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제안한 '100% 국민여론조사 경선을 통한 야권후보 단일화'를 놓고 대선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윤 후보 간 박빙 구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두자릿수 안팎의 지지율을 가진 안 후보가 전격적으로 후보 단일화를 제안하면서 대선 정국의 메가톤급 변수로 부상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 단일화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윤 후보와 안 후보 모두 전혀 다른 계산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일화 외통수 걸린 윤석열
우선, 윤 후보 측은 안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큰 상황에서 굳이 100% 여론조사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자칫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가 이길 경우 지지율 선두인 현재 상황이 한순간에 끝나게 된다.
윤 후보 측은 “안 후보가 ‘야권 단일화’ 방침을 밝힌 것은 환영한다”면서도 “안 후보가 ‘국민경선’이라 지칭해 제안한 방식은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적 요구에 오히려 역행할 위험을 안고 있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안철수, '신의 한수' 뒀나
안 후보도 실제 성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100% 여론조사'를 제안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만약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안 후보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먼저 선수쳐서 야권 지지층의 단일화 요구에 부응해 단일화를 제안했다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단일화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책임을 윤 후보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속내는 안 후보의 발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안 후보는 자신이 단일화를 전격 제안한 이유에 대해 “제가 완주한다고 그렇게 계속 얘기를 해도 정말 집요하게 단일화 꼬리만 붙이려고 하니 그렇다면 차라리 선제적으로 제안해서 국민 판단과 평가에 모든 것을 맡기고 제 길을 굳건하게 가는 것이 안철수의 이름으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만약 윤 후보가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더라도 안 후보로서는 나쁠 게 없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안 후보로의 단일화(일명 안일화)를 요구하는 여론이 윤 후보로의 단일화를 요구하는 여론과 대체로 비등하기 때문이다.
안 후보로서는 이렇든저렇든 손해볼 게 없는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어쨌든 두 후보가 각자 후보 등록을 마친 만큼, 이제는 투표용지 인쇄일인 오는 28일이 단일화 협상의 1차 데드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CNB=도기천· 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