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그림책 ‘빙하기 - 그날 이후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가 출간됐다.
지양어린이는 이 신간이 약 3만년 전 지구 마지막 빙하기의 혹독한 자연환경에서 살아남았던 원시인들의 이야기라고 21일 밝혔다. ‘지양어린이 세계명작그림책’ 시리즈의 81번째 그림책이다.
‘빙하기’는 리오 핀투라스, 라스코, 알타미라 등 구석기시대 동굴 유적에서 발견된 벽화의 기원을 상상하며 글 없는 그림으로 펼쳐낸 이야기인데, 동굴벽화의 전통은 훗날 이야기, 주술, 장식 등으로 인류의 문화적 활동 영역을 넓혔고 그림문자로 발달해 문명의 기원이 됐다고 설명했다.
모든 것의 기원이 된 이 그림책의 주인공은 여자아이로 묘사되고 있다. 2013년 미국의 고고학 연구팀이 여러 동굴벽화에 담긴 손자국들을 분석한 결과 75%가 여성이 그린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 인류 문명 태동기에 폭넓게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모계사회의 시원을 암시하는 이 그림책의 묘사는 고고인류학적 근거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게 출판사 측 주장이다.
그림 작가인 라파엘 요크텡(Rafael Yockteng)과 파트너인 글 작가 하이로 부이트라고(Jairo Buitrago)는 2018년부터 이 그림책에 몰두해 약 4년에 걸쳐 완성했다. 두 사람은 원시 인류의 생활양식, 빙하기의 자연환경, 그 시대에 번성했던 동식물 등을 철저히 연구하고 고증한 뒤 그림책에 세밀화로 그렸다. 이 그림책에는 땅늘보, 파라케라테리움, 검치 호랑이 등 멸종한 동물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 모습도 자연사박물관 자료에 근거해 묘사했다.
라파엘 요크텡은 1976년 페루 리마에서 태어나 현재 보고타에서 살고 있고, 하이로 부이트라고는 1970년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태어나 멕시코시티에서 머물고 있다. 그들은 함께 작업한 여러 그림책으로 IBBY 아너리스트 , 화이트 레이븐 상, 혼북 팡파르 등에 선정됐다.
‘빙하기’는 스페인에서 2023 나바라(Navarra) 서점대상을 수상하고, 라센트랄 추천도서(La Central Recomienda), 2023 쿠아트로가토스 재단상(Premio Fundación Cuatrogatos) 추천도서로 선정됐다. 우리나라 남이섬 국제 어린이책 일러스트 공모전에서 ‘나미 콩쿠르 2023’ 결선 진출 작품으로 뽑혔다.
미국의 어린이책 평론가 벳시 버드는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에 쓴 ‘빙하기’ 서평에 “유발 하라리는 저서 ‘사피엔스’에서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가장 뚜렷한 특징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을 강조했다”며, “인간은 거대한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을 모아 도시국가를 세웠고 종교와 화폐 시스템, 철학을 만들어 냈다. 이 모든 것이 어쩌면 관찰력 뛰어난 한 어린이로부터 비롯되었는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이 책을 옮긴 윤지원 번역가는 홍익대에서 영어영문학,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그림책 ‘꽃을 보았니?’ ‘제노비아’ ‘빼앗긴 사람들’ ‘고개를 들면 보이는 것들’ ‘새 친구 스누지와 써니 그리고 소소’ ‘무지개 마을로 오세요’ ‘우체통 토끼 윌로우’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