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춘추관에서 ‘이상, 염상섭, 현진건, 윤동주 청와대를 거닐다’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5일 문학계에 의하면 청와대 개방 이후 두 번째 전시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인 4명의 흔적을 보여주는 ‘이상, 염상섭, 현진건, 윤동주 청와대를 거닐다’가 오는 1월 16일까지 청와대 기자실로 사용하던 춘추관에서 진행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오는 2025년 개관할 예정인 국립한국문학관이 그동안 수집하고 기증받아온 우리나라 문학에 대한 사료들을 보여준다. 국립한국문학관이 주최 및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삼성출판박물관, 영인문학관이 후원했다. 새로움아이가 전시 시공, 엔에스미디어가 전시 영상, 아이디어스푼이 전시 홍보물 제작을 맡았다.
이번 전시의 주인공들은 시인이자 소설가, 건축가였던 이상, 소설가 염상섭, 현진건, 시인 윤동주이다. 서울 누상동(윤동주), 부암동(현진건), 체부동(염상섭), 통인동(이상) 등 청와대 인근 지역에서 활동했던 문인들을 선정했다.
1부 ‘횡보 염상섭과 정월 나혜석, 달빛에 취한 걸음’, 2부 ‘빙허 현진건, 어둠 속에 맨발로’, 3부 ‘이상, 막다른 골목으로의 질주’, 4부 ‘윤동주, 젊은 순례자의 묵상’, 5부 ‘한국문학을 사랑한 화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의 커다란 공간을 걸으면서 작가의 생애와 주요 문장, 사료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가족이나 연인 단위로 청와대 춘추관의 문학 전시를 관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소설가 염상섭에 대해서는 ‘만세전’의 주요 판본, 그가 교류해온 우리나라 여성 작가 나혜석에 대한 작품인 ‘해바라기’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염상섭 소설가는 동아일보, 경향신문 등에서 기자로 활동했으며 은관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단편 ‘표본실의 청개구리’로 데뷔했다.
소설가 현진건은 ‘술 권하는 사회’ ‘운수 좋은 날’이 실렸던 문학잡지 ‘개벽’, 석가탑 설화를 다룬 작품인 ‘무영탑’ 판본 등이 전시된다. 현진건 소설가는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에서 기자로 활동했고 단편 ‘희생화’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인이자 소설가, 건축가인 이상에 대해서도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구본웅 화백이 그린 이상의 초상화로 표지를 디자인한 문학잡지 ‘문학사상’의 창간호, 이상이 디자인을 맡은 잡지 ‘중성’ ‘기상도’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문학, 미술,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보인 이상의 면모를 잘 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상은 시 ‘이상한 가역반응’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건축기사로 활동했다.
시인 윤동주에 대해서는 사후 출간된 유일한 시집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본과 다양한 판본들, 윤동주가 직접 장정한 백석 시인의 ‘사슴’ 판본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윤동주 시인은 건국훈장 독립장 등을 수상했다.
‘한국문학을 사랑한 화가들’ 코너에서는 천경자, 이중섭 등 한국 문학을 사랑했던 화가들이 그린 삽화 작품 등을 볼 수 있다. 1920년 ‘신여자’에 실린 나혜석의 그림 ‘저것이 무엇인고’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엽서에 악기함을 들고 신식 옷을 입은 여성의 그림을 도장으로 찍어서 완성하는 체험도 할 수도 있었다.
미디어아트 작품도 인상적이었다. 전시장 전면에 2개의 미디어아트 작품이 있는데, 장승효 작가의 한국문학 시리즈 ‘LONG LIVE WRITER’로 페인팅 원화를 바탕으로 윤동주, 이상을 현대적인 미술 작품으로 형상화했다. 윤동주 시인에 대한 작품은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라고 노래했던 시인의 시를 살려서, 1930년대 경성부터 21세기 건물들이 밤하늘을 수놓은 모습을 담았다. 이상에 대한 작품은 1930년대 경성에서 ‘불현듯 가려운 겨드랑이에서 뚫고 나올 날개’를 무기력한 지식인에 비유한 그의 단편소설을 참고해, 도시와 사람들, 하늘, 새의 이미지를 담았다.
전시 팜플렛에는 청와대 인근 서촌 문학 지도가 실려 있는데, 윤동주 문학관‧하숙집, 이상의 집, 이중섭이 살던 집, 염상섭 생가터, 종로구립 박노수미술관, 통의동 보안여관, 천경자 자택, 현진건 집터 등에 대한 정보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아울러 이번 전시를 기념해 윤동주, 이상, 나혜석에 대해 오은, 황인찬 시인, 정여울 작가가 대담 행사를 진행한다. 오는 1월 7일 오은 시인이 ‘청춘 윤동주를 만나다’ 주제로 시인 윤동주와, 1월 8일 황인찬 시인이 ‘드디어 이상이 왔다’로 시인 겸 소설가, 건축가 이상과, 1월 15일 정여울 작가가 ‘나혜석의 삶을 여행하다’로 여성 시인 겸 조각가 나혜석과 대담을 나눈다.
이에 대해 국립한국문학관 문정희 관장은 고독, 상처와 싸웠던 문인의 작품이 시대를 견디고 살아남아 이 자리에 와있는 것을 보면 국민들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될 것이라며, 청와대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보다 더 넓고 푸른 바다를 헤쳐나가는 미래 공간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