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사업 부진했지만 해외수주 효자노릇
대우·삼성·현대건설 ‘웃고’ GS·DL ‘울다’
주택경기 침체로 하반기에도 비슷한 흐름
올해 2분기 주요 건설사들의 실적 성적표는 그야말로 ‘양극화’에 가까웠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등은 해외 수주의 성과로 영업이익을 크게 늘렸지만, GS건설, DL이앤씨 등은 주택사업 부진의 여파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하반기는 분양시장 흥행 여부에 따라 성패가 나뉠 것으로 예상된다. (CNB뉴스=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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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현재까지 주요 건설사들이 공시한 2분기 실적(잠정) 집계를 살펴보면 전년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이 크게 상승한 기업들이 많았지만, 일부 기업은 적자로 돌아서거나 이익이 크게 줄어 대조를 이뤘다.
대우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등은 2분기에 호실적을 거뒀지만, GS건설과 DL이앤씨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거둔 곳은 대우건설이었다. 2분기에 매출 3조 2714억원, 영업이익 2177억원을 기록했는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0% 늘었으며, 영업이익은 무려 152%나 증가했다.
대우건설 측은 “부동산 경기 침체, 원자재가 및 외주비 급등으로 인해 주택건축사업 원가율이 상승했지만, 토목사업부문의 이라크 알 포(Al Faw)와 플랜트사업부문의 나이지리아 LNG Train7 등 해외 대형 프로젝트 매출이 본격화되며 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매출과 이익 모두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매출은 4조 751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1.4% 늘었으며, 영업이익은 96.8%나 증가한 305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물산 측은 “공항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국내외 수행 프로젝트 공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택 매출이 확대되고 해외 EPC(설계·조달·시공) 프로젝트 매출도 본격화된 덕분”으로 설명했다.
현대건설도 2분기에 매출 7조 1634억원, 영업이익 2236억원의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8.4% 늘었으며, 영업이익은 27.4% 증가했다.
현대건설 측은 “사우디 네옴 러닝터널, 파나마 메트로 3호선, 폴란드 올레핀 확장공사 등 국내외 대형 공사가 본격화되고 국내 주택부문 실적도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내수 부진·원가율 상승에 ‘직격타’
반면, GS건설과 DL이앤씨는 상대적으로 우울한 2분기를 보냈다.
먼저, GS건설은 2분기에 매출 3조 4950억원, 영업손실 413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4.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한 것.
GS건설 측은 “인천 검단아파트 재시공 손실반영으로 영업이익이 악화됐다”면서 “앞으로 안전과 품질을 최우선으로 내부 시스템을 재정비해 이번 손실과 같은 불확실성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시장 신뢰를 다시 쌓겠다”고 말했다.
DL이앤씨도 부진한 성과를 보였다. 2분기 매출은 1조 97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가량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19억원으로 무려 46.6%나 줄었다.
DL이앤씨 측은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건설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이익이 줄었다”며 “주택 원가율은 직전 분기보다 0.6% 하락한 91.7%를 기록했는데 이는 1년여 만에 개선된 수치”라고 설명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모든 건설사들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원가율 상승과 부동산 경기 침체라는 악재를 겪었지만, 해외 대형사업이나 신사업 등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낸 일부 건설사들은 호실적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해외 신규 수주가 실적 좌우
하반기엔 건설사들의 실적이 어떤 양상을 보일까? 일단은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현대건설 등 상반기에 선전한 건설사들이 하반기에도 좋은 성과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 첫 번째 근거는 해외 수주 실적이다.
먼저,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상반기 수주 실적은 14조 3720억원에 달한다. 연간 수주 목표 13조 8000억원을 이미 넘어선 것. 이에 목표치를 19조 9000억원으로 올려잡은 상태다. 특히 해외 수주는 상반기 7조 27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조 4510억원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대우건설도 상반기 신규 수주 5조 806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7조 7719억원보다는 25.3% 줄어든 수치지만, 연간계획인 12조 3000억원의 47.2%를 달성한 것이며, 특히 대규모 해외 수주를 통해 연간 해외 수주 목표인 1조 8000억원을 이미 초과 달성한 상태다.
현대건설 역시 해외 수주가 크게 늘었다. 상반기 신규 수주는 20조 72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줄었지만, 올해 목표인 29조 1000억원의 71.3%를 달성한 상태다. 특히 해외 수주는 11조 42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배 수준이다.
한편, DL이앤씨와 GS건설은 신규 수주 부진 양상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DL이앤씨의 상반기 신규 수주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3.0% 증가한 5조 5137억원을 기록했지만, 연간 수주 목표액은 14조 4000억원이어서 38.3%만 달성한 상태다.
GS건설 역시 연간 수주 목표액은 14조 5000억원인데 상반기 신규 수주는 5조 6910억원으로 39.2% 수준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택 사업이 전반적으로 부진하다보니 관련 비중이 높았던 건설사들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고, 해외 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이 선전했다”면서 “주택 시장 상황을 살펴봐야겠지만, 하반기에도 비슷한 양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CNB뉴스=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