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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CEO]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승부수…‘그룹 재건의 꿈’ 이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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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3.03.14 09:44:10

현 회장 “과거 성공과 이별하고 미래 열자”
현대엘베, 충주 공장 준공해 2030비전 속도
현대아산, 남북경협→건설업 변신해 새 도약
정주영 창업주 시절의 ‘현대 신화’ 재현될까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 ‘현대엘리베이터 충주캠퍼스 이전 기념 미래비전 선포식’에서 새로운 도전을 선포하고 있다. (사진=현대그룹)

35년전 고 정주영 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하며 한국현대사에 큰 획을 그은 현대그룹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핵심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제2도약에 나선 것. 현대그룹은 과거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건립 등 남북경협의 물꼬를 트며 남과 북 모두에게 통일의 희망을 안겼지만,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막대한 투자 손실을 입고 경영난에 빠졌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그룹 재건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CNB뉴스=도기천 기자)




“기존의 성공 경험과 이별하자. 새로운 변화를 적극 받아들이고 활용해 목표 의식을 명확히 하자”(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신년사 중)

현대그룹이 현대엘리베이터를 통해 과거의 ‘현대 신화’를 재현하겠다고 선언해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2030년까지 현대엘리베이터 연매출액을 5조원까지 늘리고, 글로벌 부문 비중을 50%까지 높여 ‘글로벌 톱5’에 진입하겠다는 게 당장의 목표다.

기업이 비전을 선포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유독 재계가 현대그룹에 주목하는 이유는 현대가(家)가 겪어온 영욕(榮辱)의 세월이 연상되기 때문. 현대가의 지난 반세기는 한국 현대사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현대그룹은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삼성을 앞서는 재계 1위 그룹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대부분 계열사들이 매각돼 현대엘리베이터가 그룹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몸집이 줄었다.

현대그룹의 영광과 고난에는 한반도의 분단사(史)가 겹쳐진다.

최초의 남북경협은 1998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83세의 정 회장은 자신의 충남 서산 농장에서 기르던 소 1001 마리를 이끌고 분단 후 처음으로 육로 방북했다. 외신들은 소떼가 북상하는 장면을 생중계하며 “휴전선이 열렸다”고 흥분했다.

정 회장은 당시 방북을 통해 북측과 금강산 관광개발사업 추진에 합의했고, 1998년 11월 18일 현대상선의 ‘금강호’가 북으로 첫 출항을 했다. 2000년 6월에는 분단 이후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됐고, 같은 해 8월 남북은 개성공단 건립에 합의했다.

 

현대그룹은 과거 남북경협의 물꼬를 트며 한국현대사에 큰 획을 그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1998년 소떼를 이끌고 판문점을 넘는 모습,  1998년 금강산 관광선인 금강호의 출항, 2003년 금강산 육로 시범관광, 2006년 현대그룹 임직원들의 금강산 내금강 답사. (사진=현대그룹)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은 한때 150여개에 이르렀고 북측 근로자수는 5만명에 달했다. 2010년 9월에 입주기업 생산액이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또 금강산관광은 중단되기 직전인 2007년 한해에만 34만명이 넘는 관광객을 유치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 모든 과정의 중심에는 현대그룹이 대북사업을 위해 설립한 현대아산이 있었다. 현대아산은 북한과의 합의서 체결을 통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개발 등을 도맡았다. 현대아산이 당시 대북사업에 투자한 자금은 2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2008년 7월 금강산을 방문한 한 관광객이 북한군의 총에 맞아 사망하며 남북관계는 급속히 얼어붙는다. 금강산관광은 전면 중단됐고 이후 2010년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자 북한은 2011월 4월 현대아산의 독점사업권을 취소했다. 2016년 2월에는 개성공단마저 가동이 중단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 3차례나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됐지만 굳게 닫힌 철조망은 열리지 않았다. 남과 북을 넘어 유라시아까지 뻗어가는 대륙철도 구상이 나오기도 했지만,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윤석열 정부 들어 남북관계는 더 악화됐고, 북은 하루가 머다하고 미사일 실험을 강행하고 있다.
 


영욕의 세월 딛고 재도약 기반 완성



이런 가운데 현대그룹은 경영위기를 맞게 된다. 경협 중단에 따른 누적손실이 1조5000억원에 육박하면서 핵심계열사인 현대증권은 KB금융지주에 매각됐고, 현대상선 등은 채권단(산업은행) 손에 넘어갔다. 그룹의 자산규모는 중견기업 수준으로 줄었다.

내부적으로도 큰 진통을 겪었다. 2000년 3월 ‘왕자의 난’으로 불리는 경영권 승계 다툼이 벌어져, 정주영 회장의 차남 정몽구 회장이 현대자동차 등 10개사를 이끌고 현대그룹으로부터 독립했으며, 나머지 계열사들은 현대중공업그룹(현 HD현대), 현대해상, 현대백화점그룹 등으로 분리됐다.

모(母) 기업인 현대그룹의 경영권은 5남 정몽헌 회장에게 넘어갔고 정 회장이 별세하면서 부인인 현정은 회장이 지금까지 그룹을 이끌고 있다.

이처럼 현대그룹은 현대사에 큰 획을 그은 기업이다. 핵심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를 내세운 그룹 재건 선언이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현대엘리베이터 충주캠퍼스 전경. (사진=현대그룹)

새로운 도약의 전초기지는 충북 충주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현대엘리베이터 본사와 생산공장을 충주시에 새로 지어 이전을 완료했다.

17만3097㎡ 규모의 충주캠퍼스 부지는 생산·포장·출하 단계까지 모두 일원화한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 팩토리’로, 3320억원을 투입해 완공했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4차산업혁명 기술을 도입해 자동화율을 높였다. 연구소를 비롯해 임직원 복지시설, 기숙사 등도 함께 갖추고 있다.

특히 올해는 충주 이전 효과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현대엘리베이터 측은 기존 경기 이천 공장 대비 연간 생산 능력은 2만5000대, 1인당 생산성은 6.6대로 각각 25%, 38%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자체(충북도)가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점도 생산성 향상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여기에다 지난해 중국에 1200억원을 투자해 건립한 신공장도 중국의 리오프닝이 가시화되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사업 수익성을 압박했던 강판 등 철강재 가격도 지난해 정점을 지나 완화되는 추세다.
 


2030년 ‘매출 5조원’ 시대 연다



현정은 회장은 2030년까지 현대엘리베이터의 연매출액을 5조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인데, 실현되면 현대그룹은 재계 40위권으로 올라선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는 와중에도 매출 2조1345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8.2% 성장했다. 아시아와 중동 등 이머징 시장을 중심으로 꾸준히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와 더불어 현대그룹 상장사인 현대무벡스, 과거 남북경협의 중추였던 현대아산 등 계열사들의 실적 개선도 기대되고 있다.

현대무벡스는 물류자동화와 승강장안전문(PSD)이 주력인 기업으로, 현 회장의 외동딸인 정지이씨가 이 회사 전무를 맡고 있다. 물류자동화는 국내외 공장들이 속속 도입하는 스마트물류 시스템과 연계된 4차산업혁명의 주요 분야로 꼽힌다. 현대무벡스는 지난해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 로보포트를 네이버 신사옥에 공급하는 등 로봇 연관 시장에도 첫발을 디뎠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왼쪽 네번째)이 현대엘리베이터 충주캠퍼스에서 진행된 ‘미래비전 선포식’에서 김영환 충북도지사(왼쪽 다섯번째), 조재천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왼쪽 세번째) 등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현대그룹)

대북경협사업에 발목을 잡혔던 현대아산도 큰 변화를 맞았다. 핵심 비즈니스를 남북경협에서 건설업으로 변경해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프라힐스’ 브랜드를 론칭해 주택시장에 뛰어들어, 현재 국내 9개 사업장에서 공사를 진행 중이다. 틈새시장인 중소형 건설사업에 집중하고 있어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기존 범현대가 건설사들과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CNB뉴스에 “매년 신년사에서 선대회장의 유지와 남북 경제협력 계승을 강조했던 현정은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처음으로 과거의 성공경험과 이별하자고 말한 것은 큰 의미가 있어 보인다”며 “과거 남북한의 공동번영을 위해 노력했던 정주영 회장을 기억하는 많은 기업인들이 급변한 산업환경에 부응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현대그룹을 속으로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CNB뉴스=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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