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홍에 휩싸였다.
내홍의 불씨는 1996년생으로 올해 26살인 박지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지폈다.
박 위원장은 25일 6·1 지방선거 선거대책위 비공개 회의장에서 윤호중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비롯해 박홍근 원내대표, 전해철 의원 등 다수의 당 지도부 소속 의원들과 말싸움을 벌였다.
앞서 박 위원장은 지난 24일 지방선거 참패 위기에 몰린 민주당의 과오를 대표로 사과하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86세대(80년대 학번‧1960년대생) 정치인들의 퇴진, 그들이 방패처럼 활용한 팬덤 정치와의 결별을 주장한 바 있다.
박 위원장은 25일 회의에서도 86그룹 정치인들 면전에서 ‘86퇴진론’을 꺼내 직격하면서 “역할을 완수했으니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86그룹 당사자인 회의 참석자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지면서 일부 참석자들은 한숨을 쉬거나 박 위원장을 노려보기까지 하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윤 위원장은 (책상을 쾅 내리치며) “(박 위원장은) 지도부 자격이 없다. 오늘 비대위 회의 안 하겠다”고 고성을 질렀으며, 박 원내대표 역시 “여기가 (박 위원장) 개인으로 있는 자리가 아니지 않느냐”고 가세했고, 전 의원도 “(박 위원장은) 앞으로 지도부와 상의를 하고 발언을 하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공개적인 ‘지적’을 당한 박 위원장은 “그럼 저를 왜 여기에 앉혀 놓으셨나”라고 맞받아치며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박 위원장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당시 이재명 대선후보의 천거로 민주당에 합류해 2040세대 여성 유권자들을 이재명 전 대선후보에게 결집시키는 데 기여한 바 있다.
당시 지방대 출신으로 정계에 입문한 지 두달도 채 되지 않은 26살에 불과한 어린 박 위원장을 공동비대위원장에 임명한 것을 두고 파격 인사라는 평가와 함께 검증되지 않은 정치 신인을 전면에 내세운 것을 두고 보여주기식 인사라는 지적도 나오는 등 민주당의 분위기는 우려와 기대로 나뉘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검수완박 입법 과정에서 민형배 의원이 ‘위장 탈당’을 시도하자 “편법을 관행으로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고, 차별금지법 입법이 지지부진한 것을 두고 “15년 전 공약으로 내세운 것도 민주당, 15년 동안 방치한 것도 민주당”이라는 반성문을 써는 등 정파적 이해와 거리를 둔 채 상식과 민의에 부합하는 ‘바른말’을 거침없이 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그렇지만 최근 박 위원장은 자신을 발탁해 공동비대위원장이라는 타이틀까지 달아 준 당 지도부 가운데 그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거의 없는 고립무원 신세가 됐다.
이와 관련 민주당 86그룹 한 중진의원은 26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당심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박 위원장이 무리하게 성비위에 대해 칼을 빼들어 이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의원은 “시점이 중요한 것”이라며 “성비위를 덮자는 게 아니라 시점이 중요한 것으로 조사나 타이밍 등 어느 정도 시점을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도 박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당원들은 ‘박지현 제발 나가라’, ‘김건희보다 박지현이 더 싫다’ 등등 박 위원장을 강하게 비판하는 글들을 쏟아내고 있다.
더구나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들)이 모인 민주당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도 박 위원장을 비난하는 글로 도배됐다. ‘박지현을 쉴드 친(방어해 준) 내가 너무 부끄럽다’, ‘오만방자한 박지현’, ‘민주당이 추방해야 한다’ 등의 글이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25일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어떤 난관에도 당 쇄신과 정치개혁을 위해 흔들림 없이 가겠다”며 “좀 시끄러울지라도 달라질 민주당을 위한 진통이라 생각하고 널리 양해해 달라”고 강경한 입장을 피력했다.
그리고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SNS에서 “박 위원장의 옆에 함께 서겠다. 박 위원장의 솔직하고 직선적인 사과가 울림이 있었으리라 본다”고 주장했으며, 양이원영 의원도 “박 위원장의 문제가 아니라 듣기 싫은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는 우리의 상황이 문제”라고 꼬집는 등 소수의 지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