 건조기를 합쳤습니다. 일체형이라 세탁한 빨래를 건조기에 옮기는 과정이 필요없게 됐습니다.
‘에코버블’·‘DD모터’ 주력 기능 다 넣었다
용량은 같습니다. 양사 제품 모두 세탁기는 25k, 건조기는 13kg입니다. LG전자가 추가로 제품 하단에 기능성 의류, 속옷 등을 분리 세탁 할 수 있는 4kg 용량의 미니워시를 탑재한 것이 차이입니다.
세탁과 건조에 모두 자사의 핵심 기술을 넣었습니다.
삼성전자는 물에 녹은 세제 거품이 섬유 사이에 빠르게 침투해 더 깨끗하게 세탁해주는 ‘에코 버블(EcoBubble)’ 기능을 적용했습니다. 여기에 이 회사 주력 건조기에 들어가는 디지털 인버터 히트펌프를 탑재해 성능을 끌어올렸습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삼성전자의 대표 제품인 ‘비스포크 그랑데 AI 세탁기·건조기'의 핵심 기능들이 두루 들어갔습니다.
신제품에서는 ▲무게·오염도에 맞게 세제와 유연제를 넣어주는 ‘AI세제자동투입’, ▲세탁물 상태와 내부 온도·습도를 감지해 맞춤 동작하는 ‘AI맞춤세탁·건조’ ▲세탁과 건조가 끝나면 문이 자동으로 열려 제품 내부가 습해지는 것을 방지하는 ‘오토 오픈 도어’ ▲세탁기와 건조기의 전력 사용량을 아껴주는 ‘AI 절약 모드’ 등을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LG전자는 이번에 공개한 ‘LG 시그니처 세탁건조기’에 자사 세탁기와 건조기의 상징인 인공지능 DD모터를 적용했습니다. 내부 드럼의 회전속도를 정교하게 조절해 6모션 세탁과 건조를 구현하는 기술입니다. 여기에 의류 재질, 건조도 등을 정밀하게 감지하는 인공지능을 접목해 ‘세탁건조기’ 본연의 성능을 향상시켰습니다.
눈에 띄는 건 신제품에 적용된 인버터 히트펌프 방식의 건조 기술입니다. LG전자는 이를 위해 세탁건조기 전용 히트펌프 건조 모듈까지 새롭게 개발했습니다. 인버터 히트펌프 방식의 건조는 냉매를 순환시켜 발생한 열을 활용해 빨래가 머금고 있는 수분만 빨아들이는 저온 제습 방식으로 동작해 옷감보호에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밖에 모터의 속도를 조절해 상황에 따라 필요한 만큼만 작동하는 인버터 기술을 적용해 에너지 효율도 높였습니다.
의류 개키는 제품 예고
세탁건조기가 처음 공개됐을 때 반응이 재밌었습니다. “올 것이 왔다”가 당연히 많았지만 “이왕이면 개켜주기도 하지”라는 농담 섞인 댓글이 많았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그게 욕심만은 아닐 전망입니다. 이미 움직이고 있거든요.
특허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 기업은 모두 옷을 접는 장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전자는 ‘의류 분류 장치 및 이를 포함하는 의류 정리 장치’, LG전자는 ‘의류 폴딩 장치’란 이름으로 특허를 출원한 것인데요.
LG전자의 장치를 보면, 단순한 구조가 특징입니다. 의류를 놓는 흡착판과 이를 회전시키는 기구, 또 이를 이동시키는 로봇 등으로 이뤄졌습니다. 의류를 올리기만 하면 알아서 가로와 세로로 접어주는 방식입니다.
아직은 상용화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된다면 옷을 빨고 말리는데 그치지 않고 개켜주기까지 하는 가전제품이 등장하는 셈이라 기대가 됩니다. 과연 실현될까요? 설거지를 끝내고 주저앉아 양말을 털며 장밋빛 공상에 또 빠져봅니다.
(cnb뉴스=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