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도입 확대하고
생산설비 태양광으로 가동
버려진 원료는 리사이클링
주류업계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역사회 및 협력사들과 다양한 친환경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소비자 기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CNB가 현황을 들여다 봤다. (CNB=전제형 기자)
주류 기업들은 브랜드 이미지가 제품 판매와 직결되는 만큼, ESG의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업계 1위인 오비맥주(OB맥주)는 지난해 8월 자체 생산 태양광 에너지로 맥주를 생산하기 위해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 사업에 착수했다. 현재 경기 이천시 소재 이천공장을 비롯해 올 상반기 중으로 광주,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생산공장 총 3곳에 연간 약 12GWh 태양광 전력을 생산하는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한 뒤 태양광으로 발전된 전력을 통해 맥주를 제조할 방침이다.
오비맥주 측은 전력을 태양광 에너지로 대체할 경우 연간 이산화탄소 발생량 약 5621t(톤)을 감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소나무 112만 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로, 발전설비 수명인 30년 동안 총 16만톤 이상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가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했다.
또 오비맥주는 내년 중으로 자사 물류센터의 지게차들도 모두 전기차로 전환할 예정이며, 물류부문 협력업체 직원들의 업무·휴식공간 역시 청주공장을 시작으로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스마트쉼터’로 교체할 계획이다.
아울러 12년째 ‘카스 희망의 숲’ 조림사업을 진행해오고 있으며, 병맥주의 포장 상자를 재생 가능한 재질로 변경 후 ‘에코 프렌들리(Eco-Friendly)’ 친환경 마크를 부착해 내놓고 있다. 이 밖에 다양한 스타트업들과 협업을 통해 맥주 부산물로 스낵·화장품 등을 만드는 등 친환경 상생 활동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맥주 원료 찌꺼기 ‘재활용’
롯데칠성음료도 오는 2040년까지 음료·주류 생산공장 및 물류센터 등에 사용되는 전력량을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움직임에 나섰다. 이를 위해 생산공장의 태양광 발전설비 구축을 통한 ‘자가발전’,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장기적 계약을 통한 ‘전력구매계약(PPA)’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등 다양한 실행 방안을 적용해나갈 방침이다.
앞서 롯데칠성은 생산공장의 모터 전력 부하 저감과 폐열 시스템 개선, 생산·물류 최적화, 고효율 발광다이오드(LED) 등으로의 전환, 고효율 설비 도입 등 자체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활동을 추진해온 바 있다. 지난 2017년부터는 충주2공장에서 태양광 자가발전 가동을 시작했으며, 최근 안성공장에서도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가동하는 등 재생에너지 도입 확대를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지난 2020년 8월 한국산업단지공단, 스마트에너지플랫폼협동조합과 에너지 효율화 기술 확대 및 상생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으며, 지난해 6월에는 한국산업단지공단, 켑코에너지솔루션 및 스마트에너지플랫폼협동조합과 손잡고 ‘RE100 추진을 위한 상호협력 MOU’를 체결해 온실가스 감축 활동과 재생에너지 도입을 확대 진행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12월 환경 성과지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지속환경보고서를 첫 발간했다. 지속환경보고서에는 회사의 지난해 연간 종합환경성과와 올해의 주요 성과, 환경경영전략, 비전 등이 담겼다. 또 2025년까지 온실가스와 환경오염물질을 각각 원 단위 25%씩 감소시키고 환경성적표지 인증 제품을 25개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의 ‘25! CHALLEN(25챌린)’이 포함됐다. 더불어 환경성적표지 인증과 함께 생산사업장에서의 오염물질 개선, 환경 스타트업 투자 등의 성과도 반영됐다.
이뿐만 아니라 친환경 생산 활동의 일환으로 공장 내 폐수처리 설비를 환경친화적인 혐기성 소화조(IC Reactor)로 교체해 강원공장에서만 지난 2년간 온실가스 약 4020t(톤) 규모의 이산화탄소(CO2)를 감축하는 효과를 거뒀다. 혐기성 소화조는 맥주를 생산할 때 배출되는 부산물과 폐수를 미생물을 이용해 정화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를 보일러 등의 연료로 재사용해 자원의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친환경 폐수처리 시스템이다.
하이트진로는 1992년 맥주 공장에 폐수처리를 위한 소화조를 설치하고 환경을 고려한 생산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과감한 투자를 통해 설비를 지속적으로 교체하며 폐수처리 능력을 향상했다. 이에 더해 혐기성 소화조 운영의 핵심인 미생물을 철저하게 관리해 양질의 미생물을 추가 배양하는 데 성공 후 이를 필요한 사업장에 분양·판매하며 안정적인 친환경 폐수처리 환경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전주공장은 지난 6년간 2700톤, 강원공장은 지난해에만 400톤의 미생물을 판매했다.
“ESG는 선택 아닌 경쟁력”
이처럼 주류기업들이 앞다퉈 ESG 경영을 가속화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오늘날 기업들은 환경·사회·지배구조 각 부문에서의 두드러진 성과 없이는 소비자의 신뢰와 사랑을 받기 어렵기 때문.
한국지배구조원이 2011년부터 매년 시행하고 있는 ESG 평가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ESG 평가는 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와 같은 비재무적 수준을 평가해 등급을 부여하는 제도로, 약 76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S(탁월), A+(매우 우수), A(우수), B+(양호), B(보통), C(취약), D(매우 취약) 등 7개 등급으로 나눠 분류한다.
앞서 지난해 실시된 ESG 평가에서는 롯데칠성이 A, 하이트진로가 B+ 등급을 부여받은 바 있다.
이러한 평가가 곧 장기적으로 볼 때 매출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관련 기업들이 ESG 경영에 탄력을 붙이고 있는 것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CNB에 “ESG는 (회사에) 내재 된 기업문화로, ESG 경영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앞으로도 오비맥주는 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등 비재무적인 요소를 중심으로 ‘더 나은 세상(Better World)’을 만들기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측은 “ESG 경영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에 대해 고민하면서 지속 가능한 친환경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칠성 관계자도 CNB에 “단기적 관점이 아닌 중장기적 지속가능경영을 지향함으로써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나아가 국내의 관련 인프라 구축을 통한 사회적 책임을 이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CNB=전제형 기자)