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키워드로 부상한 ‘비건’
건강·환경·동물보호 맞물려 급성장
MZ세대 겨냥한 비건 레스토랑까지
식품업계가 전문 브랜드 론칭, 비건 레스토랑 오픈 등 ‘비건족(채식주의자)’을 상대로 한 마케팅에 힘쓰고 있어 주목된다. 이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초 출생자)를 중심으로 건강과 환경, 동물보호 등에 대한 관심이 늘며 채식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 <CNB뉴스>가 주요 식품기업들의 ‘비건 마케팅’ 현황을 취재했다. (CNB뉴스=전제형 기자)
농심과 풀무원은 최근 레스토랑을 열며 비건 사업 확대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농심은 지난달 27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총 34석 규모의 비건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Forest Kitchen)’을 오픈했다.
포리스트 키친은 숲(Forest)과 주방(Kitchen)을 조합한 단어로, 자연의 건강함을 담은 메뉴를 파인 다이닝 형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미국 뉴욕의 ‘미슐랭 1, 2스타 레스토랑’ 출신인 김태형 요리사를 총괄 셰프로 임명, 농심이 축적해온 대체육 개발 기술력에 김 셰프의 노하우를 접목한 이색 메뉴들을 선보이고 있다.
농심 측은 “새로운 비건 식문화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운영할 계획”이라며 “비건 외식업계 트렌드를 선도하는 대표 브랜드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자신했다.
풀무원의 생활서비스 전문기업 ‘풀무원푸드앤컬처’도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 지하 1층에 비건표준인증원으로부터 비건 레스토랑 인증을 받은 총 47석 규모의 ‘플랜튜드(Plantude)’ 1호점을 열었다. 플랜튜드는 식물성을 의미하는 플랜트(Palnt)와 태도(Attitude)의 합성어로, 식물성 단백질과 식물성 대체육을 활용한 13종의 식물성 지향 식단을 선보이고 있다. 풀무원의 식품 제조, 외식전문점 운영 노하우 등이 한데 어우러진 메뉴들을 내놓았다.
풀무원 측은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한 끼를 제공하기 위해 ‘플랜튜드’를 오픈했다”며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하고 공유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건 마케팅’ 춘추전국시대
이뿐 아니라 식품업체들은 비건 브랜드 론칭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 초 비건 식품 브랜드 ‘베지가든’을 론칭, 관련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베지가든은 농심연구소와 농심그룹 계열사인 태경농산이 개발한 식물성 대체육 제조기술을 간편식품에 접목한 브랜드다. 식물성 대체육·조리 냉동식품·즉석 편의식·소스·양념·식물성 치즈 등 약 40종의 라인업을 갖췄으며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체육 불고기와 채소 등을 활용한 비건 불고기 볶음밥 2종을 내놓기도 했다.
오뚜기는 지난달 비건 브랜드 ‘헬로베지(Hello Veggie)’를 론칭하고, 첫 제품으로 ‘채소가득카레’ ‘채소가 짜장’을 선보였다. 신제품 2종은 육류 대신 8가지 자연 유래 원물이 담겼으며, 비건 단체인 영국 비건 소사이어티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앞서 삼양식품은 지난해 3월 식물성 원료로만 맛을 낸 ‘맛있는라면 비건’을 출시한 바 있다. 표고버섯·파·브로콜리 등 다양한 채소로 구성된 맛있는라면 비건은 한국비건인증원에서 비건 인증을 획득했다.
풀무원은 작년 10월부터 비건 만두 제품 ‘얇은피 꽉찬 세모만두 두부김치’를 팔고 있다. 주재료로 두부를 택했으며, 젓갈을 넣지 않은 김치로 볶음김치 맛을 구현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말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 ‘플랜테이블(PlanTable)’을 론칭했다. 비건 인증을 받은 식물성 ‘비비고 만두’ 제품을 국내와 호주·싱가포르·말레이시아·필리핀·홍콩·아랍에미리트(UAE)·멕시코·괌·네팔·몽골 총 10개국에 판매하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작년 7월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 론칭과 함께 돼지고기 대체육 햄 ‘콜드컷(Cold Cut)’을 출시했다.
현대그린푸드는 지난해 말 캐나다 비건 식품기업 ‘데이야’와 국내 독점 판매·유통 계약 체결과 동시에 비건 간편식을 개발 중이며, 롯데중앙연구소도 지난 4월 세포 배양육 기업인 팡세와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배양육 연구·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식품기업들이 앞다퉈 비건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한 가지다.
최근 소비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MZ세대를 축으로 ‘가치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며 주 1회 채식 실천 등 관련 메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 900명 가운데 27.4%가 환경보호 등을 이유로 ‘간헐적 채식’을 실천하는 플렉시테리언(Flexible+Vegetarian)이며 이들은 주 1회 이상에서부터 하루 1끼까지 육류 섭취를 지양하고 있다.
한국채식비건협회 측은 “2008년 15만명 수준이었던 국내 채식 인구가 10년만인 2018년 들어 150만명으로 폭증했으며,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250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런 현상에 편승해 국내 식물성 대체육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관련 시장 규모는 올해 약 155억원으로 전년(약 106억원) 대비 35% 이상 증가했다. 글로벌 대체육 시장 규모도 2019년 47억4100만 달러(약 5조4700억원)에서 오는 2023년 60억3600만 달러(약 7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공사 측은 내다봤다.
이 같은 추세에 힘입어 식품사들의 비건 시장 공략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CNB뉴스>에 “‘비건’은 국내 식품업계의 큰 흐름이라고 봐도 무방하며, 글로벌 시장도 마찬가지”라며 “(식품업계는) 장기적으로 수출확대에 목표를 두는 가운데, 연구개발(R&D)을 통해 꾸준히 신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CNB뉴스=전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