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업계가 무(無)알콜·논(Non)알콜 시장 확산에 나서고 있다. 이는 쌉싸름한 맥주 맛은 즐기면서 ‘술’은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층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 이에 주류기업들은 신제품 출시 및 리뉴얼에 적극 나서고 있다. (CNB뉴스=전제형 기자)
장면1 빅3는 ‘무알콜 영토전쟁’ 중
주류업계에 따르면, 무알콜은 알콜 0%, 논알콜은 도수가 1% 미만인 제품으로 두 가지를 통틀어 무알콜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통상 0.00으로 표기된 제품은 무알콜, 0.0으로 표기 제품은 논알콜로 분류된다. 일반 맥주와 동일한 원료·발효·숙성 과정을 거친 뒤 마지막 여과 단계에서 알콜만 추출해 도수는 0.05% 미만인 게 대부분이다.
오비맥주(OB맥주)는 지난 2020년 논알콜 맥주 ‘카스 0.0’을 내놓은 이후 지난달 수입 맥주 브랜드인 호가든(Hoegaarden)의 ‘호가든 제로’와 이달 버드와이저(Budweiser)의 ‘버드와이저 제로’를 출시했다.
하이트진로는 2012년 무알콜 시장에 뛰어든 이래 지난해 ‘하이트제로 0.00’을 알콜·당류·칼로리를 모두 뺀 ‘올프리’ 제품으로 리뉴얼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무알콜 맥주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를 리뉴얼 출시했다.
글로벌 주류사들도 논알콜 맥주 발매에 가세했다.
하이네켄(Heineken)은 지난해 ‘하이네켄 0.0’을, 칭따오(Tsingtao)는 2020년 선보인 ‘칭따오 논알콜릭 330㎖에 이어 지난 10일 500㎖를 내놓으며 라인업을 확대했다.
여기에 수제맥주업체인 제주맥주와 세븐브로이맥주도 각각 논알콜 맥주 ‘제주누보 0,5’ ‘넌곰표’ 등의 다음 달 출시를 예고하며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장면2 사활 건 이유?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이처럼 주류기업들이 앞다퉈 무알콜·논알콜 제품을 출시하거나 리뉴얼 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먼저 코로나19 팬데믹 이래 MZ세대(1980년대~2000년대초 출생자)를 중심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취하기보다 분위기를 즐기는 음주 문화가 정착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여기에다 과도한 음주 대신 혼술·홈술 또는 소규모 음주 자리를 선호하는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도 영향을 줬다. 이 밖에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처벌 규정이 강화된 점, 임산부도 음용에 큰 무리가 없는 점, 숙취가 없는 점 등 여러 이점이 작용했다.
실제로 하이네켄이 설문조사업체 오픈서베이를 통해 최근 3개월 이내 무알콜·논알콜 맥주 음용 경험이 있는 전국 거주 2030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보면, 무알콜·논알콜 맥주를 마시는 이유로 ‘술을 마실 수 없는 상황에서 대안으로 선택’이 52.4%, ‘취하고 싶지 않아서’가 43.4%를 차지했다.
장면3 시장 앞날은…곳곳 ‘청신호’
이런 흐름에 힘입어 앞으로의 시장 전망은 꽤 밝은 편이다.
시장조사전문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2년 13억원 수준이었던 국내 무알콜 맥주 시장은 2019년 153억원, 지난해에는 2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10년간 15배 가까이 커진 셈이다. 오는 2025년에는 해당 시장 규모가 2000억원대까지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실제로 주류업체들이 출시한 무알콜·논알콜 맥주의 판매량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오비맥주의 카스 0.0은 발매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온라인 누적판매량이 400만캔을 돌파했으며, 하이트진로음료의 하이트제로 0.00은 지난해 2100만캔이 팔리며 전년 대비 매출이 78% 늘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45% 증가했다. 롯데칠성의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역시 올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50% 가까이 늘었다.
소비층이 꾸준히 늘고 있는 데다 주세법상 알콜 함량이 1% 미만일 경우 일반 주류가 아닌 음료로 구분돼 온라인 판매·배송이 가능한 점도 향후 시장 전망에 청신호를 주고 있다. 따라서 주류기업들은 무알콜·논알콜 맥주 시장 확장에 더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CNB뉴스에 “올해 1분기 국내 맥주 시장에서의 무알콜·논알콜 제품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간 대비 205% 증가율을 보이며 성장세를 입증했다”며 “다양한 맥주 맛을 즐기고 싶지만 알콜 음용이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의 선택폭을 넓혀주기 위해 앞으로도 꾸준히 제품 개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CNB뉴스=전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