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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니&비즈] 서경배 회장이 ‘조선시대 병풍’에 빠진 이유 …아모레퍼시픽 고미술展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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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민영기자 |  2023.02.21 10:06:08

“아모레는 문화를 파는 기업”
창업정신 이어 문화예술 선도
‘문화·친환경’ 양날개로 ESG

 

전시관으로 향하는 아모레퍼시픽 본사 1층 로비.(사진=김민영 기자)

모이지 말고 움직임도 줄여야 하는 ‘자제의 시대’가 저물어 갑니다. 코로나 엔데믹(풍토병)을 맞은 기대감 때문일까요? 재밌고 새롭고 신선한 곳이 봄 새싹 나듯 생겨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움츠려서 아직 몸이 덜 풀렸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CNB뉴스가 먼저 가봅니다. 가서 발과 눈과 손과 귀에 담은 모든 것을 전해드립니다. 이번에는 아모레퍼시픽이 서울 용산 미술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고미술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편집자주>

 

 


# 배경  ‘병풍’만한 조선이 없다?


 

“우리는 화장품이 아니라 문화를 파는 기업입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말이다. 서 회장의 말처럼 아모레는 그동안 다양한 문화 전시회를 열어 소비자와 소통해 왔다. 최근에는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고미술 기획전 ‘조선, 병풍의 나라 2(Beyond Folding Screens 2)’를 선보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입구에 비치된 고 서성환 선대 회장 인사말.(사진=김민영 기자)

지난달 26일부터는 4월 30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지난 2018년 개최된 ‘조선, 병풍의 나라’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두 번째 병풍 전시다. 2018년 전시는 조선을 대표하는 전통 회화 형식인 ‘병풍’을 재조명해 화제를 모았다.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부터 근대기까지 제작된 병풍들의 미술사적인 가치와 의의를 되새기며, 우리나라 전통 미술의 다양한 미감을 관람객들에게 알리고자 기획됐다. 이를 위해 15개 기관 및 개인이 소장한 50여 점의 작품이 관객과 만나고 있다.

 


# 풍경  현재·과거의 조화로움


 

아모레퍼시픽 본사 1층부터 전시장 입구로 향하는 모습.(사진=김민영 기자)
 

CNB뉴스는 지난 14일 이곳을 방문했다. 미술관이 위치한 아모레 신사옥 건물로 들어서니 밝은 빛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마주하는 건 1~3층까지 피로티 방식으로 뻥 뚫린 로비 아트리움과 유리로 된 천정. 이런 독특한 구조로 인해 자연 채광이 실내에 골고루 퍼지며 건물 전체가 ‘빛’을 한가득 머금은듯했다. 미(美)를 추구하는 아모레만의 차가우면서 깔끔한 정서가 물씬 풍겼다.


먼저 만나는 것은 전통 화조도를 풀어헤친 현대작가 이이남의 미디어 병풍. 그 뒤에 자리잡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흰색과 검정색으로 이뤄져 관람객들에게 마치 외부를 차단하고 작품 세계에 들어가라고 재촉하는 것만 같았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조선, 병풍의 나라  2' 고미술 기획전 풍경.(사진=김민영 기자)​​​​

건물 깊숙이 들어서자 ‘조선 병풍의 나라 2’ 고미술 기획전을 알리는 타이틀이 보였다. 양옆으로는 총 7개의 크고 작은 전시 공간들이 펼쳐졌다. 단순한 구역 나눔이 아닌, 민간 병풍과 궁중 병풍으로 테마를 나눠 대비되도록 보이게 했다. 병풍 고유의 미감을 가까이에서 느끼고 감상할 수 있도록 작품과 관객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것에 중점을 두어 연출했다.


전시실에 설치된 조립식 틀은 진열장이라기보다는 커다란 액자에 가깝다. 유리 한 겹을 사이에 두고 있지만, 작품과 관람객의 거리는 반 뼘 남짓에 불과하다. 글자 그대로 코앞에서 그림을 자세히 볼 수 있다. 멀리서는 발견하지 못했을 그림 속 디테일이나 흐릿한 흔적들까지 맨눈으로 관찰하는 즐거움이 있다. 특히 병풍에 그려진 그림에는 선조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병풍은 제사나 차례 지낼 때나 펼치는 것으로 여겨왔다. 불과 반세기 전까지만 해도 어느 가정집에서나 흔히 볼 수 있었다. 현대인의 소파나 식탁처럼 필수적인 가구 중 하나로 사용되었고, 찬 바람을 막아 주고 벽면을 장식하는 역할도 했다. 그래서 병풍에 그려진 그림이 중요했다. 그래서 이번 전시를 통해 과거 선조들이 미적 취향을 어렴풋이 느껴볼 수 있었다.

 


# 이유  “문화가 곧 경쟁력”


 

아모레가 이처럼 예술 분야에 주력하는 이유는 서경배 회장 일가가 추구하는 기업이념과 무관치 않다. 서 회장은 아모레퍼시픽이라는 회사를 ‘문화를 지키고 나누는 기업 시민’으로 규정했다. “감성을 터치하는 솔루션으로 고객에게 기쁨을 주자”는 게 그의 경영철학이다. 특히 아모레는 미(美)의 기초를 우리 고유문화 속에서 찾고 있다. 한방과 자연에 기초를 둔 설화수, 한율 등은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제품들이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이런 기업이념을 보다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2018년 용산 신사옥 탄생과 더불어 문을 열었다. 옛 용산 사옥에 박물관을 처음 만든 후 40여년이 지나 미술관을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것. 앞서 아모레는 1979년 한국 전통을 지키고 알리겠다는 창업자 서성환 선대회장의 의지에 따라 태평양박물관을 설립한 바 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글로벌 기업경영 트렌드로 부상한 ESG 정신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단어로, 기업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을 도입해 지속가능 경영을 하자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아모레는 이런 글로벌 흐름에 발맞춰 미술관 자체를 친환경 방식으로 설계했다. 전시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과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기존의 공간 구조와 재료를 전면 혁신했다. 이에 따라 목재 가벽을 없애고 재사용이 용이한 철제 구조물과 조립식 프레임을 사용해 공간을 연출했다. 새로운 재료로 설계된 구조물은 반영구적으로 재사용이 가능해 향후에도 전시 폐기물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다.

 


# 전망  “한국 미(美)를 세계로”


 

아모레퍼시픽 사옥.(사진=연합뉴스)

아모레는 앞으로도 ‘문화’와 ‘친환경’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갖춰갈 계획이다. 동양과 서양의 고미술과 현대미술을 한데 아우르는 미술관 전시와 연구, 출판, 지원사업 등 한국의 미술문화 발전을 위한 활동을 통해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비전을 실현하겠다는 것. “세계와 소통하는 우리의 언어가 곧 문화가 될 것”이라는 서 회장의 외침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CNB뉴스=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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