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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복수의결권에 찍히는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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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22.04.07 11:26:36

(사진=연합뉴스)

어째 인터넷전문은행 특혜 시비와 비슷한 모양새다.

복수의결권 얘기다. 일단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은행법에 따른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자본 분리)’ 원칙을 깨고 탄생됐다.

 

은산분리는 기업의 사금고화를 차단키 위해 비금융사가 금융사를 소유하는 것을 엄격히 막아,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지분을 10%로 제한하고 이 중에서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4%로 묶어 놨었다.

하지만 2018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인터넷전문은행에게만 한정해 비금융사의 주식 보유한도를 기존 4%에서 34%(의결권 있는 주식)로 대폭 늘려줬다.

여기에 더해 까다로운 대주주 자격(적격성) 심사까지 완화해줬다. 특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금융위원회는 ‘은행업감독규정’을 개정해 사실상 제한됐던 기업대출을 허용해 줄 방침이다.

저신용 서민층을 상대로 저렴한 중금리 대출을 하겠다던 당초의 설립 취지와는 사뭇 행태다. 금융취약 계층을 포용하는 것보다는 기업대출을 늘리는 데에 무게추가 기울어질 것이며 이는 곧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즉, ‘재벌의 사금고’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복수의결권 논란도 같은 맥락이다. 복수의결권은 ‘상법’에서 정하고 있는 1주 1의결권의 원칙의 예외로 1주당 2개 이상의 의결권이 부여된 주식을 말한다. 미도입된 상태지만 정부는 비상장 벤처기업에게만 한정해 복수의결권을 허용토록 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비상장 벤처기업이 지분 희석의 우려 없이 대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유니콘기업(비상장 기업으로 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목적이다.

개정안은 대규모 투자 유치로 인해 비상장 벤처기업의 창업주가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를 기준으로 100분의 30 미만에 해당하는 주식을 소유하게 되는 등의 경우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창업주에게 1주마다 1개 초과 10개 이하의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할 수 있으며, 존속기간은 최대 10년이다. 상장 이후에는 보통주식으로 전환되지만 3년간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이 개정안은 지난해 말 국회 상임위에서 의결돼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차기 정부에서도 벤처기업 복수의결권을 공약해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여기서 생겨나는 의문은 아주 상식적이다. 복수의결권이 전국 4만여개의 벤처기업으로 하여금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불가결한 요소냐는 것. 따져볼 부문이다.

상법상 ‘1주 1의결권’ 원칙을 깨고 특혜를 줄 때는 명분이 확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복수의결권이 없어도 현행법상 의결권이 없거나 제한되는 종류주식을 발행할 수 있고, 주주 간 사적 계약을 통해서 창업자와 투자자의 지배권을 설정하고 경영권을 보장할 수 있다.

특히 대부분의 벤처기업에게 복수의결권이 요구된다기보다는, 아무래도 유니콘기업으로의 성장력이 있거나 이미 거대신생기업이 된 회사(지난해 말 기준 18개사)들만 IPO(기업공개) 단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특권이 될 수 있다.

창업자에게 막대한 권한을 집중시켜 사익추구는 물론 무능한 경영진을 교체할 수 없기에 과도한 보호로 이어질 수도 있다.

복수의결권 도입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노동단체에 따르면 무엇보다 확장성에 방점이 찍힌다. 대기업에까지 복수의결권을 도입하자는 논의가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복수의결권은 상장 후 3년 동안까지만 유효하다. 이는 곧 상장한 기업은 3년 후 다시 1주 1의결권으로 회귀한다는 것. 이처럼 상장 3년 안에 복수의결권의 효과가 사라진다면 소유권 변동으로 분명히 경영권 문제가 발생됨은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일몰시점에서 다시 복수의결권주식을 연장·유지해 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형평성 차원에서 타 상장기업들도 너도, 나도 복수의결권을 도입해달라고 했을 땐 어떡할 것인지 물음표다. 상법 자체를 건드려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재벌 승계 도구로 악용된다면 최악이다.

앞서 인터넷전문은행의 경험상 사례를 볼 때 충분히 의심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문을 열어 놓고 바리케이드를 쳐놨으니 “절대 그럴 리가 없다”라고 그 누가 확신할 수 있겠는가. 적용 대상 확대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대책이 요구된다.

설득력이 떨어지면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이해가 부족해서라면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 예측되는 우려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안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굳이 복수의결권을 도입해야 하는지 납득을 시켜야 할 것이다.

한편, 2021년 벤처기업정밀실태조사(중소벤처기업부·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벤처기업의 경영 애로사항으로 ‘자금조달·운용 등 자금관리’가 72.9%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다음으로 ‘국내 판로 개척’이 69.3%, ‘개발된 기술의 사업화’ 68.5%, ‘신기술 개발’ 67.1%, ‘필요인력의 확보 및 유지관리’ 63.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신규자금 조달방법으로는 ‘정부 정책지원금(R&D, 융자, 보증서 지원)’이 64.1%로 가장 높았고, 이어 ‘은행 등 일반금융’(28.2%), ‘기타’(4.2%), ‘벤처캐피털 및 엔젤투자’(2.2%), ‘회사채발행’(1.1%) 그리고 ‘IPO’는 불과 0.2%였다.

기업 간 거래 시 애로사항으로는 ‘낮은 납품단가’가 20.2%로 가장 높고, ‘기술 및 원가정산 자료 요구(9.3%)’, ‘납품대금 지연에 따른 이자 미지급(9.1%)’, ‘인력 유출(8.0%)’,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거래관행(7.2%)’, ‘기술 도용(6.8%)’ 등으로 조사됐다.

벤처기업 활성화를 위한다면 복수의결권 도입에 앞서 이 같은 경영애로 시항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개선·지원책을 더 고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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